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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7월18일(월) <로스쿨> 사형제도 위헌심판 (최호웅 변호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사형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윤> 헌법재판소에서 최근 ‘사형제도 위헌심판’에 대해서 공개변론을 열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지난 7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형법 제41조 제1호와 250조 제2항 중 ‘사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려서 과연 사형제도가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윤> 헌법소원 청구를 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최> 청구인은 2018년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인 윤 모씨인데요. 그는 1심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윤 씨와 함께 2019년 2월 사형제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이후 윤 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수감 중인 상황입니다. 헌법소원의 이해관계인은 법무부장관입니다.

윤>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인 사람이 사형제도가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군요. 일반인의 법감정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부모를 살해한 사람이라면 평생 교도소에서 자숙하면서 참회하며 살아가도 모자랄 판에 뭐가 잘났다고 사형제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것인가.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어쨌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헌법정신에 위배된 법률에 의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사람은 직접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 있는 것이니까요.

청구인이 누구인지, 어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인지와는 상관없이 과연 사형제도가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윤> 지금까지 두 번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단이 있었던 것이죠.

최> 그렇습니다. 앞서 헌재는 지난 1996년에는 재판관 7대 2, 2010년에는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사형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요. 헌재는 이번 공개 변론을 실시한 뒤 평의 등 심리를 거쳐 선고 기일을 잡을 예정입니다. 사형제가 위헌으로 결정되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윤> 본론으로 들어가서 사형제 찬반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좀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최> 사형제 찬반토론은 저희가 고등학교 때도 항상 논술시험 이런 거 준비하면 나왔던 단골손님인 것 같은데요. 로스쿨 입학시험 준비할 때에도 열심히 헌법재판소 결정문 찾아보고 했던 것 같습니다. 사형제 존폐를 둘러싼 찬반양론은 아주 다양한데요. 주된 쟁점으로는 ▶ 헌법에 과연 사형제도의 근거가 있는지 ▶ 사형 제도를 통한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지 ▶ 범죄자의 생명권을 다른 이들과 달리 볼 수 있는지 ▶ 오판의 가능성을 사형 폐지 필요성으로 연결할 것인지 ▶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 등의 자책감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이 있습니다.

윤> 그렇군요. 헌법에 사형제도의 근거가 있는지는 어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인가요.

최> 과연 우리 헌법에 사형을 허용하는 명문 규정이 있는지를 따지는 것인데요. 우리 헌법 규정에 ‘사형’이라는 단어가 등장할까요 하지 않을까요.

윤> 제 기억으로는 헌법 규정에 ‘사형’이라는 단어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최>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헌법 제110조 제4항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 대해 설명하면서 단서조항으로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에서 ‘사형’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이 부분이 유일합니다. 헌재는 이 부분에 대해서 “문언의 해석상 간접적으로나마 사형제도를 인정하고 있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윤> 우리 헌법 조문에 사형이라는 단어가 한 번밖에 등장하지 않는군요.

최> 그렇습니다. 사형 제도를 합헌으로 보는 견해는 이를 헌법이 간접적으로 사형 제도를 긍정하는 장면이라고 해석합니다. 사형이 비록 군사재판과 관련한 단서조항에서 비로소 등장하지만 군사재판에만 한정된다는 근거는 없으며, 오히려 사형에 대한 선이해를 기초로 이런 단서조항이 만들어졌다고 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조항의 신설은 민간재판에서도 사형이 선고될 수 있음을 전제로 했다는 해석입니다. 법무부는 13년 전 이 조항을 ‘사형제의 헌법적 근거’라고 주장했고 헌재에서 다수의견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윤> 위헌이라고 보는 견해에서는 이 조항에 대해서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요.

최> 사형제도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이 단서조항이 사형제의 헌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단서조항의 도입 배경에는 사형 선고를 억제하라는 맥락이 있고, 그렇다면 오히려 사형 제도의 심각성만 부각한 것으로서 정반대의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설령 헌법조항이 사형제의 근거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쟁 시나 이에 준하는 상황에서의 범죄에 한해 사형제를 존치시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일반 범죄에 대한 헌법적 근거는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윤> 그렇군요. 그렇다면 사형과 범죄 예방 효과 사이의 인과관계는 어떤가요. 사실 이 부분이 또 중요한 쟁점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최> 그렇습니다. 사형과 범죄의 예방 효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낸 유의미한 통계는 아직까지는 없다고 합니다. 사형 집행이 몇 명의 피해를 막았다든지 하는 연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헌재가 판단할 때까지는 인용된 것은 없었습니다. 이런 현실은 사형이 존치돼야 한다는 쪽에서나 폐지돼야 한다는 쪽에서나 상대측의 주장을 향해 “의미 있는 근거가 없다”라고 비판하는 일로 이어졌는데요. 똑같은 현실을 놓고 합헌론 쪽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속단할 수 없다”고 말하고, 위헌론 쪽에서는 “효과가 실증되지 않았다”라고 맞서고 있는 것이죠.

윤> 헌법재판소가 지금까지 판단한 내용상으로는 어떤가요.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나요.

최> 헌재는 다수의견을 통해 사형이 다른 형벌에 비해 일반적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범죄예방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했습니다. 범죄자가 범죄로 인해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불이익이 커질수록 범죄행위를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봐야 옳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는 곧 사형에 위하력(형벌로 위협함으로서 범죄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힘)이 있다는 논리입니다. 많은 법률가들이 벌금형보다는 징역형이, 단기의 징역형보다는 장기의 징역형이, 유기징역형보다는 무기징역형이 범죄억지력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 이번에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하네요. 사형제도 하면 항상 빠질 수 없는 질문이 범죄자의 인권도 존중해야 하느냐. 이 문제인 것 같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가 있나요.

최>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결국 ‘남의 생명을 박탈한 범죄자의 생명도 존엄한가’ 라는 대목인데요. 이는 범죄자의 생명권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할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공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포기할 객체로 볼 것인지의 가치판단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일반 국민들의 여론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존엄성이나 생명권은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보는 편인 것 같습니다. 2010년 사형제 위헌여부 판단 당시 법무부는 “사형제도 존치에 관한 국민 여론이 폐지 여론보다 2배 이상 높다”라고 했었는데요. 타인의 존엄성을 짓밟은 이들이 본인의 존엄성을 이야기할 때 국민들은 분노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합헌론은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 박탈은 무고하게 살해당한 일반 국민의 생명권 박탈과 다르다는 견해입니다. 극단적으로 그런 두 생명권이 충돌한다면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권 박탈 방지가 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형제로 침해될 범죄자의 사익은 일반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보다 클 수 없다고 헌재는 결정했었습니다. 즉, 국가는 때로 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소중한 가치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는 것이죠.

윤> 반대론자들은 어떻게 이 부분에 대해서 보고 있나요.

최>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헌법 제10조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는 인간은 ‘모든 국민’이라 규정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극악한 범죄자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죠. 사형은 이미 이루어진 법익침해에 대한 응보에 불과하며, 살인자의 사형으로 피살자의 생명이 보호되거나 구원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윤> 그렇군요. 타인의 생명권을 침해한 범죄자에 대해서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인지. 철학적인 문제이고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결국에는 사법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국민 전체의 법 감정, 법 의식 이런 부분을 통해서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최> 그렇습니다. 사형 제도를 폐지한 국가들 중에서 사법적 판단을 통하지 않고 헌법을 개정하거나 법률을 개정해서 입법적인 방법을 통해 사형 제도를 폐지한 국가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국민들의 법감정이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여론이 더 높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국회 입법을 통해 개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윤> 사형제 폐지론의 가장 강력한 근거로는 또 잘못된 판결의 가능성이 있잖아요.

최> 그렇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법관이라도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 있는 것이고 결점이 없는 사법제도는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칫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낳을 사형제가 사라져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져 왔는데요. 또한 사형을 선고하는 법관, 사형 집행을 하는 교도관들의 자책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거도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인간 존엄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윤> 사형을 선고하는 법관, 사형 집행을 하는 교도관들의 인간 존엄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는군요. 반대로 합헌이라는 쪽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요.

최> 사형제를 합헌으로 바라보는 쪽은 다만 이러한 오판 가능성을 형벌 제도 자체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오판의 한계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엄격한 증거조사절차, 판결을 시정할 수 있는 심급제도와 재심제도 등으로 해결해야 할 뿐, 그러한 한계가 곧 사형 폐지의 논리는 될 수 없다는 말이고요. 교도관등의 자책감 역시 목적이라기보다는 ‘부수적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윤> 그런데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로 사형제를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지 않습니까. 굳이 사형제가 위헌이라는 판단까지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25년가량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면 그 자체로 선언적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폐지론자들은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형벌 제도에서 범죄자를 교정, 교화하고 공동체 일원으로서 우리 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더 나은 형태의 형벌 제도로 한 발 나아가는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 그렇군요.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최> 저는 아직은 사회 다수가 사형제 폐지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도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합헌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형제가 필요 없다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퍼질 때까지 정책적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같은 대안을 만들어 시행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마무리)

그렇군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최호웅 변호사화 함께 했습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