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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6월2일(수) <오늘의 시선> 평화란 무엇인가 (미디어제주 김은애기자)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수요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이죠.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윤 : 거의 두 달 만인 것 같은데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김 : (답변)

윤 : 그렇군요. 그럼 바로 본격적인 오늘의 시선, 시작해보죠. 오늘은 어떤 시선으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김 : 오늘은 제가 최근에 많이 고민하고 있는 단어 하나를 키워드로 잡아봤는데요. 바로 ‘평화’라는 단어예요. 코로나19로 사실 몸과 마음 모두 지친 분들 참 많은데. 오늘 이 시간만큼은 내 현실적인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조금은 철학적인 고민 한번 해 보면 어떨까 싶은데.

여러분도 저와 함께 고민해보면서, 머리를 맞대본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좀 추상적인 느낌이지만, ‘평화’를 오늘의 시선 주제로 잡아봤습니다.

윤 : ‘평화’. 흔히 제주를 ‘평화의 섬’이라고 수식하기도 합니다만, ‘평화’라는 단어 자체를 일상에서 접할 일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 정의부터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평화’란, 무엇일까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 : 단순해 보여도, 정말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저도 다른 분들의 생각이 궁금한데. 먼저 답을 한번 해주시겠어요? 평화란 무엇일까, 그리고 진행자께서 원하는 평화의 모습은 어떤 그림일까.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윤 : (답변)

김 : 사람마다 바라는 평화의 모습, 평화가 구현된 구체적인 모습은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평화가 주는 이미지는 아마 비슷할 거예요.

일단 좁은 의미에서 평화는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를 뜻하고요. 현대 와서는 ‘분쟁과 다툼이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우호적이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로 받아들여진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인류가 목표로 해야 할 가장 완전한 상태를 ‘평화’라고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평화’를 정의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면, 평화의 본질만 집중해서 탐구하는 학문 용어가 있을 정도예요. ‘평화인문학’이라고 하는데. 학제에서 정식으로 다루는 용어는 아니지만, 많은 인문학자들이 ‘평화’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연구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겠습니다.

윤 : 인류가 추구해 온 ‘평화’의 가치를 정의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인문학적 관점에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요.

그러면 답이 좀 나왔나요? 학자들은 평화의 본질을 어디서 찾았다 하던가요?

김 : 명확한 답을 못 드려서 죄송하지만, 학자마다 조금씩 답이 달라요. 그래서 정답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돈을 중요시 하는 사람에게는 부유한 상태가 평화가 되겠고. 명예를 중요시 하는 사람은 사회적인 지위가 높아지면 평화를 이뤘다 느낄 거예요.

좀 더 고차원적으로 생각해보면, 이타적인 사람이라면 다른 이와 함께 더불어 살아갈 때, 베푸는 삶을 살 때 평화로움을 느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살아온 환경에 따라, 지금 상황에 따라 평화의 정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다음 단계를 논할 수가 있거든요. 우리가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말이에요.

윤 : 학창시절 교과서에 등장했던 소극적 평화, 적극적 평화 또한,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등장한 용어겠어요.

6월 2일 수요일, ‘오늘의 시선’에서는 오랜 세월 인류가 추구해왔지만 막상 그 정의를 명확하게 내리기 어렵다는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제주도 문제로 시선을 옮겨보죠. 제주도의 입장에서 ‘평화’란 무엇일까요? 지금 제주는 ‘평화의 섬’이 맞는 걸까요?

김 : 주신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알고 계실 거예요. 평화의 섬 제주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아니죠.

이런 말 들어보셨죠. ‘자세히,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그런데 제주를 자세히, 오래 보면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2공항 문제나 강정 해군기지 문제는 이미 다들 아실 것 같고요. 그 외에도 보조금 나눠주기 식으로 마구잡이 행사를 개최하는 제주도의 축제 문제, 좁은 지역사회 탓에 공익제보자가 오히려 피해를 입는 사례. 오폐수를 아무데나 흘려버리는 사례. 참 많습니다. 제주가 제주다우려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너무 많이 잃어버리고 있어서 걱정이에요.

윤 : “이웃과 자연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없기 때문에 제주의 평화가 깨지고 있다”,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러면 ‘평화’로 향하는 길, 그 해결책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김 : 이 또한 원론적인 이야기에 답이 있다고 보는데요.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면서 떠오른 수식어가 하나 있어요. ‘지속가능한’이라는 말인데. 평화에도 이 말이 붙더라고요. ‘지속가능한 평화’라고.

그러면 이런 질문이 또 나옵니다. ‘지속가능한 평화’는 어떻게 이뤄야 할까.

저는 궁극적으로 내 이웃을 사랑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는 상태여야만 평온한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평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사랑과 이해가 없이 만들어진 평화는 겉으로는 평화처럼 보일지 몰라도 언제 깨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평화잖아요. 지금 우리나라가 그런 상태이지 않나, 싶어요. 남북 분단 상황도 그렇고, 세대 간 갈등이나 남녀 갈등, 혐오의 문제. 다 사랑과 이해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공산주의처럼 우리 모두의 가치관을 다 통일할 수는 없으니까. 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하면서 평화 상태를 지속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결국 사랑과 이해가 답이다. 이런 결론을 내려봤습니다.

윤 :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도 그렇네요. 촛불혁명으로 나름 정의를 구현했다 평가받는 정권이지만, 여야 대립이나 정치권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잖아요.

김: 맞아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제2공항도 반대하고, 해군기지를 건설한 과정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제2공항 찬성 측, 해군기지 찬성 측 사람들 자체를 미워하고, 외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불과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저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 제 입장에서 봤을 때 ‘악’이라고 생각되는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벌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좀 과장하자면 한 번에 세상을 뒤집어야 한다는, ‘급진주의자’와 같은 생각을 해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한달 넘게 휴가를 갖게 되면서 이런저런 사색을 많이 하게 됐는데.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진정한 평화를 이뤄내기 위한 열쇠는 ‘단죄’나 ‘처벌’이 아니라 ‘사랑’과 ‘이해’이지 않을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런 생각을 진심으로 가져야 평화로운 제주가 만들어지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얻어지더라고요.

윤 : 하지만 의롭지 않은 행위, 불법적인 행위를 마냥 이해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요? 정의로운 분노를 ‘의분’이라고 하죠. 마침 어제가 의병의 날이었는데. 애국정신으로 일제에 맞서 싸운 조선의 의병들처럼. 민주항쟁으로 민주주의를 이뤄낸 국민들처럼. ‘의분’을 원동력으로 하는 투쟁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 : 맞아요. 중요한 얘긴데요. 지금 하신 질문이 사실 학자들 사이에서도 분분한 핵심 질문이에요. 평화인문학자 이찬수 교수라는 분이 계신데요. 이 교수님께서 평화가 무엇인가에 대해 깊고 넓은 탐구를 진행해본 결과, “평화에 대해 명확히 개념 짓는 어떠한 규정도 발견하지 못했고, 평화를 설명하기 위해 폭력의 문제를 다뤄야 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사람마다 원하는 평화의 모습이 다 다르기 때문에. 아이러니하지만 평화를 이루려는 마음이 같더라도, 결국 갈등과 폭력이 생길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는 거예요.

그러니 ‘의분’을 명분으로 투쟁을 하더라도, ‘악’이라고 통용되는 세력과 싸운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앞서 의병 정신 이야기를 해주셔서 친일파 청산을 예로 든다면. 친일파, 당연히 죗값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죄를 묻는 과정과 결과가 단순히 ‘단죄’에서 그치면 안 되고요. 그들과 함께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살아가야 하니까. 응당한 죗값을 치른 뒤에는 보듬고 사랑하려는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해요. 무슨 도 닦는 것 같은, 뜬구름 같은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겠는데. 일단 저는 저부터 그렇게 살려고 하고 있고요.

저는 기자이기 때문에 타인의 정의롭지 못한 행위를 지적하고, 규탄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사람이지만. 이젠 단순히 지탄하는 기사가 아니라, 이들에 대한 연민도 함께 가져가면서 해결책도 모색해보는 기사를 쓰고 싶네요. 노력하겠습니다.

윤 : 어렵네요. “평화란 이런 것이다” 하고, 답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게 아니니까요. 물론 선악의 문제라면 답이 명확하겠지만 그 ‘선’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도 주관에 근거할 테니. ‘절대 선’을 정의하는 것은 ‘이해’가 배제된 행위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의미에서 ‘제주특별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는데요.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제주도의회를 통해 알려진 바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김 : 물론 반가운 이야기고요. 제가 말한 사랑, 이해 이런 것들은 개인 스스로가 노력해서 더디지만 조금씩 평화를 구축하는 장기 플랜이 되겠고. 언급하신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담긴 ‘평화의 섬 제주’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를 견고히 만드는 든든한 주춧돌, 단기 플랜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주도가 주체가 돼서 ‘평화의 섬 제주’를 만들기 위한 밑 작업을 잘 다져놓는다면, 언젠가 우리 도민들이 지금과 같은 갈등 없이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요? 그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고 믿습니다.

윤 : 더 나아가서는 제주의 평화가 통일을 이뤄내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더 욕심내서 국제 사회에서 평화를 지속하는 데 제주가 중심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김 : 맞아요. 마침 통일 이야기를 하셔서 생각이 나는데. 지난 월요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제주에 왔었거든요. 2030 청년들과 통일과 관련해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거기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통일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선 평화론이 확산되어야 하겠고. 평화론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작은 평화부터 찾아내야 한다고요.

이는 즉, 일상의 평화를 깨는 작은 부조리를 외면하게 된다면, 그 작은 문제들이 결국엔 평화, 통일을 저해하는 요소 하나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상 속 작은 부정부패라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통일부 장관께서 “4.3의 아픔을 아는 제주는 ‘생활로서의 평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지 알고 있을 것이다”라는 말도 하셨는데.

4.3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지만, 4.3을 이해하고 알고 있는 제주에 사는 우리는, 어쩌면 이미 DNA 속에 평화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윤 : 건강을 잃어본 사람만이 건강의 소중함을 알고, 나라를 잃어본 백성만이 조국의 소중함을 아는 것처럼. 일상의 평화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짓밟혀 깨진 경험이 있는 제주도이기에. 역설적으로 더욱 평화를 추구할 수 있을 거라는 해석이군요.

그리고 이 평화를 지키고, 이뤄내기 위해서는 ‘일상 속에서의 작은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요. 통일부 장관께서 제주 청년들에게 좋은 말씀을 해주셨네요.

김 : 사랑, 이해, 일상에서의 작은 평화. 이 세 가지만 기억하고 되새기며 살아도 우리 인생에서 머리 아픈 고민은 상당히 사라질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자꾸만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들, 혐오를 낳는 표현, 개인의 이익만 대변하는 주장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만약 내 힘으로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렵다면, 적극적으로 공익 신고도 하시고요. 언론에 제보도 해주세요. 대신 투쟁해 줄 정의로운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의외로 잘 모르는 분들이 많던데, 인터넷이나 신문 기사중에 일명 ‘특종’이라고 하면서 터지는 사건, 비리들 있죠. 그들 중에 상당수가 특정 제보자의 제보나 증언 덕분인 경우가 많거든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그랬고요.

이렇게 시민 개인의 힘은 생각보다 위대하고, 큽니다. 청취자 여러분 모두 세상을 바꾸고 평화를 이뤄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분들이니까. 이 점을 늘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시면 좋겠습니다.

윤 :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말도 있죠. 오늘 ‘평화’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봤는데.

일상이 바빠서,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우리가 일상에서 ‘평화’를 말할 기회가 참 없었던 것 같아요.

너무 거대한 무언가를 당장 이뤄내려고 하지 말고, 일상의 행복에 감사하면서 살아간다면. 그것 또한 ‘평화’가 아닐까요? 모두 평화로운 수요일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김은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