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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7월25일(월)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사회구조적 갑질 문화와 대처방법에 대해 (김혜선 노무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윤 : 오늘 무슨 얘기를 나눠볼까요?

김 : 우리가 ‘갑질’이란 말을 참 많이 사용하는데, 외국에서도 이러한 갑질을 어떻게 번역할 수 없어서 (한국말 발음 그대로 표기해) ‘gapjil’이라는 새로운 단어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때 뉴욕타임즈에서는 이 갑질을 중세시대 영주처럼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에게 권력을 남용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옥스퍼드 사전에도 갑질이 단어로 올라 있는데, 한국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의 상대방에 대한 오만하고 권위적인 태도나 행위를 의미한다고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갑질은 조직 내의 위계질서 하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노동자가 업무적으로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갑질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윤 :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갑질이 문제로 대두된 것은 땅콩회항 사건이나 대학병원의 간호사 태움처럼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었던 것 같은데요, 오늘 이야기는 노동자가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갑질이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김 :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갑질들이 워낙 문제가 많다는 점을 모두 인식하게 되면서 근로기준법 상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대한 내용과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괴롭힘 발생 시 조사 및 각종 조치를 취할 의무를 사용자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그러나 노동자는 업무의 특성 상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갑질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윤 : 어떤 경우가 있을 수 있죠?

김 : 복잡하게 이야기해서 그렇지만 사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여러 언론에서도 보도되고 있는데, 일례로 백화점에서 잘못 주차된 차량을 빼달라는 주차요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결국 주차요원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하는 고객, 아파트 경비노동자에게 본인 차량 주차를 요구하거나 음식물쓰레기를 버려달라거나 택배를 집으로 가져다 달라고 하는 등의 부당한 요구를 하는 입주민, 식당이나 커피숍 등에서 주문을 하면서 현금이나 카드를 던지듯 건네는 손님, 콜센터 노동자에게 다짜고짜 반말을 하거나 원하는 대로 A/S 등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욕설을 하는 사람들..모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는 처벌하거나 조사할 수 없는 사례지만, 노동자는 갑질을 당하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윤 : 그렇죠. 아무래도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경우 말씀하신 것과 같은 상황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런 류의 갑질에 대해서는 법으로 금지할 수 없나요?

김 :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갑질의 내용과 성격에 따라 폭행, 명예훼손, 모욕죄, 영업방해 등으로 형사고소를 할 수는 있겠지만, 노동자의 업무 수행과정 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불특정 다수의 언행은 직장 내에서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강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나아가 노동자에게 갑질을 행하는 사람과 사용자 간에 어떠한 고용관계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징계하는 등의 실질적 조치를 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 내 갑질을 금지한다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역시 현재 모든 직장 내 갑질에 적용되지는 않고.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서 금지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윤 : 그런데 생각해보면 앞에서 예를 든 갑질을 경험한 노동자는 매우 충격을 받거나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특히 판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경우 이런 경우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고객이 갑질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화를 내거나 함께 싸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은데요.

김 : 그렇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사람을 응대하는 노동을 할 때 그 수행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자신이 실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표현하도록 업무상, 조직상 요구되는 근로 형태를 감정노동이라고 부릅니다.

감정노동은 노동자 본인의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보니, 노동자의 정신건강이나 신체적인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불안, 초조 등의 상황을 넘어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수면장애, 공황장애 등이 올 수 도 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과식, 과음, 흡연 등으로 해소하려다 보니 건강이 악화되기도 합니다.

윤 : 감정노동이라는 단어는 정말 많이 들어봤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갑질을 당한 경우에도 노동자는 감정노동을 하는 것이 되는군요.

김 : 그렇죠. 평소에도 감정노동을 하는 직종일 수 있으나 갑질을 당한 경우에는 평소보다 더욱 더 감정노동을 하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 앞서 말씀드린 다양한 부정적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견디다 못해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극단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어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윤 : 그럼, 이런 갑질 자체를 막는 법이 어렵다면 적어도 회사 내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나요? 법으로도 이런 부분은 마련이 되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 : 맞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에서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이라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첫째로는 고객응대근로자 즉,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 고객이 폭언, 폭행 그 밖에 적정범위를 벗어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건강장해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① 폭언 등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문구 게시 또는 음성 안내의 조치, ② 고객과의 문제 상황 발생 시 대처방법 등을 포함한 고객응대업무 매뉴얼 마련, ③ 고객응대업무 매뉴얼의 내용 및 건강장해 예방 관련 교육 실시, ④ 그 밖에 고객응대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고객 등 제3자의 폭언 등으로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주는 ①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② 휴게시간의 연장, ③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관련 치료 및 상담 지원, ④ 관할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증거물, 증거서류 제출 등 고소, 고발 또는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하는 데 필요한 지원 중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첫 번째 말씀드린 내용은 고객응대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내용이지만, 두 번째 말씀드린 사업주의 필요한 조치는 고객응대근로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내용이라는 점입니다.

윤 : 그럼, 지금 말씀하신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조치에 대한 내용은 첫 번째, 두 번째 내용 모두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되는 내용인가요?

김 : 네. 맞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예외적으로 사업의 종류나 근로자의 수에 따라 법 내용 중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데, 지금 말씀드린 제41조는 5인 미만 사업장, 모든 사업에 적용되는 내용이며 현장 실습생에게도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윤 : 이런 내용을 위반한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김 :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현저히 있는 경우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사업주는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법에서 정한 이러한 조치를 사업주가 하지 않을 경우 노동자는 조치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으며 사업주는 노동자의 조치 요구를 이유로 해고 또는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천만 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윤 : 고객 등의 갑질로 인해 노동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도 하고 각종 조치도 취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했다면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요.

김 : 앞서 감정노동자의 경우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법에서도 이런 노동자의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 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상의 직장 내 괴롭힘이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의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윤 : 그렇다면 노동자의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어떤 근거 자료들을 마련해야 할까요?

김 : 그동안 지속적인 고객 갑질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인 업무내용, 고객과의 분쟁 내용 및 빈도, 그에 대한 회사의 대처방식 (분리 조치 등 법으로 정해진 각종 조치의 이행 여부), 정신과 질병일 경우 병원 상담 내역, 동료 및 가족의 진술, 특정 사건에 대한 CCTV나 경찰 신고, 조사 내역 등이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사업주로부터 법으로 정해진 필요한 지원 등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윤 : 오늘 이야기 나눈 갑질과 감정노동은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적은 것 같습니다. 사업주가 예방 의무를 모두 이행해도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아무도 예상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김 : 맞습니다. 물론 법으로 정한 사업주의 예방의무와 각종 조치의무는 최소한으로 이행해야 하는 것들이고 노동자 역시 이런 갑질에 대해 사업주에게 예방과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다수 있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로 원청업체에 와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고객의 갑질 등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청업체에 조치를 요구해야 해결이 될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는 법에서 이런 것들을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 실제 갑질, 폭언 등을 하는 고객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조치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예방을 한다고 해도 업무를 변경하거나 근무지를 이동하지 않으면 특정 갑질 고객을 계속 만나게 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피해 노동자가 근무지를 이동해서 그 고객을 만나지 않게 된다면 또 다른 노동자가 고객을 만나 동일한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고요.

결국, 감정노동자에게 행해지는 고객의 갑질은 예방을 위한 법도 중요하지만 노동자의 인권을 외면하지 않는 조직과 사회 인식, 이윤 추구의 목적 하에 운영되지만, 고객의 부당한 요구는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사업주의 용기, 성숙한 시민의식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김혜선 노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