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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4월 19일(월) [로스쿨] 새롭게 인정되고 있는 산업재해 사례와 신청 과정의 문제점은? (김혜선 노무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윤 : 오늘은 어떤 내용을 이야기 나눠볼까요?

김 : 매년 4월은 노동자 건강권의 달이라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산업재해로 사망하거나 다친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지속적인 산업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알려나가는 달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새롭게 인정되고 있는 산업재해 사례와 현재 산재 신청 진행 과정의 문제점 등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윤 : 이렇게 매년 4월마다 노동자 건강권과 관련된 행사도 하면서 경각심도 키우고 심지어 이번에는 중대재해처벌법도 통과가 되었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출근은 했으나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김 : 법이 제정은 되었지만 아직 시행 전이기도 하고요. 아무리 법이 제정되어 시행된다 해도 일상생활 속 인식의 변화가 없다면 법 위반에 대한 처벌만 이뤄질 뿐 진정한 노동자 건강권 쟁취로 이어지는 것은 먼 일이겠죠. 4월 8일 국회 환노위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중대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발생한 중대재해 즉, 산업재해 중에서도 사망사고나 그에 준하는 재해가 발생한 경우가 58건이나 발생했다고 합니다.

윤 : 한 달에 58건이면 거의 하루에 2건 꼴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네요.

김 : 네. 맞습니다. 3월 한 달간 노동자 60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합니다. 이 자료는 강은미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을 받아 공개한 자료니까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로 인정한 중대재해만 무려 58건이라는 것이고 실제 산업재해로 신청조차 하지 못하거나 불승인 된 재해까지 포함하면 그 건수는 더 많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로 숨진 노동자 60명 중 27명(45%)은 하청노동자였고 9명(15%)은 이주노동자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대재해는 건설업에서 31건(53%), 제조업에서 20건 (34%), 그 밖의 기타업종에서 7건 (13%) 발생했다고 합니다.

윤 : 위험의 외주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사망 비율로도 확인이 되고 있네요. 중대재해가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많이 발생했다는 것도 중대재해 주요 발생 원인이 반복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김 : 네. 맞습니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 중 떨어짐, 끼임 같은 재해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요. 이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중대재해가 다수 발생하는 사업장이나 산업현장에 대해 안전보건조치 이행 여부를 보다 확실히 조사하고 하청노동자, 이주노동자 등이 근무하는 노동현장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서 건강하게 노동할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윤 : 근로복지공단이 새롭게 인정한 산재사례를 소개해 주신다고 하셨는데..

김 : 얼마 전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는 급식실 조리실무사로 근무하던 중 폐암으로 숨진 노동자에 대해 업무상 질병을 인정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 따르면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윤 : 급식실 조리실무사라고 하면 학교에서 학생들 식사를 만드는 분 아닌가요? 폐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되었다니 좀 의외라고 생각되는데요. 어떤 사건인지 설명해 주시죠.

김 : 급식 노동자가 매일 조리하는 음식의 양은 집에서 조리하는 것과 차이가 엄청나잖아요? 밥이나 국을 조리할 때도 정말 커다란 통에 많은 양을 조리하고 튀김이나 볶음류 같은 반찬도 조리 양이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손, 팔 등에 근골격계 질환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급식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은 산업재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급식 노동자는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노출되기도 매우 쉽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 직업병이라는 인식은 아직까지 부족했었죠. 관련해서 국제암연구소(IARC)는 고온에서 기름으로 튀김이나 볶음·구이 같은 요리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을 폐암 발생의 위험도를 높인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대한 폐암학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가 눈이 따가울 정도로 발생하고 해당 공간이 환기가 안 되는 곳이라면 일반적인 상황보다 폐암 발생 확률이 무려 5.8배나 높다고 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재해자는 2005년부터 중학교에서 조리실무사로 12년간 근무한 분인데요. 2017년 전보를 하면서 보건증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폐암 3기 진단을 받으셨고 다음 해인 2018년 4월 사망하셨습니다. 당시 재해자가 일하던 중학교는 총 4명의 조리실무사가 돌아가면서 밥(1명)·국(1명)·반찬(2명)을 맡았다고 하는데요. 2016년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식단표를 검토한 결과 총 조리일수 84일 중 튀김이나 볶음 및 구이 요리가 포함된 일수는 68일(81%)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리가 필요한 반찬 170건 중 튀김·볶음·구이 요리는 반찬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85건이었다고 합니다.

윤 : 아무래도 학생들 입맛에는 튀김이나 볶음, 구이 요리가 더 맛있겠죠. 그렇다면 말씀하신 ‘조리흄’이 조리실에서 많이 발생했겠네요, 그런데 조리실 같은 경우 환기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까?

김 : 네. 법으로도 급식실과 같은 조리시설의 경우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여 적정 공기가 유지되고 있는지 평가하도록 하고 있고 작업 시작과 작업 중에 적정 공기 상태가 유지되도록 환기를 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족 진술에 따르면 해당 중학교 조리실무사들은 2016년 여름부터 급식실 주방의 환기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학교에 수리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재해자가 폐암 진단을 받은 2017년 5월 16일 같은 중학교 조리실무사로 일한 또 다른 노동자는 급식실에서 쓰러진 뒤 뇌출혈 판정을 받았다고 해요. 하지만 이 학교는 노동자가 급식실에서 쓰러지고 7일이 지나서야 후드와 공조기 교체 공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심각한 것은 이런 사고가 있기 전인 2016년 6월에도 또 다른 급식 노동자 2명이 작업 중 구토나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윤 : 아까 말씀하신 대로라면 환기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조리실에서 조리일의 절반 이상의 날에 튀김, 볶음, 구이 등의 요리를 하면서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를 마셨다는 것이네요.

김 : 그렇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도 이러한 상황을 지적하면서 재해자의 업무상 재해 신청에 대해 “폐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온의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에 낮지 않은 수준으로 노출됐다”는 것을 인정, 직업성 암으로 인정했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진 또 다른 노동자도 최근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승인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윤 :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환기시설 등이 잘 마련되어있고 노동환경의 관리가 잘되었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이렇게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김 : 네. 사실 이번 산재는 재해자가 다닌 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의 급식실에서 1인당 100명이 넘는 식수를 담당하고 있고 적어도 일주일에 2일 이상 튀김, 볶음, 구이요리를 조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상 사업주는 사업장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라는 것을 설치하고 노동자와 함께 운영해야 하는데요. 전국 학교 급식 노동자의 사용자인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현재 12곳만이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법에서 정한 기본적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보호조치들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내용은 사실 노동안전을 위한 매우 기초적인 내용들입니다. 이번 판정을 계기로 급식 노동자의 직업성 암 산재 신청과 승인의 확산 뿐 아니라 급식 노동자의 작업환경이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윤 : 그런데 요즘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게 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해도 산업재해 처리 과정에서 너무 긴 고통을 감수하게 된다는 등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 : 네. 말씀하신 것처럼 재해노동자가 많은 고민 끝에 산업재해 신청을 해도 이후 처리 과정이 너무 길어져 노동자의 고통이 계속되는 문제가 많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윤 : 원래 산업재해 신청을 하면 처리기간이 정해져있지 않나요?

김 : 물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규칙 제21조) 상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자의 요양급여신청을 받으면 그 신청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요양급여를 지급할지를 결정해야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처리기간 7일에 산입하지 않는 기간인 판정위원회 심의에 걸리는 기간, 산업재해 여부의 조사에 걸리는 시간, 서류 보완에 걸리는 시간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못해도 두세 달은 족히 걸리는 상황입니다. 또 업무상 질병을 판단하는 역할을 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심의를 의뢰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그 결과를 심의를 의뢰한 소속 기관의 장에게 알려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시행규칙 제8조) 하지만 특히 근골격계질환 판정의 경우 신청부터 판정까지 평균 4달이라는 시간이 걸리고 직업성 암 판정의 경우 평균 334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오고 있어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사건의 경우에도 벌써 8개월이 경과하고 있지만 아직도 심의 중인 경우도 있습니다.

윤 : 그럼 이렇게 산업재해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기까지 노동자들은 어떤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나요?

김 : 안타깝게도 이 부분에 대한 법적인 보호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신속하게 처리가 되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 중 입원치료가 필요하거나 병원에서 일을 당분간 하지 않고 쉬는 것을 권유받는 경우가 있는데 회사에 병가를 몇 달씩 내겠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병가를 정하고 있는 회사도 많이 없고요. 결국 눈치를 보면서 연차휴가를 몰아서 고작 10여일 정도를 쉬는 것이 전부이거나 무급으로 병가를 사용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윤 : 산업재해로 인정이 되면 휴업한 기간에 대한 임금도 일부 보전이 되고 치료비도 지원이 되지만 인정되기 전까지는 노동자들이 온전히 고통을 감수해야하는군요.

김 : 맞습니다. 산재로 인정되기 전까지의 치료는 건강보험으로 우선 처리가 되지만 본인부담금이나 비급여항목이 있어 개인 부담이 발생하고 또 일을 못하는 상황에서 생활비, 치료비 등의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병가를 내거나 연차를 사용하는 것도 눈치를 보게 되고요.. 나아가 몸이 아픈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말을 하면서 사직을 강요하거나 해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업무상 재해로 요양을 받은 기간과 그 후 30일은 해고를 절대 할 수 없는 기간으로 정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업무상 재해라는 인정을 받기 전 이렇게 해고되거나 사직을 권고당하는 사안의 경우까지를 법에서 예정하여 금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윤 : 그거야 너무 당연해서 아닌가요? 그나저나 참 슬픈 일이네요. 분명히 일하다가 다치거나 골병이 들었는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업무상 재해 인정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오히려 직장을 잃게 된다니요. 산재 신청에서 인정까지가 보다 신속하게 처리돼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 : 그렇습니다. 사실 지금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제정 목적과 법에 규정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면 지금보다는 신속하게 처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 목적을 보면, ‘이 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법 제정 목적에 근거해서 앞서 말씀드린 요양급여 지급 결정기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기간 등을 최대한 준수하기 위한 근로복지공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작년부터 코로나를 이유로 현장조사를 몇 달씩 연기하거나 10일 안에 제출하도록 되어있는 사업주 의견서를 고의로 미루는 사업주에게 계속 의견서 제출기간을 늘려주는 등의 불필요한 관행을 없애는 것도 필요합니다.

윤 : 이런 것은 어떻습니까? 내가 업무상 재해를 당했다고 생각하고 산재 신청을 하면 근로복지공단은 우선 재해자의 상병이 산업재해라고 예정을 하고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게 하고 정말로 산업재해인지 여부를 판단해서 산업재해가 아니라고 판정이 되면 건강보험으로 처리를 하게 하는 거죠.

김 : 말씀하신 내용이 추정의 원칙이라고 해서 일부 적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추정의 원칙이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직종 근무자가 특정 상병 진단을 받은 경우 별다른 입증이 없어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현재 6대 근골격계질환에 대해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실무상으로는 대상이 되더라도 다시금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회의를 거쳐서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것은 이런 추정의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고 나아가 모든 대상으로 확대하여 전면 적용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신청하면 추정의 원칙에 따라 산업재해로 인정이 되어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게 되고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업주나 근로복지공단이 입증해야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선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우선 적용하고 이후 산업재해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오면 건강보험을 적용하게 하는 것이죠. 이런 주장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제정 목적, 이념은 산재 노동자에 대한 신속한 치료, 재활, 보상이 중심입니다. 이런 노동자 보호를 중심으로 산재 제도를 바라본다면 충분히 시행 가능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