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8월25일 (수) <오늘의 시선> 공직사회의 꼼(?)수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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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윤 :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김 : 오늘 주제는 ‘행정의 꼼수’라고 잡아봤는데요.
이야기에 앞서 간단한 질문 하나 드릴게요.
“회사에서 매우 큰 실수를 개인적으로 저질렀다. 그런데 상사가 나를 불러서 문책하려 한다” 이런 상황을 가정했을 때. 내가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는 뭘까요?
1번. 일단 혼나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내가 한 일이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민다.
2번. 내 잘못이니 솔직하게 시인하고, 해결방안을 찾는다.
윤 : 정말 쉬운 질문 맞네요. 당연히 2번,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겠죠.
김 : 그렇죠. 너무나 당연한 건데요.
문제는 이 당연한 일이 제주의 공무원 혹은 그에 준하는 공공기관 관료, 정치인 사이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제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취재를 하다 보니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거짓말하는 공무원 혹은 정치인 사례를 꽤 자주 접하게 되는데. 그중에 자잘한 거짓말들은 제외하고, 혈세 낭비라든지, 주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든지, 도민의 알 권리를 훼손한다든지. 이런 굵직한 사회문제와 관련된 거짓말 위주로 소개를 좀 해볼까 합니다.
윤 : 거짓말, 꼼수.. 이런 표현을 사용하셨는데요, 궁금합니다.
그럼 어떤 것들이 있는지, 김 기자께서 취재하며 직접 겪어본 것들을 바탕하고 정리하신 거겠죠?
김 : 네, 가장 최근 사례부터 얘기해볼게요.
지난번 방송 통해서 소개한 적이 있는 화북천 불법 매립 의혹과 관련된 내용인데요.
지금 화북천 주변 지역이 이 건으로 엄청 시끌시끌 하거든요. 화북 지역 주민들은 1992년경에 제주도가 불법으로 화북천 일부를 매립했다 주장하고요. 제주도는 불법매립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양측 말이 다른 상황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 : 화북천 매립이 불법이다, 아니다를 따지려면 이를 허가한 서류가 존재하는가 살피면 될 일 아닌가요?
김 : 그렇죠. 단순하게 접근하면 쉽죠.
그래서 제가 제주도청이랑 제주시 측에 문의를 했어요.
화북천 매립을 허가한다는 서류가 있는가, 있다면 공개해 달라. 이렇게요.
그러면서 이거 외에 하천정비사업이라던지 하수관거 정비사업, 화북천 멸종위기종 모니터링에 대한 보고서 등등 다른 현안에 대한 자료도 함께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 담당자가 처음에 하는 말로는 공개가 불가하다는 거예요. 지금 화북천 불법 매립 의혹 관련해서 경찰이 조사 중인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개가 불가하다고요. 이거, 거짓말입니다.
윤 : 정보공개법의 예외 조항에 따라, 때로는 정보를 ‘비공개’ 처리해도 무방하지 않나요? 실제로 수사 중인 사안이고, 정보 공개로 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 정보 공개를 보류할 권한이 제주도에 있습니다만. 어떤 부분이 거짓이라는 거죠?
김 : 수사 중인 사안이 아닌 것까지 모두 포괄해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정보 공개가 불가하다’ 통보한 사실이 거짓인데요.
예를 들면 제가 청구한 내용 중에 지금 화북천에서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데, 이곳에 멸종위기종인 기수갈고둥이 서식하고 있다. 혹시 보호 대책을 수립했는가? 물었던 부분이 있어요. 이건 경찰 수사 중인 사안이 아니거든요. 애초에 고발된 사안이 아니라서요. 그런데 제주도청 측에서는 다 수사 중이라 답변이 불가하다는 겁니다. 결국 제가 이 부분은 따지고 들어서야 일부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사례를 이렇게 구구절절 소개한 이유는요. 이처럼 수사 중, 혹은 감사 중이라는 이유로 행정의 결제서류나 공공기관 이사회 회의록을 비공개 처리하는 사례가 너무 많아서예요.
이런 식으로 행정 입맛대로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리고, 밀실에서 행정을 집행하면 안 되죠. 이건 도민에게서 행정을 감시할 권한을 빼앗는 행위와 같다고 봅니다.
윤 : 그러면 경찰 수사 중이라 자료 제공이 불가하다는 화북천 불법 매립 의혹, 이와 관련된 서류는 받아보셨나요?
김 : 아뇨. 이건 수사 중인 사안이라 공개가 안 된다고 하네요. 행정소송으로 가면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제주시 측에 따로 문의를 넣어둔 상황이고요.
사실 이것도 복잡할 게 하나도 없어요. 과거에 화북천을 합법적으로 매립했다? 그렇다면 그냥 공유수면 점용허가서를 공개하면 될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 쉬운 걸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주민 입장에서나 기자 시선에서나 이런 행정의 태도가 수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윤 : 정보공개청구 제도의 예외조항을 편의대로 해석해서, 공개해야 할 서류를 숨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내용인 것 같은데.
혹시 이번 화북천 사례 말고도 비슷한 일이 있었나요?
김 : 엄청 많아요. 기억나는 것들만 추려도 두어가지 있는데요.
우선 제주문화예술재단 재밋섬 부동산 매입 건과 관련해서 재단 측이 회의록 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요. 계속 문제 제기해서 받아냈고요. 보니까 역시나 문제가 많더라고요.
이외에도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영화제 사업이 있는데, 한 업체에 이중 지급하는 게 아니냐는 이슈가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 이중지급이 맞나 사업내용을 비교해보려고 사업계획서를 요청 하니 공공기관임에도 ‘정보공개 불가’ 처리를 하더라고요. 제3자의 기술이나 보안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면서.
그런데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사업에 대한 내용은 비공개 사유가 되기 힘들거든요? 이런 사실을 피력하고, 기사로도 문제를 여러 번 지적하고 나서야, 겨우겨우 서류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류 내용을 검토해보니 예상했던 문제가 있었고요.
윤 : 행정에서는 안 주려고 했던 서류들. 우여곡절 끝에 받아본 결과 “우려했던 문제가 존재했음”을 확인했다는 건데요. 그러면 김 기자는 행정이 일부러 거 비공개 사유를 만들어서, 정보 제공을 피했다고 보시는 건가요?
김 : 네, 제가 소개한 이 몇몇 건에 한해선 그런 의혹을 갖고 있습니다.
행정이 처음에 기를 쓰고 안 주려고 하는 서류들 있잖아요. 겨우겨우 받아서 보면, 안 주려고 했던 이유가 납득이 돼요. 지적할 사안들이 많이 보이거든요.
이걸 행정 스스로도 알고 있으니 관련된 내용을 공개하기 꺼린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윤 : 지금까진 도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행정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또 뭐가 있을까요?
김 : 애당초 사업 진행이 힘든 상황에서, 이를 억지로 진행하려다 보니 저지르게 되는 행정의 ‘꼼수’가 있는데요.
예를 들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행정은 서귀포 지역 차량 정체 문제 때문에 도로를 새로 뚫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진짠가 싶어서 알아봤더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를 뚫으면 차량 정체가 더 심해집니다. 도로 뚫으면 차량 정체가 심해진다는데. 용역 결과대로라면, 수십, 수백억짜리 사업 진행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데도 제주도는 기어코 도로를 뚫겠다며 강행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윤 :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환경영향평가를 피하려고 쪼개기 발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죠. 어쨌거나 제주도는 용역 결과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사업 시행을 한다는 거군요.
김 : 시민 입장에선 복장이 터지죠. 행정이 거짓말하는 정황을 다 포착하고, 문제도 제기했는데. 주민 목소리는 다 무시당하고 있으니까요.
이것 외에도 재밋섬 부동산 매입 때 당시 박경훈 이사장이 거짓말한 사실도 감사위원회를 통해 드러난 적이 있어요. 기억하실는지 모르겠는데, 당시 건물 매입이 진행된 상황에서 제주문화예술재단에 대한 회계감사가 이뤄졌거든요. 이때 도 감사관이 박경훈 전 이사장에게 재밋섬 부동산 매입 진행상황을 물었고, 박 전 이사장은 진행된 바 없다고 거짓말했습니다.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를 방해하면서까지 그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참으로 궁금할 따름입니다.
윤 : 이처럼 행정이 고의적으로 시민을 속이거나 도 감사위를 속인 사실이 밝혀졌을 때 취해지는 조처가 있나요? 관련된 처벌 규정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김 : 공무원 행동강령에 보면 직무권한을 이용해 부당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제13조3에 관련 규정이 해당한다고 보여지는데.
일단 제가 경험한 바로는 누가 이 문제로 행정을 고발하거나, 언론 등을 통해서 문제가 이슈화되기 전까진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이고요. 혹 문제가 커져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하더라도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에 그치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으로썬 공무원 스스로가 윤리의식을 가지고 공무를 수행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윤 : 그러면 공무원 외에, 제주 지역 정치인의 거짓말이나 꼼수 관련해서 하실 말씀이 있는지요?
김 :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원희룡 전 지사죠. 송악선언까지 하면서 제주의 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거잖아요. 그런데, 원 전 지사가 승인한 사업들을 보면 대부분이 개발 사업이에요. 특히 도로를 새로 뚫거나 확장하는 사업이 상당했는데요.
최근 이슈로는 영리병원 논란이 재점화된 건이 있는데. 지금 제주도가 녹지그룹 측과 영리병원 개설허가와 허가조건 관련해서 소송에 걸려 있잖아요.
그런데 이 영리병원 논란을 실질적으로 촉발시킨 사람이 바로 원 전 지사예요.
물론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을 승인한 건 정부지만, 제주도가 승인하지 않으면 영리병원 운영은 불가능한 상황이었거든요. 공론화 결과에서도 ‘영리병원 반대’ 의견이 우세했고요.
그런데 원 지사는 이런 도민 목소리를 다 무시하고 2018년 12월, 돌연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했습니다..
이때 엄청난 비판과 논란이 있었는데, 당시 원 지사는 “어떤 비난도 달게 받을 것이며, 정치적 잭임도 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요? 녹지그룹 측이 제기한 소송이 총 2 건이고, 이 두 건 모두 원 지사의 결정으로 인해 제기된 소송인데요. 원 지사는 대통령 하겠다며 지사직을 사퇴했죠.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윤 :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됐다는 말인것 같은데 ....이런 식이면 정치인 중에 거짓말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선거철마다 나오는 ‘공약’만 해도 제대로 다 지켜지는 경우가 없잖아요.
김 : 맞아요. 선거 공약만 해도 이미 정부가 승인하거나 제주도가 구상 중인 사업들이 많은데. 특히 지방선거에서 심해요. 사전 협의는 완료된 다 차려진 밥상에 ‘공약’이라는 숟가락만 걸치면서 추후 해당 사업이 진행되면 마치 자신의 업적인 것처럼 공치사하는 경우 많이 봤습니다.
제발 이런 식으로 공약 꼼수부리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제대로 된 정책 제안을 해줬으면 합니다.
윤: 그렇군요.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네거티브 전략’ 또한 도민 입장에선 보기에 지치는 일입니다.
오늘 다뤄본 행정의 꼼수 이야기.. 듣고 계신 청취자분들 중에도 경험이 있으실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기회가 되면 도민들이 겪은 체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오늘 김은애 기자와는 여기서 인사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