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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2월13일 (월)요일 <로스쿨> ‘난민’에 대한 이야기 (최호웅 변호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연말이 되니 가족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고향을 버리고 떠나온 사람들의 이야기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윤> 난민. 막연하게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사람들을 난민이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난민은 법적인 용어인가요?

최> 네 그렇습니다. 우리는 난민의 지위와 처우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난민법을 두고 있는데요. 난민법에서 말하는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이하 “상주국”이라 한다)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을 말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윤> 우리나라에도 난민법이 있군요.. 난민법은 언제 제정된 건가요?

최> 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했습니다. 1994년부터 난민 심사를 시작했고요. 2013년에는 난민법을 시행하고, 난민 지위 인정 절차를 정비하고, 처우와 권리를 법률로 구체화하는 등 난민 문제 해소를 위한 법적 체계도 마련했습니다.

윤> 법이 있다고 해도 일반인들에게는 아주 생소하고, 난민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가지는 국민들도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최> 네. 유엔난민기구 자료에 따르면 2010∼2020년 11년간 한국은 5만218건의 난민 지위 여부를 심사했는데 그 중 난민 지위를 인정한 사례가 655건(1.3%)으로, 난민인정률(결정 건수 대비 인정 비율)이 G20 소속 19개 국가 중 18번째로 최하위권이었습니다. 난민에 대해서는 굉장히 수용하기가 어려운 사회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국민들이 워낙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이니까요.

윤> 2018년이었나요.. 제주도에도 5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한꺼번에 입국해서 난민 인정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웠었던 것 같은데요.

최> 네, 예멘인들이 한꺼번에 많은 수가 입국했었죠. 예멘인들이 2015년 시작된 내전을 피해 예멘을 떠나서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가 가능한 말레이시아로 탈출했다가, 체류 기한 연장이 안 되자 무사증(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로 들어왔죠. 그 때 500명 중 484명이 난민 신청을 했는데요,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합니다. 언론인 두 명이었는데 그들이 작성한 기사 때문에 납치 살해 협박을 받았고, 돌아가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돼서 난민 인정이 되었죠.

윤> 2명밖에 난민 지위가 인정이 되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최>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거나, 난민신청을 철회한 사람을 제외한 412명은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을 받았습니다.

윤>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은 어떤 것인가요?

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이란 난민에는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체류허가를 받은 외국인을 의미합니다.

윤> 난민과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을 받은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요?

최> 난민은 생계비, 주거시설, 의료시설, 교육(초등교육 및 중등교육)등을 받을 수 있도록 법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1. 12. 1. 서울행정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는데요. 난민이 전세임대주택 신청했는데 반려되었어요. 외국인은 공공임대주택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요. 재판부는 난민협약에 따른 난민의 권리에 관한 각종 규정은 국내법의 효력을 가진다며 그런데도 난민신청자는 협약에서 보장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고, 난민에게 사회보장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면 관계법령에서도 이에 대한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 난민이라면 국민과 마찬가지로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할 자격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재판부가 판단했죠. 결국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받는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 있는 판결이 나온 것입니다.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사회보장을 받지는 못합니다. 다만 취업 활동은 가능해집니다. 각종 사회보장을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으로 지원받는 난민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 난민 지위 인정이 절실한 이유가 있네요. 궁금한 부분이 있는데 만약 부모와 자녀가 함께 난민 신청을 한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함께 난민 지위가 인정되나요?

최> 아주 유명한 사건이 있습니다. 이란에서 온 김민혁군 사건인데요. 김민혁군의 아버지는 사업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고, 아들 김민혁군도 한국에 따라 왔어요. 김민혁군은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국에 와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를 따라 교회를 다니게 되었어요.

윤> 이란이면 이슬람 국가 아닌가요?

최> 네, 맞습니다. 이란에서 종교를 바꾸는 건 사형까지 당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하는데요. 민혁이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기독교로 개종을 하게 되었고, 아버지까지도 개종을 했습니다. 김민혁군은 그 사실을 이란에 있는 고모에게 알렸는데 김민혁군 부자는 개종 사실을 들켰기 때문에 이란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고, 2016년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들의 난민신청을 허락하지 않았고, 소송까지 진행했지만 패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윤> 그 때 김민혁군 친구들이 국민청원을 하고, 시위를 하고, 언론에도 알렸죠? 공론화되면서 김민혁군은 결국 난민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최> 네 맞습니다. 김민혁군은 2018. 10. 자기 종교를 숨기고 이란 이슬람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충분히 공포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결국 난민 인정을 받았습니다.

윤> 그럼 김민혁군은 난민 인정을 받았는데 아버지는 난민 인정을 못 받은 건가요? 아직 민혁군이 어린 데 아이 혼자 남겨두고 아버지는 이란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요? 민혁군의 아버지도 개종 사실이 알려지면 처벌을 받을 수 있지 않나요?

최> 김민혁군의 아버지는 난민재심사까지 신청했지만 난민 불인정 통보를 받았고요, 법무부는 민혁군의 아버지가 난민협약에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신, 민혁군이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1년 기한의 인도적 체류허가만 받았습니다.

윤> 그럼 민혁군을 두고 1년 후에 아버지는 돌아가야 하는 건가요?

최> 그런 상황에 놓여있었는데요. 다행히도 2021. 5.에 법무부의 판단을 뒤집고 서울행정법원에서 아버지의 난민 지위를 인정해주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개종 사실은 믿을 수 있고', '본국에도 널리 알려졌으며', '가족이 함께 살아갈 권리 즉 가족결합권에 따른 인도적 요청에 따르더라도 난민 지위가 인정되어야 한다'라며 법무부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가족결합권. 법에도 따뜻한 가슴이 있다고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윤> 가족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런 내용이 법으로 보장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실제 현실에서 이렇게 인정이 되지 않아 소송을 통해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최> 그렇습니다. 난민법 제37조에 의하면 법무부장관은 난민인정자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자인 자녀가 입국을 신청하는 경우 입국을 허가하도록 되어 있어요. 가족결합권이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죠. 그런데 부모의 경우에는 가족결합권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난민인정자의 배우자나 자녀는 가능하지만, 자녀가 난민인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부모까지 인정하는 규정은 없는 것이죠. 이렇게 규정하는 것이 맞는지. 어떤 가족은 되고. 어떤 가족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이번 판결에서는 난민의 가족결합권의 근거를 난민법이 아닌 헌법에서 찾았습니다.

윤> 아. 헌법에서 아버지의 난민 지위를 인정할 근거를 찾았다고요?

최> 그렇습니다. 헌법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져야 할 권리,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위 헌법의 기본권에서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있고, 이 가족생활이라는 것이 결국 가족이 결합해서 함께 살 권리를 말하는 거죠.

윤> 법이 한 가족이 함께 살 권리를 보장해주고. 생이별을 시킬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도 무겁게 다가옵니다. 난민으로 인정받는 경우에는 이번에 나온 판결을 통해서 가족이 생이별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아까 말씀하신 인도적 체류허가의 경우에는 그런 권리마저 없을 텐데 얼마나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가슴 아픈 생이별을 겪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최> 그렇습니다. 한국의 인도적 체류를 인정받은 3000여 명 정도의 시리아, 예멘 난민들은 전쟁과 박해를 피해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한국에 와서 쫓겨나지 않을 지위는 얻었지만, 가족들을 데려올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법무부가 ‘가족결합권에 의한 난민인정’은 오로지 ‘난민인정자’에게만 가능하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과 생이별 상태에서, 여권이 만료되면 가족을 만나러 나갈 수도 없고 가족을 데려올 수도 없는 처지의 ‘이산가족’인 난민들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난민이 함께 살 수 있는 가족결합권’이 누구에게 주어지는지의 문제이고, 우리 법무부는 ‘난민’은 되지만 ‘준난민(난민의 지위를 받진 않았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안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온 난민은 가족이 서로 함께 살 권리가 없는 걸까요? 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차별을 받아야 하는 걸까요?

법무부의 협소한 판단에 대해 이번 행정법원 판결이 제동을 걸어준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 행정법원의 판결이 연말이라서 더 의미있 고, 더 가슴 깊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난민은 자기 나라에 돌아가면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이거든요. 깊은 고민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최> 2010년부터 한국에 살아온 민혁군과 그 아버지 A씨에 대해 드디어 11년이 지나서야 한국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길의 단초가 열린 것인데요. 이 판결은 A씨의 가족에게만 문을 연 것이 아니라, 같은 처지에 있는 수많은 난민이 이산가족으로 살아가거나, 그렇게 찢어져 추방하게 되는 것을 방치해온 법무부에 새로운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법무부의 협소한 판단에 따라 난민 가족들이 찢겨가며 수많은 문제와 비극들이 생겨왔는데요. 사회적 소수자 중 하나인 난민의 입장에서 그 권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회적 자리를 찾아가며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난민도 가족이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정하고 가족결합권의 범위와 주체를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맞게 운영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최호웅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