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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2월 16일 (수) <오늘의 시선> 제주의 환경과 미래세대 (제주주민자치연대 박건도 참여자치위원장)

2020년 12월 16일 수요일 <오늘의 시선>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으로 찾아옵니다. 오늘은 제주주민자치연대 박건도 참여자치위원장과 함께 하는 시간인데,

지금 전화 연결이 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박 : 안녕하세요 박건도입니다.

윤 : 오랜만인데 이렇게 전화로 만나게 되네요, 잘 지내셨나요?

박 : 네, 윤 아나운서님이 한 달간 휴직 기간을 갖는 동안 못 뵈었으니까 정말 오랜만인데, 아쉽게 전화 연결로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다시 목소리 들어 반갑습니다.

오늘은 스튜디오 대신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고 있어서인데요, 저도 코로나 상황이 좀처럼 가라않지 않아 걱정이 크긴 하지만, 최대한 방역수칙 잘 지키면서 그 한도 내에서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분위기로선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을 잘 지켜나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있거든요. 그래서 쉽지는 않지만 나름 공부도, 일도, 쉼도 운동도 모두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 : 그렇군요. 코로나 상황에서도 일상을 지키려는 노력은 정말 중요한 것 같네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함께 나눠볼까요?

박 : 네 코로나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요, 코로나 상황에서도 일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가장 아쉬운 것이 바깥 활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이더라고요. 제주에는 한라산을 비롯해 오름이라던지, 곶자왈과 같이 천천히 거닐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요즘은 바깥 활동을 자제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아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한라산, 오름, 곶자왈 등의 제주의 자연환경이 난개발에 의해서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코로나가 좀 잦아들고 나서 누릴 수 있는 자연들이 최대한 파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윤 : 제주의 자연을 즐기면서 바깥활동을 하고 싶은데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그렇지는 못하고 있고, 코로나가 잦아들면 그런 자연환경을 누리려고 하는데, 난개발로 인해서 그런 제주의 자연이 사라지고 있어서 안타깝다는 말씀이시군요.

박 :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주의 자연환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 싶은데요, 특히 제주 사회에서 자연환경이 어떻게 파괴돼 왔고, 어떻게 보존돼 왔는지에 대해서 같이 알아보고, 이런 것들이 제주의 미래에 그리고 미래 세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갖는지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윤 : ‘제주’하면 사실 누구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장 먼저 떠올릴 텐데요. 이런 자연환경을 제주사회가 어떻게 보존해 왔고, 개발해 왔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고 싶으신 거네요, 특히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 : 맞습니다. 사실 제주의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매체에서 계속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미래세대인 청년의 관점으로 제주의 자연과 개발에 대해서 바라보고자 합니다. 특히 최근 원희룡 지사가 ‘송악선언’을 미래세대를 위한 약속이라며 제주의 자연환경을 지키는 것이 제주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윤 : 그렇죠, 얼마 전 원희룡 지사의 송악선언이 이슈가 됐잖아요, 송악선언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 : 네 제가 환경전문가는 아니지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송악선언은 기본적으로 원희룡 지사가 도민들의 난개발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키겠다, 라고 약속한 것이고요,

1호 실천조치로 송악산의 개발을 제한하기 위해서 송악산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을 선언했고, 이후 후속 실천 조치들이 나오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이 기자회견을 송악산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이른바 송악선언이라고 불리는 것 같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송악선언에서 자연 경관을 해치는 개발은 엄격하게 금지하겠다, 대규모 투자는 자본의 신뢰도와 사업내용의 충실성을 엄격히 심사하겠다, 제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것은 개발사업의 기본 전제이다, 모든 투자와 개발은 반드시 제주의 미래가치에 기여해야 한다, 이렇게 네 가지 조문을 선언했습니다.

윤 : 원희룡 지사의 송악선언이 나오고 제주사회에서 이슈가 되기는 했습니다만, 이 선언이 청년들과 어떤 연관을 가질 수 있을까요?

박 : 네 저도 이 송악선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선언문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 언급

때문인데요, 원희룡 지사는 ‘제주의 자연은 지금 세대만의 것이 아니고, 다음 세대의 권리를 위하여 청정제주를 지키겠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문장을 보고서 다음 세대로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윤 : 그렇다면 건도씨가 오늘의 시선 코너에서 청년의 시선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청년의 시선에선 송악선언을 어떻게 보셨나요?

박 : 저는 송악선언을 기사로 접했을 때 좋은 이야기이고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었고요, 그동안 제주 곳곳이 공사장으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이러한 곳에서는 마을주민들 간의 갈등이 정말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제주도정에서는 개발사업에 대해서 제한을 적극적으로 두거나, 주민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좀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제 좀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으로 느껴져서 우선은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언이 현재의 제주뿐만 아니라 미래의 제주를 살아갈 미래세대에게 있어서도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언급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 : 그렇군요. 제주의 자연을 보전하자는 제주 도정의 의지를 밝힌 것이고,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한 부분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계신 거네요.

박 : 네 그렇습니다. 내용으로만 본다면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선언에 얼마나 많은 진정성과 의지가 담겨 있느냐 하는 것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선 아직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윤 : 어떤 면에서 그렇다고 생각을 하신 건가요?

박 : 네 송악선언의 진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송악선언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2014년 원희룡 도정이 출범하면서 제주 자연환경에 대한 정책들이 어떠한 기조로 진행되어 왔는지, 그리고 환경, 개발 정책 주변의 다른 정책들은 진정성 있게 집행되어 왔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윤 : 그렇죠. 정치라는 영역에서는 메시지가 있고 그에 대한 실천이 함께 고려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메시지와 실천 두 가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겠네요.

박 : 그렇습니다. 송악선언이라는 메시지가 나왔고 이에 대한 실천이 동반되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청년들 사이에서도 송악선언이 말뿐인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윤 : 어떤 이유에서 그런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박 : 2016년 이후 제주의 청년들과 도민들이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하고, 다양한 정책과정에 참여하면서 행정과 함께 청년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원희룡 지사도 이에 호응하며 청년정책을 담당할 추진 단위를 하나의 청년정책팀에서 4개의 팀이 있는 과 단위인 청년정책담당관으로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청년정책담당관실의 내년 예산이 올해 예산에 비해서 50% 삭감되면서 청년들이 이에 분노하고 있고, 원희룡 도정의 청년정책을 집행하고자 하는 진정성에 물음을 던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언문에 따라서 송악선언이 제주의 미래세대를 위해서 추진되었다고 한다면 이것이 선언에서 그치지 않겠는가 하는 의구심은 너무나도 당연히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 : 청년정책 예산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는데,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송악선언도 선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를 하고 계신 거군요.

박 : 그렇습니다. 또 한 가지 사례로 제주도청에 가보시면 제일 앞에 적혀있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제주도정의 슬로건 또는 미래비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보셨고, 들어보셨을 텐데요, ‘청정과 공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 키워드는 제주도민들이 2015년도에 다양한 제주도민 100명과 20명의 청소년 도민이 참여해서 만들어낸 키워드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도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선언이 잘 지켜졌는가를 돌아보고 송악선언을 함께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윤 : 도민들이 행정과 함께 만들어 낸 ‘청정과 공존’이라는 키워드가 잘 지켜졌는가도 송악선언을 바라보는 잣대로 참고해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박 : 네, 제주의 도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을 잘 살펴보고 잘 실천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윤 : 그렇다면 오늘 제주의 자연환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여러 가지 개발사업들로 인해서 제주의 자연이 파괴되고 있기도 합니다만, 청년인 건도씨가 보기에는 자연환경을 포함해 제주에서 이것만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하는 게 있을까요?

박 : 네 저는 제주의 ‘동네’가 파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동네라고 하면 아스팔트길이 아닌 불편한 흙길이라도 그 불편함을 서로 이야기하고 보듬어가면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들인데요. 동네라는 게 주변의 자연환경들과 함께 어우러질 때에만 설명이 가능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윤 : 동네라고 하면 제주의 마을, 마을공동체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청년들은 좀 더 세련되고 효율적인 삶을 원하고 도시에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요?

박 : 아마도 세련됨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주의 마을을 세련되고, 편리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의 제주를 파헤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제주를 소재로 하는 유명 TV 프로그램들은 도시의 편리함과 효율성 그리고 세련됨을 피해서 자연에서의 쉼과 여유,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문화들이 조명되고 있고요, 이런 것들이 청년세대에서는 새로운 세련됨으로 자리 잡게 된 것 같습니다.

윤 : 세련됨의 기준이 아스팔트 도시에서 흙길의 마을로 전환됐다, 라고 하셨는데.. 제주가 계속해서 개발되어 가면서 이러한 마을, 동네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네요.

박 :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아쉬운데요, 저 같은 경우엔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제주시에서 아파트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이제껏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이 제주의 흙길과 동네를 경험하지 못하거나 조금밖에 경험하지 못한 청년들이 오히려 개발보다는 자연과 동네를 보전하는 것을 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 개발된 동네에서는 자연환경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동네’ 자체가 파괴돼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윤 : 실제로 제주에서 많은 마을들이 개발사업으로 인한 갈등을 빚고 있지 않습니까?

박 : 네 맞습니다. 제주의 많은 곳이 개발 사업으로 인해 함께 평생을 살아온 마을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개발 사업의 찬성과 반대라는 이름으로 갈라지고 서로를 미워하고 싫어하게 만들면서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도시화된 제주보다 마을과 공동체가 살아 있는 제주에 살고 싶어 하는 미래세대에게는 그러한 기회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겠죠.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에 나온 송악선언은 의미를 갖습니다.

윤 : 그렇다면 동네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발 사업으로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것도 그렇지만 무조건적으로 개발 사업을 모두 반대하는 것도 대안은 아닌 것 같은데요.

박 : 네 맞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들 삶의 필요에 의한 개발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래로부터의 개발인가 하는 것입니다. 정말로 제주도민들의 필요에 의해서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것인지, 그 의견이 제기되기까지 주민들 사이에서 민주적인 토론 절차가 충분히 이루어져 왔는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제주에서의 개발은 국가와 자본의 필요로 진행되는 위로부터의 개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사업의 계획을 국가나 자본이 마련을 하고 그 사업이 진행되는 마을의 사람들 중에 소수의 유지들에게만 형식적으로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친 후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윤 : 국가와 자본의 위로부터의 개발이 아니라 제주도민들의 필요에 의해서 진행되는 개발 그리고 보존이 중요하겠네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박 : 제주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청년으로서 개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제주의 자연을 지키겠다는 송악선언에 큰 공감을 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제주 곳곳은 공사장이고요, 마을 사람들은 두 진영으로 쪼개지고 있습니다. 원희룡 지사의 송악선언이 좀 더 큰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개발과 보존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충실히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선언이니 미래세대가 참여하여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마무리..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들을까요. 감사합니다.

박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