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5월31일(월) <로스쿨> 회사의 법 '취업규칙'에 대해 (김혜선 노무사)
윤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윤 : 오늘은 어떤 내용을 이야기 나눠볼까요?
김 : 취업규칙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윤 : 취업규칙이라고 하면 회사 내에서 지켜야하는 법 같은 것이잖아요.
김 : 네. 맞습니다.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적용될 복무규율 또는 근로조건에 관한 일반적인 기준을 공통적으로 정한 규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말씀드리자면 사업장의 모든 구성원들이 지켜야하는 규율, 규칙이라고 하겠습니다.
윤 :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보다보면 ‘근로계약서에 작성되지 않은 사항은 근로기준법과 취업규칙에 정한 바에 따른다’라는 조항이 있는 경우들이 있더라고요. 이런 경우 근로계약서에서 개별적으로 근로조건을 정하지 않아도 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업장에 채용되면 모든 구성원들이 지켜야하는 규칙인 취업규칙에 바로 적용을 받을 텐데요...이런 취업규칙은 모든 사업장에 있는건가요?
김 : 근로기준법에서는 상시 10인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법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으로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가 되고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윤 : 그럼 10인 미만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는 취업규칙이 없어도 법 위반은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김 : 맞습니다. 법 상 취업규칙의 작성, 신고의 의무는 상시 10인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에 10인 미만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경우 취업규칙을 만들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사업장 내 통일된 경영과 조직관리 등을 위해서는 취업규칙을 만드는 것이 좋겠죠. 만약,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취업규칙을 만들었다면 신고의 의무는 없으나 이를 준수하고 이행할 의무를 지게 되며 근로기준법 상 취업규칙에 대한 내용의 적용을 받습니다.
윤 : 그럼 근로기준법에서 취업규칙으로 정하고 있어야 한다고 정한 근로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 : 법에서는 취업규칙에 업무의 시작과 종료 시각, 휴게시간, 휴일, 휴가 및 교대 근로에 관한 사항, 임금의 결정, 계산, 지급방법, 승급 등에 관한 사항, 퇴직에 관한 사항, 퇴직금, 상여금, 최저임금에 관한 사항, 식비, 작업용품 등의 부담에 관한 사항, 노동자를 위한 교육시설에 관한 사항, 출산 전후 휴가,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 및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사항,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 노동자의 성별, 연령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의 특성에 따른 사업장 환경의 개선에 관한 사항, 업무상, 업무 외의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 표창과 제재에 관한 사항, 그 밖에 사업장 노동자 전체에 적용될 사항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윤 : 거의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내용들을 취업규칙으로 정해놓으라는 것으로 들리는데요. 이렇게 사업장에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규칙을 만드는 사사람은 누구인가요?
김 : 법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작성 또는 변경하는 경우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노동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노동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취업규칙이 사실상 사업장에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규칙이다보니 해당 규칙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의 의견이 수렴되어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하지만 취업규칙을 만들 경우 노동자의 의견은 청취를 하면 될 뿐, 실제 제정의 주체는 사용자로 정하고 있습니다. 즉, 관련 법을 위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 한 취업규칙의 내용을 정하는 주체는 사용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 : 말씀하신 것처럼 취업규칙이 사업장에 근무하는 모든 구성원이 지켜야하는 규율을 정하고 있는 것이지만 취업규칙 내용을 만드는 사람은 사용자다보니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성되지는 않을 수도 있잖아요? 이런 경우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김 : 취업규칙 말고 사업장 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집단적으로 규율하게 되는 규범으로 단체협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동등한 지위에서 헌법 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사용하여 맺은 협약입니다. 따라서 단체협약이 취업규칙보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부분에 있어서는 향상된 기준으로 이뤄지겠죠. 법 에서도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어긋나서는 안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정도(2020년 12월 현재 12.5%)이고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노동조합 조직률이 미미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근로계약서 외에 근로조건의 부분을 정하고 있는 취업규칙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 : 그렇다면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있어서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는 한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의 개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김 : 상시 30인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노사협의회라는 것을 설치, 운영하여야 합니다. 이 노사협의회에서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이 3개월에 한 번씩 모여 법에서 정한 각종 협의사항, 의결사항 등을 처리하게 됩니다. 하지만 취업규칙에 명시된 근로조건들을 직접적으로 개선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즉, 현재까지는 단체협약 외에는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취업규칙의 내용을 변경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윤 :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우리 회사는 10인 이상인데도 취업규칙이라는 것이 없는데? 혹은 취업규칙을 본 적이 없는데? 어떻습니까? 10인 이상인 경우면 취업규칙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죠?
김 : 네. 맞습니다. 만약 10인 이상인 사업장임에도 취업규칙이 없다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과 시행령의 주요내용과 취업규칙을 노동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항상 계시하거나 갖추어 두어 노동자에게 널리 알려야 하는 의무를 지우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역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지금 취업규칙이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각각의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명칭과 상관없이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규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취업규칙에 해당합니다. 예를들어 인사규정, 복무규정 등 00규정, 00준칙, 00세칙이라는 명칭으로 있는 것들도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것이죠.
윤 : 아까 취업규칙을 처음 만드는 경우는 노동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사용자가 임의로 만들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미 만들어져있는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는 어떻습니까?
김 :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는 취업규칙의 제정과는 좀 다릅니다. 취업규칙의 변경되는 부분에 대해 사용자는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 과반수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노동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취업규칙의 변경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 것이라면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없는 경우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윤 : 우선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없는 경우 노동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의견은 어떤 방식으로 듣는 건가요?
김 : 취업규칙은 만들었을 때, 변경했을 때 모두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취업규칙을 변경 신고할 때 사용자는 법에서 정한 노동자들의 의견을 들었는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따라서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의 의견서를 첨부하거나 회의나 조회 등 과반수 노동자들이 모인 시간에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윤 : 만약에 과반수 노동자들의 의견이나 과반수 노동조합이 취업규칙 변경에 반대의견을 내는 경우 어떻게 되나요?
김 : 의견 청취는 반드시 동의나 합의를 의미하지 않고 그 의견에 구속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관련해서 행정해석은 반대의 의사표시를 한 사람이 많아도 적법하게 의견을 청취한 것이 인정되면 의견 청취의 효력은 유지된다고 합니다. 나아가 노동조합이나 노동자가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서명을 하지 않은 경우 그러한 취지와 사유를 첨부하여 신고하면 의견을 청취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는 한 취업규칙 변경이 인정된다고 봅니다. 단 아예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취업규칙을 변경하였다면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러나 이미 변경된 취업규칙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윤 : 취업규칙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경우는 의견 청취가 아니라 동의를 얻도록 되어 있는데 이 경우는 동의를 얻지 못하면 취업규칙이 변경되지 못하는 것이죠?
김 : 그렇죠. 아무래도 취업규칙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과 변경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보니까 기존의 근로조건보다 하향된 근로조건으로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위험성이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런 일방성을 보완하기 위해 정해진 것이 동의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과반수 노동자를 대표하는 자가 아니라 과반수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동의하는 방식으로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중요한데요, 근로기준법의 원칙인 노사대등결정원칙에 기초하여 노동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 :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는 그 노동조합 대표가 노동조합을 대표해서 동의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는 어떻게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구하게 되나요?
김 : 근로기준법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만 되어있지 명확한 방법을 적지는 않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동의방식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방식 또는 회의 방식으로 과반수의 동의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취업규칙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설명하는 절차가 존재해야 하고요, 만약 노동자 수가 많아서 한 장소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사업장 부서별로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찬반의견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것도 인정됩니다.
윤 : 사용자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 한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김 : 단순히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취업규칙보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을 하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씀드린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그 변경된 취업규칙은 무효가 됩니다. 즉, 변경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죠. 관련해서 대법원은 노동자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동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 수년간 사업장에서 시행되어 왔다고 해도 적법하게 취업규칙이 변경되었다거나 노동자들이 사후 추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윤 :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떻습니까?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를 제외하고도 근로자 과반수가 불이익변경에 동의를 한 경우.. 이렇게 변경된 취업규칙이 동의를 하지 않은 나에게도 적용됩니까?
김 : 말씀하신 부분이 얼마 전에 대법원 판단에서 변경이 있었습니다. 원래 대법원은 앞서 말씀드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절차를 적법하게 거친 경우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도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판단해왔는데요, 최근 대법원은 근로계약서에 작성된 근로조건에 비해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쳐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의 근로조건을 개별 노동자가 동의하지 않은 경우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에 따라 기존 근로계약서에 작성된 근로조건이 적용된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윤 :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이란게 뭔가요?
김 :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은 무효로 하고 무효가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 중 노동자에게 유리한 부분이 적용된다는 것이고 이것이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입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경우 기존까지는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절차를 적법하게 거친 경우 이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의 예외로 보고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근로조건이 적용된다고 판단했었지만 최근 대법원은 이 경우에도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에 따라 개별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경우 근로계약 상의 계약내용 즉, 불이익 변경 전 근로조건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윤 : 사용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는데요. 법에서 정한 절차를 다 거쳤는데도 일괄적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니까요.
김 :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죠. 하지만 근로조건이라는 것이 원래는 노동자와 사용자간에 개별적으로 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취업규칙이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쳐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다해도 변경에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에게까지 일괄적으로 그 효력을 적용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서 작성과 취업규칙 변경 등에 있어 노동자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이후 관련된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것이고 노동자 역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때 더 심사숙고하여 판단해야겠습니다.
윤 :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