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8월 4일 수요일 <오늘의 시선> 화북 곤을동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 (미디어제주 김은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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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김: 안녕하세요.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김 : 일주일 전이었는데요, 지난 주 수요일 라디오제주시대 인터뷰 코너에서 화북 곤을동의 장창수 주민과 화북 하수처리시설 관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신 걸로 아는데요, 오늘은 이 이야기의 범위를 좀 더 확장해서 해볼까 합니다.
“화북 곤을동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이란 주제로 오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윤 : 과연 어떤 일들이 있는지, 하나씩 짚어보죠.
우선 화북 중계펌프장 인근에서 진행 중인 시설공사와 관련된 문제가 있습니다.
제주도는 이것이 ‘월류수를 처리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해서 ‘월류수 처리시설 공사’라고 지칭하고, 인근 주민들은 ‘하수처리시설 공사다’라고 주장하고 있죠.
같은 시설공사를 놓고 양측이 다르게 지칭하고 이는데, 진실은 뭐죠?
김 : 양측 주장 모두 거짓말은 아닙니다만, 용어가 주는 뉘앙스랄까, 이미지랄까. 어떤 용어를 쓰냐에 따라 시설에 대해 시민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를 수 있잖아요. 이런 측면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어 보여요.
‘월류수 처리시설’과 ‘하수처리시설’. 두 가지를 놓고 보았을 때. 각각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윤 : 선진화와 민영화 같은 느낌? 하수처리시설이라고 하면 좀더 부정적인?
김 : 네 누가 들어도 월류수 처리시설보다는 하수처리시설이 왠지 좀 더 냄새가 날 것 같고, 부정적인 시설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아마 이 점을 알기 때문에 제주도가 ‘월류수 처리시설’이라는 용어를 차용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이 시설은 월류수 처리시설도 맞고, 하수처리시설도 맞습니다. 화북중계펌프장이 감당 가능한 하수처리 용량이 10이라고 가정할 때. 10을 초과하는, 많은 양의 우수와 오수가 일시에 몰리는 경우가 있어요. 비가 갑자기 많이 오게 되면 더 그런데.
바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제주도는 ‘월류수 처리시설’을 설치한다 말하고 있는 거고요. 주민들은 어쨌거나 하수처리를 하는 시설이 맞으니까 ‘하수처리시설’로 봐야 한다. 이런 입장을 보이는 겁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제주도가 고의적으로 하수처리에 대한 내용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정황이 보이긴 합니다. 제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주민들께 물어보니 대부분 ‘빗물을 깨끗하게 걸러내서 바다로 흐르게 하기 위한 공사다’ 이렇게 알고 계시더라고요. 주민설명회 때 그렇게 들었다고요.
결국 제주도가 주민과의 소통에 소홀했기 때문에 논란이 심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윤 : 하수처리시설 공사를 하면서, 관련된 내용을 주민에게 자세히 알리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제주도와 주민 간 갈등이 빚어진 거군요.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죠. 앞서 이번 시간의 주제를 ‘화북 곤을동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이라고 하셨잖아요. 관련해선 어떤 이상한 일이 있죠?
김 : 오늘 제가 소개할 이상한 일들은 총 4가지인데요.
먼저 첫 번째 이상한 일은, 멸종위기종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데 환경청과 제주도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이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장과 불과 120m 떨어진 곳에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있거든요. 기수갈고둥이라고, 작은 고둥인데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2급에 해당하는 생물이 있는데. 지금이 딱 번식철이거든요. 국립생태원은 6월부터 7월을 기수갈고둥 산란철로 보고요. 9월을 부화기로 봅니다. 실제로 지금 공사장 옆에 가보면 기수갈고둥 알주머니가 엄청 많아요. 물론 기수갈고둥도 많고요.
이렇게 말하면 ‘기수갈고둥이 의외로 흔한 생물 아닌가?’ 생각하실 수도 있겠는데, 그건 또 전혀 아닙니다. 기수갈고둥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조건 중 하나가 바로 ‘용천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이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기수갈고둥이 발견된 이곳 지역이 딱 그래요. 예로부터 용천수가 많이 나던 곳이라서, 굉장히 예민한 생물로 알려진 기수갈고둥이 이곳에서만큼은 대거 번식할 수 있었던 거죠.
윤 : 멸종위기종 2급인 기수갈고둥이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장 인근에서 산란 중이라면, 당장 보호대책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행정에서 나름대로 비산먼지 저감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떤가요?
김 : 상식적으론 그래야 정상인데, 제주도에 문의해보니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더라고요. 기수갈고둥 보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전문가 자문 구한 것도 없느냐고 물으니까 없다고 하고요. 심지어 화북천은 건천이라서, 즉 평소에 물이 흐르는 하천이 아니라서 공사로 인한 먼지나 시멘트 유해물질이 발생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윤 : 화북천이 건천이긴 해도, 비가 오면 물이 흐를 텐데요. 실제로 그제까지 제주 전역에 꽤 많은 비가 오지 않았나요?
김 : 맞아요. 분명히 기수갈고둥 서식 환경에 영향을 미칠 텐데. 걱정이 많고요. 제가 환경청에도 문의를 해보니, 하천에 다리를 만드는 교량 공사같은 경우 환경청이 관리감독하고 있지만, 하수처리시설 공사는 환경청 소관이 아니라서 관리감독 의무가 없다는 식으로 답하더라고요. 환경청 업무가 아니라고요.
윤 : 멸종위기종 서식지 인근에 시설공사가 이뤄지는데도, 아무런 보호 대책이 없는 점을 문제로 거론해주셨는데요. 이외에 또 무슨 문제가 있죠?
김 : 이번엔 화북천 매립과 관련한 문젭니다. 화북천이 지금은 한 줄기로 흘러서 바다와 맞닿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과거에는 바다와 닿는 물줄기가 두 갈래였어요. 그런데 1992년 화북중계펌프장 시설이 만들어지면서, 본류로 칭해지는 하나의 물줄기가 흙과 시멘트로 메워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죠.
윤 : 이상한 일이라면 어떤 일이죠?
김 : 크게 두 가진데, 우선 화북천이 범람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게 된 것. 그리고 동네에 악취 민원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윤 : 화북천 범람은 과거 태풍 때 몇 차례 보도된 적이 있었죠. 태풍 나리 때는 인근 빌라가 침수되는 바람에 아예 철거 조치되는 일도 있었고요. 이게 화북천 매립에 원인이 있다는 거죠? 근거는 있나요?
김 : 지도를 보여드리면서 설명하고 싶은데, 라디오라서 아쉽네요. 화북천이 매립되기 전에 1990년 이전 하천 모습을 보면 이해가 쉬운데요. 비가 많이 와서 건천인 화북천에 물이 흐르게 될 경우, 하천 상류로부터 엄창난 양의 우수가 내려오게 됩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하천이 두 갈래 길이라 하천이 넘치치 않고, 빗물이 모두 바다로 흘러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1992년 화북중계펌프장이 만들어지면서 화북천 한쪽이 매립됐고, 이 때문에 과거와는 달리 비가 많이 올 때면 물난리가 나기 시작한 겁니다.
게다가 매립된 하천 부분이 물이 더 많이 빠져나갈 수 있는 하천의 ‘본류’ 부분이거든요. 이 때문에 매년 10월 태풍 때면 인근 주민들은 화북천 범람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실제로 매립된 하천 지역에 사는 주민분들을 제가 몇 명 만나서 인터뷰를 했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오는 10월, 태풍이 오는 게 두렵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천이 넘쳐서 집 안까지 물이 들이닥친 경험을 하신 분들도 계셨고.
화북천 매립이 수해를 불러일으킬 줄 알았다면, 진즉에 매립을 반대했을 텐데. 너무 옛날에 발생한 일이라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저에게 거듭 호소하시는데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바로 어제도 저에게 전화를 주신 주민분도 계셨어요.
윤 : 2007년 태풍 나리 때 이후로 화북천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차례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나요? 제방도 높이고, 나름 조치를 취한 거로 아는데요. 이후에도 수해가 발생했다는 거죠?
김 : 네, 실제로 화북천의 경우 시간당 50mm 이상 비가 올 경우 범람 위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태풍 때는 시간당 50mm 이상 비가 내리는 경우는 매우 흔하거든요. 바로 저번 주말에도 시간당 50mm 가까이 비가 와서 제주 곳곳에 맨홀뚜껑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요.
윤 : 네? 이건 또 무슨 얘기죠? 비가 많이 와서 제주 곳곳에 맨홀 뚜껑이 열렸다고요?
김 : 저도 우연히 알게 됐는데요. 이번 주 토요일에 화북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는데 왕복 6차로에 횡단보도 신호등이 고장이 났더라고요. 그런데 학생들이 그냥 위험하게 건너고 있기에 112 신고를 했어요. 위험해보여서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요.
그런데 경찰이 알았다고 하면서, 지금 제주 전역에 비가 맨홀 뚜껑이 열려있으니까 운전 조심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이게 무슨 소린가 해서 물어보니 비가 갑자기 많이 와서 수압에 밀려 맨홀뚜껑이 열렸다는 겁니다.
기상청 정보를 보니 당시 시간당 50mm 좀 안 되게 비가 왔더라고요. 그 얘길 듣고 운전해서 집으로 왔는데. 저희 집이 이도이동이거든요. 그런데 동네에 하수가 넘쳐서 도로마다 역한 냄새가 가득하더라고요. 긴급 준설차가 와서 하수도 물을 계속 퍼내면서 수습하는 모습도 봤고요. 역한 냄새는 월요일인 그제 비가 많이 내리면서 좀 가셨는데요.
지구온난화가 가열되고, 환경 훼손 문제가 심각해지다보니 태풍이나 호우 발생 빈도가 이전보다 늘었다는 소식은 아마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다 화북천의 경우 그나마 있던 하천길 한쪽을 매립해 버렸으니, 수해가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윤 : 그러면 이렇게 수해를 입은 주민 분들이 지금에서야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전에 화북천이 범람했을 때,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한다던가. 좀더 빨리 목소리를 내주셨다면 좋았을 텐데요.
김 : 주민 분들은 화북천 한 쪽이 이렇게 매립된 걸 몰랐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나마 오래 거주해서 이를 알았던 분들도 수해와 화북천을 묶어서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그런데 최근에 시민단체와 주민자치단체가 함께 관련된 내용을 갖고 기자회견도 개최하고, 행정을 고발하기도 했지 않습니까?
이 소식을 듣고 입을 열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동네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선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다, 이렇게 된 거죠.
“이건 재해가 아니라 인재다.” 실제로 마을에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 분께서 하신 말씀이에요. 화북천 범람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고. 휴대폰을 쓸 줄 모르시니까 달력 뒷면에 직접 자신 집 위치랑 화북천 위치랑 그려서 저한테 가져오셔서 거의 울먹이시면서 저한테 설명하시는데... 이 문제만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공론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윤 : 화북천 매립이 단순히 하천 하나를 매립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단계까지 왔다는 게 주민 입장인데요.
“화북 곤을동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 지금까지 간이 공공하수처리시설을 둘러싼 주민과 제주도의 입장 차, 공사장 인근의 멸종위기종 훼손 우려, 화북천 매립으로 인한 주민들의 수해까지. 세 가지 사안을 다뤄봤는데.
남은 한 가지는 뭐죠?
김 : 이번엔 매연 문젭니다. 지금 정부가 제주항 확장공사를 진행하면서, 제주외항, 항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현재까진 2차 사업까지 완공이 됐고, 앞으로 3차 4차가 남아 있어요. 그리고 완공된 모습을 보면, 별도봉에서 화북천 앞쪽까지 제주항 부두가 길게 이어지는 형태거든요. 쉽게 말해서 화북천 앞바다가 매립이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되면 앞서 언급한 기수갈고둥은 아마 씨가 마를 확률이 높고요. 제주항을 오가는 대형 선박이나 초고속 선박들에 의해 매연,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지역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윤 : 그 근거는요?
김 : 지금도 선박에서 나오는 까만 연기로 고통받는 주민들이 있거든요. 제주항 9부두와 가까운 곳에 사는 분인데, 바람이 바다에서 제주 방향으로 불 때마다 선박에서 뿜어내는 매연이 집으로 들이닥친다고 해요. 그래서 여름에 창문도 열 수가 없고, 너무 괴롭다고요.
진짜 그런가, 해서 저도 가봤는데. 바람이 북서풍으로 불 때 특히 매연 냄새가 심하더라고요. 마스크를 썼는데도 매연 냄새가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배에서 내뿜는 연기도 엄청 까맣던데, 배 종류마다 내뿜는 매연량이 달랐습니다. 크기는 작은데 유독 까만 연기를 내뿜는 배가 있었고, 크기는 큰데 연기가 별로 나지 않는 배가 있었고요.
보통 기계가 노후되거나 벙커C유라고, 저가, 저질 기름을 쓸 경우 그렇다고 하는데. 일단 해경 말로는 불시에 점검을 하기 때문에 허가되지 않은 기름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고요.
그러면 왜 이렇게 매연이 심하게 발생하는 걸까, 이 부분은 저도 추가 취재 중이라 답이 나오면 기사로 알리도록 하고요.
결론은 제주항 확장공사. 제주 신항만공사라고도 하죠. 이 공사가 완료되면 더 많은 배가 오갈텐데, 이렇게 되면 선박들이 내뿜는 매연 문제가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주민 삶의 질은 당연히 떨어질 테고요.
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