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8월30일 (월) <로스쿨> 제주도 변호사 살인사건 (최호웅 변호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제주도 ‘변호사 살인’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합니다.
윤> 1999년 발생했던 사건이죠? 고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이야기인데. 사건 발생 22년 만에 피의자가 구속이 됐어요?
최> 네. 그렇습니다. 영구미제로 남을 뻔했던 고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이 사건 발생 22년 만에 피의자가 구속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어 도민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윤> 사건 자체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으니 어떤 사건이었는지 먼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최> 네. 검사 출신인 고 이승용 변호사는 1990년 퇴직 후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 50분 제주시 삼도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주택가 도로변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윤> 검사 출신 40대 젊은 변호사가 피살당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당시 제주사회에 큰 충격을 줬을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제주 출신인 고 이승용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4회에 합격해 검찰에 입문했는데요.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홍준표 국회의원 등과 사법시험 동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변호사는 서울지검과 부산지검에서 검사생활을 하다가 1992년 고향인 제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는데요. 이 변호사의 사체를 검안하고 차량을 감식한 결과, 이 변호사는 차량 밖에서 흉기에 찔린 후 차량 안으로 옮겨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도난당한 물품이 없고, 흉기에 찔린 부위가 이 변호사의 왼팔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점을 근거로 원한 관계나 수임 사건에 대한 불만 등으로 시비가 붙어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변을 당하기 전 1년여간 사건 수임을 한 일이 없고 치정 등과 같은 문제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윤> 직접적인 사인은 무엇이었나요.
최> 부검 결과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심장 관통에 의한 과다출혈이었고, 왼쪽 팔꿈치 부분의 관통상은 방어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소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일반 가정이나 식당 등에서 일반인이 사용하는 종류와 달랐고 살해 수법도 급소인 가슴을 찌르고 배와 팔 등을 추가로 공격하는 등 매우 잔인했습니다.
윤> 사건 현장에 CCTV도 없었던 건가요.
최> 네. 안타깝게도 사건 현장에 CCTV가 없었고 목격자는 물론 범행에 사용된 흉기나 혈흔과 같은 범인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아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수사를 하면 할수록 용의자가 좁혀지고 특정돼야 하는데 사건 현장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족적 등 단서가 될 만한 어떠한 것도 발견되지 않았고 목격자, CCTV 등 아무것도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습니다. 다급해진 경찰은 1만장의 전단지를 만들어 각 파출소와 숙박업소, 슈퍼 등에 배포하고 현상금도 내걸었으나 더 지상의 진전이 없었고 1년 뒤 수사본부는 해체되었습니다. 결국 2014년 11월 4일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는 듯 했습니다.
윤> 사건발생이 1999년도였으니까요. 당시만 해도 CCTV나 차량 블랙박스나 이런 것들이 거의 없었던 시기였죠.
최>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건 발생 21년 만인 지난해 6월 피의자 김모씨가 ‘자신이 살인을 교사했다’라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반전을 맞게 됩니다.
윤> 타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입을 열었던 것이죠.
최> 네. 그렇습니다. 제주도 폭력조직인 ‘유탁파’의 일원인 김씨는 “두목 백모씨로부터 이 변호사를 위협하라는 지시를 받고 친구인 손모씨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켰는데 손씨가 이 변호사의 저항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윤> 그 부분 진술과 관련해서 친구한테 시킨 것이 아니라 직접 범행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많이 들던데요.
최> 네. 방송에서 김씨는 두목 백씨를 제주시내 모처에서 만나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백씨는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주시내 모처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방송에서 발언한 일부분은 거짓이라는 점이 밝혀진 것인데요.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단순 교사라고 하기에는 김씨가 흉기 모양 등 20여년 전 일을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하면서 손씨가 아닌 김씨 스스로가 한 범행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윤> 어쨌든 방송이 나가고 난 이후 경찰에서는 다시 수사를 진행한 것이죠.
최> 네. 방송 후 경찰은 김씨를 용의선상에 놓고 재수사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4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캄보디아에 있는 김씨의 소재를 파악했고, 지난 6월 18일 그를 국내로 송환했습니다.
윤> 경찰 조사에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건가요.
최> 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시인했던 부분을 부인하고 부인했던 부분을 시인하는 등 매일 진술이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은 김씨의 심리상태가 매우 불안정해 이 같은 진술 번복이 반복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씨는 애초에 이 변호사 피살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줄 알고 방송에 출연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는데요. 자신이 자백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기에 사건의 실체를 밝히면 일부 사례금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찰에 체포돼 구속영장까지 발부되는 상황까지 오자 김씨는 불안정한 심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 프로파일러도 3명이나 투입이 되었다고 하던데요.
최> 그렇습니다. 경찰은 김씨가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거짓 진술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해 전국에서 모집한 프로파일러 3명을 수사에 투입했습니다. 통상적으로 프로파일러들은 경찰 수사 과정을 다른 공간에서 지켜보며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는 조사 과정에 직접 동석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파일러 독대 이후 김씨는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는 것처럼 보였다. 부인하던 내용을 시인하기도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투입된 프로파일러 3명은 “최소한 김씨가 이 변호사 피살사건 현장에 있었다.”라는 공통 의견을 내놨다고 합니다.
윤> 최소한 김씨가 현장에 있었다고요? 그렇다면 자신이 범행을 교사하고 현장에서 지켜봤을 수도 있고. 어쩌면 직접 범행을 했을 수도 있겠군요.
최> 네. 어쨌든 경찰에서는 김씨가 직접 범행을 했다는 내용은 아니고 살인교사 혐의로 입건해서 최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그런데 김씨는 왜 이 변호사를 살해하라고 한 것일까요.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나요.
최> 김씨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서 제주도민 사회에서는 제주시 연동 모 호텔 지분 다툼이라든지 제주도지사 선거 개입설 등 다양한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요. 경찰은 수사 단계에서 김씨가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씨가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함구했다고 하지만 경찰은 김씨 주변인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김씨의 범행동기를 유추할 수 있는 유의미한 증언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이 되는데요.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경찰은 검찰과 협의에 따라 기소 전까지는 김씨의 범행동기를 밝히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윤> 경찰이 어느 정도 범행동기에 대해 파악은 했지만 기소 전까지는 밝힐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군요.
최> 네. 범행동기가 나오면 배후 세력까지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 되다보니까 사회적으로 예민한 부분이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윤> 그렇군요. 기소가 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보면 범행동기에 대해서 정보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쟁점은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느냐 여부 아닐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주시죠.
최> 네. 김씨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피하면서 유족 측에 사건의 전모를 알려 사례비라도 받아 볼 생각으로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고 범행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경찰은 태완이법이 적용되어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었습니다. 2007년 12월 형소법이 개정되면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났지만, 이는 개정법 시행 전 저지른 범죄에는 소급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법이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변호사 사건은 2014년 11월 4일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2015년 7월 31일 형사소송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태완이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 형사소송법은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해 살인범은 끝까지 추적해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것인데요. 또 부진정소급효를 인정해 개정법 시행 전에 공소시효가 도과되지 않은 살인범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폐지의 효력이 적용되도록 했습니다.
윤>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2015년 7월 31일 개정되었고 그 개정법 시행 전에 공소시효가 도과되지 않은 살인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폐지가 적용되도록 개정된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경찰은 출입국기록을 통해 김씨가 범행 후 2014년 11월 5일 전까지 여러 차례 해외를 오간 사실을 포착했고, 김씨의 해외 체류기간이 도합 만 8개월 이상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에 의하면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씨가 해외에 머무른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됐고, 따라서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2015년 8월 이후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태완이법 적용대상이므로 김씨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윤> 어쨌든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을 보면 태완이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법원에서도 인정한 것 아닐까요.
최> 네. 제주경찰청은 지난 20일 살인교사 혐의로 제주지방검찰청에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는데요. 법원은 21일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지 않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영장 담당판사가 태완이법 적용여부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공소시효 도과가 명백한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법원에서도 태완이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 것 같습니다. 다만 영장실질심사는 어디까지나 수사기관에서 파악한 증거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것이고 피의자가 수사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는 이상 방어권이 사실상 많이 제한되기 때문에 과연 본 재판에서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받을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 김씨가 해외에 체류한 8개월 정도 되는 기간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한 해외도피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그 부분은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어떻게 경찰에서 수사를 했는지, 앞으로 기소 전까지 남은 시간 검찰에서 어떻게 수사를 할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김씨가 언제 나가서 언제 들어왔다라고 하는 출입국 관련 사항은 개인정보이므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의 해외 도피임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하니까 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윤> 어쨌든 내가 살해행위를 교사했다. 라고 방송에서 자백한 피의자를 검거하고 구속하는데 성공은 했지만 실제 김씨를 처벌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22년 전 사건이기 때문에 워낙 오래된 사건이기도 하고 당시의 객관적, 과학적인 증거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피의자나 주변인 등의 진술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거든요.
가장 큰 쟁점이 좀 전에 얘기했던 공소시효의 산을 넘을 수 있느냐. 그러기 위해서는 김씨가 해외에 체류했던 기간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 다음이 김씨가 이 변호사 살해를 교사한 것인지. 직접 범죄행위를 한 것인지. 사건의 실체에 대한 입증이 될 것입니다. 장기 미제 사건의 특성상 객관적 증거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피의자 본인이나 주변인들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실제 있었던 사건을 그대로 잘 그려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김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하니까 자신이 자백했던 방송 프로그램에서의 진술이 얼마나 증거로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중요한 쟁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기 미제 사건의 실체를 경찰과 검찰이 입증해 낼 수 있을지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 언론보도를 보니까 이 변호사가 사망했을 당시 입고 있던 양복에 대해 국과수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고 하던데 그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최> 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증거물 보관실에 이 변호사가 사망했을 당시 입고 있던 양복 등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 검사를 의뢰했지만, 이 변호사 외에 다른 DNA는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윤> 그렇군요. 어떻게 이렇게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살해행위를 그것도 22년 전에 할 수 있었는지 상당히 의문이 듭니다.
최> 그렇습니다. 지금처럼 CCTV나 차량 블랙박스 등이 널리 보급되어 있었다면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을텐데 범인이 어떠한 증거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윤> 유족들은 여전히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강하게 염원하고 계실텐데요. 앞으로 진행될 검찰수사과정 그리고 재판과정 잘 지켜봐주시고 어떻게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다음에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최>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디 진범이 누구인지 진실이 밝혀져서 고 이승용 변호사님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 풀리기를. 22년간 마음고생 하셨을 유족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