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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2월15일 (수) <오늘의 시선> 제주대학교 총여학생회 폐지 투표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윤 : 지난 10월과 11월에는 ‘탈코르셋 운동’에 관한 주제를 다뤘죠. 한 달 만에 만났으니, 다시 요약을 좀 하면서 오늘 이야기 시작해보죠.

김 : 10월에는 탈코르셋 운동의 의미를 짚었고, 또 11월에는 연장 선상에서 탈코르셋 운동에서 우리가 봐야 하는 것들을 짚었어요. 다시 한 번 탈코르셋 운동의 정의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여성에게 긴 머리나 몸매를 강조하는 옷, 화장 등 신체를 꾸미는 것을 꾸밈노동이라고 보고요. 여기에서 자유로워지려는 운동을 가리켜서 탈코르셋 운동이라고 합니다. 최근 들어서 탈코르셋=페미니즘이다, 아니다라는 소모적인 논쟁보다 탈코르셋 운동은 결국 여성다움 남성다움을 탈피한 자기 자신이라는 본질을 들여다 보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어요.

윤 : 네,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해오셨을지 궁금하네요.

김 : 오늘도 큰 맥락에서 보면 지난 주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에 언론 보도로 접하시기도 하셨을 텐데요. ‘제주대학교 총여학생회 폐지 투표’를 지역사회에서, 또 오늘날의 한국사회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있는지, 또 논란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려고 해요.

윤 : 아 네, 결국은 투표가 부결이 되어서 존속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하죠?

김 : 네, 후보자가 나오지는 않아서 공석이기는 하지만, 폐지 투표 자체는 부결이 되어서 존속하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윤 : 이걸 다행이라고 봐야하나요, 어떻게 봐야하나요? 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김 :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더라고요. 2018년부터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의 존재 자체를 의문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폐지 투표들이 진행이 되어왔고요. 현재 총여학생회가 남은 대학교가 별로 없어요. 그런 점에서 안도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모바일 기반인 커뮤니티에서는 요즘 말로 ‘화력’이라고 하죠? 폐지에 화력을 보탰던 학생들은 말도 안된다 이런 반응도 있어요. 이런 반응들을 포함해서 어떻게 봐야할지는 오늘 찬찬히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죠.

윤 : 아, 2018년부터 이런 흐름이 있었군요.

김 : 넓게 보자면 2010년대에 들어서서 줄곧 이어진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경향신문 7월 보도를 보면, 서울 소재 대학교 49곳 중 총여학생회가 있던 곳 25곳에서 20곳이 폐지돼 5개교만이 총여학생회가 남아있다고 해요. 총여의 존재를 의문시하게 된 배경은 전국에서 총여학생회가 등장하던 1980년대에 비해 학내 여권뿐만 아니라 사회적, 제도적 성평등이 이뤄졌고, 오히려 총여학생회의 존재가 남학우들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지적 등이 맞물렸어요. 예전처럼 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자치운동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으면서 후보자가 더 나오지 않는 학교들도 있고요.

윤 : 굉장히 복잡한 흐름이 있는 것 같은데, 원인이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긴 어렵겠네요.

김 : 그런 가운데서도 2018년부터 더욱 총여학생회 폐지 논란이 거세진 계기가 있기 때문이에요. 2030대를 중심으로 2015~6년 페미니즘 대중화가 확산되면서, 이런 현상에 반발을 가리키는 백래쉬도 커져갔죠. 대학 내에서도 페미니즘 물결이 번져가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총여학생회의 존폐가 모바일 기반 커뮤니티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거예요. 특히 2018년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페미니스트 작가의 강연을 둘러싸고 총여 재개편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결국에는 총투표로 커지면서 이슈화가 됐어요. 같은 해에 이런 문제가 불거진 곳이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에서 반복되면서 주목을 받았어요.

윤 :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총여학생회가 폐지되는 흐름이긴 했지만 2018년에 더 본격적으로 진행됐다는 말씀이시죠?

김 : 네, 앞서 말씀드렸지만 학내 대의 정치체인 학생자치가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도 지배적이고, 사회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성 평등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총여학생회가 더 존속할 이유가 있느냐는 의문은 타당해 보이기도 하죠. 더군다나 총여학생회의 출범 자체가 학내 여권 신장과 성 평등을 목표로 삼고 있었으니, 이 목표가 성취되었다면 해체도 자명한 것이겠지만요. 학내에 총여학생회가 아닌 인권센터라든지, 성평등기구 등이 생기기도 하면서 겉으로는 차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더더욱 총여학생회의 존재 자체가 의문시되어온 것 같습니다.

윤 : 어떤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나요?

김 : 2010년대 이후 줄곧 각 학교 총여에 제기되어온 지적 사항들은 학생회비는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똑같이 내는데 왜 생리대 배부라든지, 자궁경부암 주사비 할인, 수면실 운영 같은 여성복지사업은 여성에게만 이뤄지느냐? 혹은 똑같이 학생회비를 내는데 왜 투표권은 여성에게만 주어지느냐? 같은 것으로 쏠리게 되었고, 이에 젠더 이슈보다는 보편적 인권 사업을 수행하는 반응을 보이는 곳도 있었어요. 실제로 젠더 이슈를 다루면 ‘쟤네 페미 아냐?’, ‘페미총여 퇴진하라’ 같은 반응들이 학교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결국에는 총여 존폐를 가르는 투표까지 이어지게 된 거고요. 아까 백래쉬에 대한 언급을 잠깐 했는데, 여러 언론 보도에 나오기도 했는데요. 남학우들의 절대적인 폐지, 혹은 재개편지지 양상의 중심에는 마치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에 대학 내에서 페미니즘을 재판하는 듯한 성격을 띠기도 한다는 점이 의미심장한 거죠.

윤 : 제주대학교는 어떤가요? 비슷한 양상인가요?

김 : 네,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비슷한 시기인 2018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또 학보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지기 시작했어요. 총여의 역할이 과연 뭐냐, 총학생회의 여성국이 있는데 복지사업은 충분히 수행 가능하지 않냐, 별도의 기구로 있어야 할 당위성이 뭐냐, 학내 인권센터도 설치되어있는데 학교 본부에서 운영하는 곳이 훨씬 더 권한이 막강하고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냐, 이럴 거면 다른 학교처럼 인권위원회로 재개편해라 이런 요구들이 있었어요. 사회적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요. 이런 분위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총여학생회 후보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투표까지 이르게 된 거죠.

윤 : 그런데, 아까부터 귀에 자꾸 꽂히는 대목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문제가 자꾸 제기되고 있다는 거예요. 학내 논의 구조가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진 것 같네요. 실제로도 영향력이 센 편인 거죠?

김 : 이 현상을 복잡하게 하는 것도 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존재를 어떻게 볼 것이냐까지 섞여있기 때문도 있어요. 이 온라인 커뮤니티는 실명제가 아니라 익명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게시물이나 또 익명에 기대서 필터링 없는 주장들이 화제가 되는 함정도 있죠. 학보사만 하더라도 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는 소재를 취재해서 보도해도 되느냐는 물음을 받고 있기도 해요. 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학내의 공식적인 공론장으로 보는 것이 맞는가? 여기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정치적 주체들을 어떻게 볼 것이냐? 이들이 불을 지핀 논란의 화력을 과연 얼마만큼 신뢰할 것이냐는 질문도 뒤따르죠. 그래서 총여 폐지를 둘러싼 학계의 분석에서도 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목한 논문들이 있어요.

윤 : 그렇군요.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서도 익명의 누리꾼들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질문도 어려운 문제죠.

김 : 이게 학교여서 더욱 어려워지는 건, 당장 내 옆에 있는 학우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게시물을 올리고 댓글을 쓴다는 것 때문이에요. 누군가 실제로 존재하는 나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온라인에 글을 쓴다는 공포감이 작용하게 되는 거예요. 존립 여부를 투표에 부칠 때도, 이걸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 거죠. 많은 학교에서도 이런 투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인 거예요. 수치로 나타나는 압도적인 찬성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익명으로 가해지는 비난이 더욱 총여학생회의 존재를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죠.

윤 : 그런 점이 다르겠군요.

김 : 네, 그래서 이 온라인 커뮤니티 자체에 대한 논란도 좀 있어요.

윤 : 위상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대학교를 예부터 상아탑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지식의 전당이라고도 부르기도 했는데 그런 점에서 이 사안은 결코 가볍지 않아 보입니다.

김 : 대학 내 총여학생회의 존재가 갖는 의미야 어느 대학이든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제주대학교 총여학생회에 무게를 좀 더 싣게 되는 건 지역사회에서, 또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제주대학교가 가지고 있는 위치 때문이기도 하고요. 또 제주대의 학생자치기구는 지역사회 정치의 현실을 반영하는 축소판이기도 하면서 사회 진출의 첫발을 떼는 출발선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여태까지 총학생회 회장이든 부회장이든 여성이었던 적이 없거든요. 학내 풀뿌리 정치영역에서의 여성대표성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한 셈이죠.

윤 : 그런 면이 단지 제주대 재학생만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군요.

김 : 네, 오늘 제가 이 주제를 굳이 다루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대학의 총여학생회가 가진 복잡한 위치성에 더해서 지역사회 안에서 갖는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는 단지 재학생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볼 사안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내내 말씀드리기도 했지만, 사회적으로 여러 장치들이 더해지고, 제도적 성평등이 이뤄졌음에도 해소되지 않는 젠더 이슈들이 존재하고, 당사자가 갖고 있는 정치성이 있다는 점에서도 총여학생회가 가진 위상을 단지 존속이냐 폐지냐로 잘라버릴 순 없다는 거죠. 이번 투표가 부결되면서 존속으로 일단락이 되었는데, 향후 어떤 지향을 가지고 가야할지도 모색해봐야 하는 시점이에요.

윤 :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관심을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김 : 대학 내 총여 폐지가 이슈화되면서, 앞으로는 학내의 페미니즘 운동도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어요. 자치기구를 경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도 또 어떤 틈새에서 싹이 자랄지도 시간을 가지고 살펴봐야 할 부분이겠죠?

윤 : 네, 다음에 또 관련된 소식 들려주시면 좋겠네요.

2022년의 만남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