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6월22일(화) <키워드뉴스> 1. 한강의 기적의 민낯 (쿠팡사태에 붙여) 2.버스준공영제의 민낯 (종점에 화장실이 없다?) (제주투데이 조수진기자)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키워드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
안녕하세요.
윤/
오늘의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음>
1. 한강의 기적의 민낯.
조/
한강의 기적의 민낯,입니다.
윤/
한강의 기적. 한국 전쟁 이후부터 우리나라가 이뤄낸 급격한 경제 성장을...
조/
네. 이 한강의 기적을 빗대어 기업의 성공을 내세우던 대표이사가 있었는데요. 바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쿠팡의 전 대표 김범석씨입니다. 지난 3월에 여기 키워드뉴스를 통해서 쿠팡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당시에 김범석 전 대표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기적을 수차례 언급하며 쿠팡의 성공을 자화자찬했었습니다. 그 당시 동영상은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는데요. 당시 인터뷰에서 의문을 가졌던 부분이 그의 말 어디에도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윤/
네. 지난 시간에 그 부분 지적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조/
사실 쿠팡이 단기간 급격한 성장을 이뤄낸 배경에는 손쉽게 쓸 수 있는 저렴한 비용의 노동이 있습니다. 쿠팡의 성공 전략 중 하나가 로켓배송입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전날 밤 12시까지 주문을 하면 다음날 배달이 보장되는 서비스입니다. 이게 밤 사이 우리집 앞까지 물품을 받는다는 건 그 시간에 누군가가 이 물품을 픽업해서 차로 이동해서 우리집 앞까지 들고 오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자고 있는 동안 누군가는 로켓배송을 위해 심야 시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윤/
당일배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니까 새벽배송이라는 말도 생겨났어요. 광고 카피가 자기전 주문, 눈뜨면 도착. 인데요. 사실 소비자의 편의만 강조하고 있고 이를 실현하는 노동에 대해선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죠.
조/
네. 만약 심야에 한두 시간 정도 일한다. 그러면 또 모르겠는데. 밤새 내내 물류 창고에서 주문 제품을 골라서 분류 작업을 하고 차로 옮기고 또 차를 이동하고 집앞까지 나르는 노동이 쉬지 않고 계속되는 거거든요.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순차적으로 모든 작업이 계속해서 이어져야 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 제가 물류창고에서 주문 제품들을 꺼내는 작업을 하는 직원이라면 쉬지 않고 일해야 로켓배송이나 새벽배송이 가능해지는 시스템입니다. 제가 중간에 쉬면 배송 작업 전체에 차질이 발생하니까요. 그야말로 사람을 갈아 넣은 서비스라는 말도 나올 정도입니다.
윤/
택배 노동이나 배달 노동은 새벽 배송이나 로켓 배송 이전에도 있어왔던 노동인데. 이게 더욱
조/
네. 사실 낮에 10시간 일하는 것과 밤에 10시간 일하는 것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일단 사람의 몸은 낮에 깨어있고 밤에 자는 데 맞춰져 있는데요. 심야노동은 이런 몸의 시스템을 거역하는 노동인 셈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도 밤을 새고 나서 다음날 낮에 7시간이나 8시간을 잔다고 해도 쉽게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다 우리 몸이 이런 체계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피로도는 수배로 쌓이게 됩니다.
윤/
피로도가 많이 쌓인다는 것은 심야에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
네. 그렇습니다. 의료 관계자들은 심야노동과 심혈관계 질환 사이에 큰 영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심혈관계 질환이라는 것은 심장과 주요 동맥에 발생하는 질환인데요. 심장병과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같은 병들을 말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쿠팡 직원 중 과로사로 추정되거나 과로사 노동자는 모두 7명입니다. 대부분이 오후 근무조였다고 하는데요. 심야노동을 하다가 심혈관 질환으로 쓰러져서 발견되거나 퇴근한 뒤 집에 돌아와서 쓰러진 경우입니다.
윤/
물론 확정적으로 심야노동 자체가 과로사로 이어진 경우는 안타깝게도 많진 않습니다.
조/
네. 지금도 조사 중인 경우도 있고요. 더 많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쿠팡 물류센터엔 냉난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혹시 올 초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쿠팡 동탄물류센터 화장실에서 50대 여성 직원분이 숨진 채 발견됐던 뉴스 기억하시는지요?
윤/
네.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 차갑게 식은 핫팩 하나로만 버텼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했습니다.
조/
네. 그분 역시 오후 근무조였구요.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추정됐습니다. 이처럼 쿠팡 물류센터엔 냉난방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탑차에 물건이 들어오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냉난방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인데요. 거기다가 상품의 안전한 보관 같은 이유도 들고 있습니다. 겨울에 그 사고가 나서야 직원 휴게실에 난로 몇 개를 들여놨다고 합니다. 그전엔 휴게실에 난로 하나 없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 큰 불이 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도 에어컨이 없어 직원들은 찜통 더위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윤/
춥고 더운 온도는 당연히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요. 그런데 노동자의 안전에 앞서 상품의 안전한 보관을 얘기한다는 설명도 납득이 어렵다는 지적인데요.
조/
또 물품 중엔 생수 같은 무거운 물건도 많은데요. 이걸 나르는 작업이 반복될 경우 마찬가지로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해 여러 질환에 노출되는 위험을 높입니다. 마지막으로 휴게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습니다. 하루 근무시간이 10시간이면 쉬는 시간은 밥을 먹는 1시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나머지 9시간을 쉼 없이 일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가만히 앉아 컴퓨터만 서너 시간 바라봐도 피로해지는데 고된 노동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경우 그 피로도는 어머어마할 거라 생각됩니다.
윤/
근로기준법에 휴게시간을 정하고 있어도 무용지물. 이게 다 빨리빨리 배송해야 한다는 기업의 방침 때문.
조/
네. 김범석 전 대표가 ‘한강의 기적’이라며 자화자찬하던 그 기적은 기적이 아닙니다. 노동자의 피로 쌓아올려진 수익이고 기업의 성장인 겁니다. 그런데 기업 대표는 성공을 알리는 데엔 그렇게 적극적이더니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에선 한없이 소극적이었습니다. 이번 덕평물류센터에서 그 면모가 낱낱이 드러났는데요. 화재가 발생하자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돌연 사임합니다. 이에 따라 화재에 따른 사법적 책임을 피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윤/
하지만 최근 쿠팡 측이 사임이 화재 발생 이전에 이뤄졌고 공교롭게 그 직후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을 하긴 했습니다만. 이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조/
네. 이번 화재에선 또 여러 안타까운 사실들이 밝혀졌는데요. 직원들이 근무할 때 휴대폰을 소지하지 못하게 한 방침 때문에 화재 신고가 늦어졌고 또 오늘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덕평 쿠팡물류센터의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며 화재 경보가 울려도 업체 관계자는 “오작동”이라고 답하며 이후에도 잦은 화재 경보 오작동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화재가 난 당시 보안팀 관계자와 검색대 보안요원에게 화재 제보와 조치를 요청했지만 “신경 쓰지 말라”며 거부당했다고 합니다. 또 오작동일 거라고 예상한 겁니다. 거기다가 스프링클러는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주 꺼놓고 있어 화재 당일에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윤/
물론 국민청원 글의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 중입니다. 하지만 충분히 막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정황이 드러나니까 더욱 안타깝습니다.
조/
네. 쿠팡은 혁신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곤 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혁신이 과연 혁신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런 지점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은 하나 둘 늘어나며 최근 쿠팡 서비스에서 탈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은 자신의 SNS를 통해 탈퇴 인증샷을 올리고 있기도 한데요. 소비자의 편의 보다 노동자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
쿠팡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제2의 남양이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조/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에 상품 판매를 강요했던 일명 갑질 사건이 알려지면서 불매 운동이 시작했구요. 최근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근거 없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질병관리청이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냈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 운동이 더욱 거세게 일었습니다. 그러자 급기야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직을 사퇴하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 선언까지 했지만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자 결국 회사를 팔았습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건 기업들의 비윤리적인 행태에 소비자들도 이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이 모든 게 어쩌면 ‘책임’의 문제 아닐까 합니다. 손쉽고 값싸게 노동을 이용했으면 그에 따른 책임까지 져야 하는데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그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건 최소한의 책임입니다.
윤/
마무리. 다음 키워드 알아겠습니다. <효과음>
2. 버스준공영제의 민낯
조/
버스준공영제의 민낯,입니다.
윤/
오늘은 키워드 둘 다 민낯인데, 이번엔 어떤 얘긴가요.
조/
제주도 버스준공영제의 별명이 있습니다. 바로 ‘돈 먹는 하마’인데요. 시민사회 단체는 물론이고 도의원들도 매번 하는 얘깁니다. 매년 1천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데 정작 그 혜택은 사업자만 보고 도민들에겐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인데요. 오늘도 아침에 도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준공영제를 규탄하는 목소리들이 나왔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제주지부가 열었던 기자회견이었는데요. 주제는 화장실이었습니다.
윤/
화장실이요?
조/
네. 오늘 기자회견에 나선 버스 노동자분들은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고 있다며 화장실과 휴게실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분들은 계속 운전을 하셔야 하니까 무작정 버스를 운행하다가 갑자기 세워서 화장실을 갈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차고지라고 하죠. 버스 기점이나 종점에 가서야 비로소 화장실을 가시는데. 문제는 화장실이 없는 기종점이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주변 상가나 관광지의 화장실을 눈치보며 찾아다녀야 하는 형편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휴게실이 한 평도 안 되거나 아예 없는 곳도 많아서 길거리에 버스를 세운 채 버스 안에서 쉬신다고 합니다.
윤/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자분들이 버스 사업자들에게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지 않나요.
조/
네. 그래서 버스 노동자분들이 운송 사업자에게 휴게실과 화장실을 마련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를 해왔지만 돌아오는 답은 제주도의 지원이 있어야 차고지 땅도 매입하고 제대로 된 휴게실과 화장실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주도에 버스준공영제도 도입된 지 벌써 4년이 되어가고 있고 엄청난 혈세를 쏟아 부었지만 정작 버스노동자들의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규탄했습니다.
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운전자분들이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건 도민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데요.
조/
네.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그 같은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제주도 역시 이 문제에 대해 4년 가까이 아무런 고민도,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이분들이 요구하는 건 큰 게 아닙니다. 버스 전체 기종점의 휴게실과 화장실의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이 시설들을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윤/
제주도가 오는 7월부터 3개월간 대중교통 도민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으로 알고 있는데 이 부분까지 담아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