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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3월16일(수) <오늘의 시선> 제주신항만 건설사업에 대하여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지 : 매주 수요일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 시간입니다.

오늘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김: 안녕하세요.

지: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김 : 윤석열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인이 제주에서 내건 공약 중 하나로, ‘제주신항만 건설사업’이 있는데요. 혹시 내용에 대해 좀 아시나요?

지 : 솔직히 외부에 알려진 내용이 그리 많진 않은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사업인데, 현재는 표류 중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제주 신항만 건설사업’ 이야기를 하실 건가요?

김 : 네, 윤석열 당선인이 내건 공약인데, 막상 우리 도민들은 그 내용을 잘 모르거나, 관심이 제2공항보다는 덜한 것이 현실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 사업은 정말 제2공항만큼이나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 많은 사업이라서... 공론화의 필요성이 있겠다 싶어서 오늘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지 : 그렇다면 사업 개요부터 살펴보죠. 제주 신항만 개발사업, 어떤 사업이죠?

김 : 사업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려면 ‘제주 신항만’에 집중하기보단 ‘제주항 기본계획’부터 살펴야 하는데요. 제주신항만 개발사업은 제주외항 개발사업과 같이 가는 일종의 ‘짝꿍’ 사업이에요. 제주외항 사업이 먼저 시행되고, 이후에 신항만 사업이 진행되는 순이죠. 그래서 이를 포괄하는 ‘제주항 기본계획’ 이야기를 우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 : 제주항 기본계획. 지역별 항만에 대한 기본계획은 해양수산부가 10년 단위로 고시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사업 개요를 살피려면 그동안 고시된 기본계획 내용부터 살펴야겠군요.

김 : 맞아요. 2011년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제3차 전국항만기본계획’을 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를 계획 시점에 두고 있는데요.

당시 제주항 개발계획의 기본 방향은 원활한 화물처리와 여객수송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과 크루즈 터미널과 친수공간을 만들어 해양관광 인프라를 환충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습니다.

지 : 2011년 당시 제주항 개발의 키워드는 ‘화물’, ‘여객’, ‘크루즈’, ‘관광’. 이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겠군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항만 개발의 방향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는 것 같습니다. 항만이라면 응당 감내해야 할 목표치를 그저 나열한 듯한 느낌도 들고요.

김 : 그렇죠. 당시 제주도는 국제관광 수요가 늘어날 것이 예측되는 시점이었고. 그런 점이 개발방향의 큰 축을 차지하는 분위기였는데요. 항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제주 개발과 관광 붐이 일 것으로 보이니까 이를 대비하기 위해 조금씩 다 개발을 해두자. 이런 취지의 항만 개발계획이었던 것 같아요.

첨언하자면 당시 계획에는 “개발 시 해양경관 보존, 녹지와 해양공원 및 해변 산책로 조성” 이런 주문이 담겨 있었고. “항만의 경관성을 제고하고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주외항 근처 가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항만 때문에 아름다운 제주 해양과 주상절리 경관이 가려지는 것이 현실이라서... 안타깝게도 이 주문은 지켜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 : 당시 그런 주문도 있었군요. 앞서 2011년 당시 사업계획에 대한 설명 해주셨는데. 지금 시점에서 어떤가요? 당시 계획대로 대부분 사업이 이행됐나요?

김 : 아뇨, 절반도 다 완료되지 못했는데요. 2011년 제주항 개발계획을 보면 해양 매립이 예상되는 범위는 탑동에서부터 화북포구 가기 전까지요. 제주항을 기준으로 오른쪽과 왼쪽 부분 매립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현재는 제주항의 오른쪽 부분. 즉, 화북지역 앞바다 부분에 ‘제주외항 1단계사업’이라고 불리는 계획만 완료가 됐습니다. 4.3 잃어버린마을 별도봉 앞에 펼쳐진 부분이 해당돼요.

반면, 진행되지 못한 계획은 탑동 앞바다에 예정되었던 유람선 접안시설 2곳과 요트계류장 건설사업이 있고요. 이밖에도 제주외항 2단계사업로 불리는 항만시설 설치사업도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지 : 정리하자면, 2011년 고시된 제주항 개발사업 내용 중, 제주외항 일부만 공사가 진행됐고. 나머지는 현재까지 거의 진척이 없었다는 건데요. 이유가 뭐죠? 또 2011년 이후, 현재 시점에서 변경된 사업 내용이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김 : 네, 말씀주신 대로 중간에 사업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2016년경 해양수산부가 제주신항만 기본계획과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에 대한 고시를 하면서, 사업 규모가 엄청나게 확장이 된 겁니다. 사업 규모 확장 시점은 좀 더 이전일 수도 있긴 한데... 어쨌거나 주목할 점은 2011년 계획과 비교했을 때 사업 규모가 몇 배 이상 커졌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제주신항만’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면서 이상할 정도로 사업 규모가 커졌어요.

지 : ‘제주신항만 사업’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면서, 사업 덩치가 급격하게 커졌다는 건데요. 규모가 얼마나 되죠?

김 : 이미지로 보여드리면 좋은데, 좀 아쉬운데... 2011년과 2020년 계획을 비교하면 수용가능한 선적 규모에서 최소 세 배 이상 차이가 나요.

2011년에는 현 제주신항만 예정지에 500GT 선적 규모 2곳과 요트계류장 계획이 있었는데요. 2020년 와서는 15만GT급 2선석, 15만GT급 2선석, 1만GT급 7선석 등으로 급격하게 규모가 확장됐고요.

반면, 제주외항 예정지의 규모는 2011년과 현재 거의 동일합니다. 바다를 매립하고 만든 부두에 어떤 선적을 주로 입항하게 만들 것인가, 여기에 대한 계획만 조금씩 바뀔 뿐이지 매립 규모나 화북천 옆 부분과 제주외항 사이 다리를 연결한다는 계획 등 큰 가닥은 같습니다.

지 : ‘제주신항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탑동 앞바다 항만개발에 대한 사업 규모가 커졌다는 건데요. 기존 500GT급 부두 2곳에서, 지금은 15만GT급 부두 2곳으로 확장되는 등 규모가 상당합니다. 그렇다면 이유가 궁금한데요. 이처럼 규모를 갑자기 확장시킨 이유는 뭐죠?

김 : 2016년, 해양수산부는 제주도에 입항할 크루즈가 계속 늘어나고, 관광객 수요도 늘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제주신항만을 건설해야한다 밝혔는데요. 실제로 당시 자료를 보면 2016년 제주에 입항한 국제크루즈는 총 506항입니다. 다만, 2017년부터 급격하게 수가 줄어드는데 2017년 97척, 2018년 20척, 2019년 27척 등으로 상당히 저조한 성과를 보이고요. 2020년에는 입항이 한 건도 없었고, 2021년 이후부턴 아시다시피 코로나19 상황으로 더 악화됐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도 앞으로의 크루즈 입항 전망이 밝을 거라고 단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2016년 호황기 때를 기준으로 세워진 제주신항만 건설사업을 지금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생각해봤을 때. 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 : 2016년과 달리 사드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여기에 코로나 상황이 더해지며 제주 크루즈 시장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라는 건데요. 그럼에도 향후 언젠가 도래할지 모를 ‘제2의 크루즈 호황기’를 대비하기 위해. 항만 확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김 : 네, 일리가 있는 말인데요.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일단 제주의 환경수용력 문제, 그리고 예상되는 주민 갈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2공항 사업도 ‘‘환경수용력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시민단체 통해 꽤나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제주신항만 사업 또한 같은 맥락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이 사업이 시행되면 이전에 제주 탑동 해안가가 매립된 규모보다 10배 이상 큰 규모로, 약 128만 제곱미터. 쉽게 말해 축구장 면적의 두 배에 약간 못 미치는 규모로 해양 매립이 예상되거든요. 이렇게 되면 해양생물은 당연히 영향을 받겠고, 매립 예정지 바로 앞에 있는 화북천 같은 경우는 기수갈고둥, 멸종위기 보호생물이 살고 있는 등 환경훼손 논란 때문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아직은 사업 내용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심각성을 시민들이 잘 모르시는데, 좀 더 알려지고 공론화되면 아마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크고요. 항구 옆에 살면 매연은 물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뱃고동 소리 때문에 잠을 자기가 힘들거든요. 작년에 제가 제주외항 앞쪽에 사시는 화북 주민분들 찾아가서 얘기 들어보니 매연이랑 소리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고. 민원도 여러 차례 넣었는데, 해결이 안 된다고 호소하시더라고요. 지금도 이런데, 규모가 몇 배 더 큰 항구가 생기고, 드나드는 배도 많아지면 주민 고통은 더 커질 겁니다.

지 : 언급해 주신 우려사항은 어디까지나 김은애 기자가 예상하는 내용이고, 이외에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김 : 정부가 전망하는 긍정효과로는 관광객이 늘면, 그로 인해 인근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는 내용인데요. 이것도 사실 저는 좀 회의적인 것이 크루즈 관광객은 그 지역에서 돈을 별로 안 써요. 다 크루즈에서 해결하고, 그나마 돈 쓰는 건 면세상품 구매하는 데 많이 쓰고요. 그래서 낙수효과는 미비할 거라는 목소리도 사실 시민단체 통해 나온 지 오랩니다.

지 : 상당히 회의적인 전망을 해주셨는데. 그러면 제주신항만 사업.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인 만큼 추진 가능성이 점쳐지는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나 통과해야 할 절차에는 무엇이 있죠?

김 : 사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인 제주신항만 사업만 놓고 보면, 당장 추진은 어렵습니다. 제가 해양수산부랑 제주도에 문의를 해보니 신항만 사업을 하려면, 그 이전에 제주외항 2단계 사업이 완료가 되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크루즈 입항도 예전 같지 않아서 사업 계획도 전면 수정이 필요하고요.

그런데 막상 제주외항 2단계 사업도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제주외항사업은 제주도 사업인데, 전액 국비로 진행돼요. 그렇기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바로 최소 연간 크루즈 260척 이상 입항해야 한다는 조건인데요. 그래야 사업이 경제논리 관점에서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요.

하지만 지금 보면 현실적으로 연간 260척 제주항 입항 조건은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잖아요? 따라서 제주도는 사업 목적 등 계획을 일부 수정해서 사업타당성 재검토를 위한 용역을 현재 발주한 상태입니다. 용역이 끝나고 사업타당성 재검토가 통과되면 비로소 사업 추진의 명분을 얻게 되는 거고요.

그렇다고 사업에 순풍이 부느냐? 그건 또 아니고, 실시설계와 함께 전략환경영향평가도 진행이 됩니다. 그리고 아마 이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공론화가 이뤄지면, 제2공항만큼이나 논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지 : 탑동 매립지의 10배 이상 규모 해양 매립이 예상되는 사업인 만큼, 공론화가 좀더 빨리 이뤄지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끝으로 한 말씀 해주시죠.

김 : 맞습니다. 제주도와 해수부가 적극적으로, 지금부터라도 이 내용들을 도민들에게 알리고, 함께 머리 맞대고 더 좋은 방향을 고민해 보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2016년 상황과 지금 상황이 다른데. 왜 같은 사업내용을 두고 하냐 마냐를 거론해야 하는지 좀 답답하고요.

또 왜 항상 이런 대규모 개발사업을 도민들은 제일 늦게 알게 되며, 정부와 제주도가 이미 다 계획을 짜둔 상태에서 통보받아야 하나. 때론 좀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내용을 알게 됐을 땐, 사업을 저지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러니 제주 신항만 개발사업과 제주외항 2단계개발사업 만큼은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하기에 너무 늦어버리지 않도록. 도민 여러분 앞으로 많이 관심 갖고 이 개발이 과연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규모는 과연 적정한가. 의문 갖고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지 : 그렇군요.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