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2월 2일 (수) <오늘의 시선> 코로나19시대의 문학 (현택훈 시인)
2020년 12월 2일 수요일 <오늘의 시선>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으로 찾아옵니다.
오늘은 현택훈 시인과 함께 하는 시간인데요, 지금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현 : 안녕하세요. 현택훈입니다.
윤 : 어느 새 겨울 문턱으로 성큼 들어간 거 같은데요,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현: (이번 주가 마지막이 아닐 수 있는데다, 윤 아나운서와는 4주 만에 만나신 게
아니라서 앞부분 내용을 좀 바꿨습니다. 물론 작가격리 얘기는 언급하지 않는 걸로 하고요..)
네,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어서 건강에 부쩍 더 신경이 쓰이고 있고요,
최근 코로나로 확산세 분위기라 가능하면 외부 일정 등을 최대한 줄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오늘의 시선’을 준비하면서 세상을 향한 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참 좋거든요, 저 스스로 좀 더 사회에 대한 제 나름의 시선을 더 깊고 넓게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특히 시를 쓰는 입장에서 문학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독서량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윤 : 벌써 내년 계획도 세우신 거네요, 무엇보다 현 시인의 글쓰기에 이 시간이 도움이 됐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현 : 네. 제가 얼마 전부터 제주의 공간에 대한 나름대로의 시선으로 글을 써보려고 하는 계획이 있는데요. 제 고향인 화북에서 출발해서 제주시 일대의 오래된 곳이나 인상적인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고, 글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려고 지금 계획 중입니다. 오늘의 시선에 참여하면서 얻은 느낌으로 글을 쓸 때 좀 더 분석적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윤 : 그렇군요. 글을 쓰는 게 일이라면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글을 쓰게 되는군요.
현 : 아, 지금까지 별 계획 없이 떠오르는 게 있으면 쓰곤 했는데요. 앞으로는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자료도 찾아보고,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주에 대해 새로우면서도 제주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제주시의 풍경을 그릴 계획입니다.
윤 : 아, 그럼 책이 나올 예정인가요?
현 : 네. 내년에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가제는 ‘북제주’입니다.
윤 : 그렇군요. 내년에 나올 책도 기대해보겠습니다. 앞에 얘기가 좀 길어졌습니다. 그럼 오늘의 주제는 뭘까요? 글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니 문학에 관련된 것일 것 같은데요.
현 : 네. 오늘의 주제는 좀 광범위하긴 한데요. 코로나시대의 문학의 모습을 좀 살펴보려고 합니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됐다고는 하지만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코로나 확산이 다시 거세지고 있는데요. 사회적 거리두기, 언택트 이런 말을 많이 하게 되어서 이 코로나시대에 문학은 어떻게 변모하는지 관심을 갖게 됩니다.
윤 : 문학이란 것이 삶의 이야기이니 코로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네요.
현 : 네. 이제 한 달 뒤면 새해인데, 1월 1일에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발표가 됩니다. 아무래도 연말이 되면 신춘문예에 응모를 하지 않았어도 괜히 설레기도 하고, 이번에는 어떤 신인이 등장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번에는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를 제재로 한 작품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예전에 IMF였을 때는 그러한 경제 위기의 영향을 바탕을 둔 작품들이 있었던 것처럼 그러한 경향이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에 문학의 모습을 지난 1년 동안에 나온 코로나 관련 책을 통해 짚고자 합니다.
윤 : 네. 그렇겠네요. 아무래도 문학은 환경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니 바이러스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문학은 다루게 되겠네요.
현 : 네. 일단 문예지들 살펴보면, 특집으로 바이러스 관련을 많이 다루었습니다. 창작과비평 2020년 가을호에서는 ‘코로나19가 던진 과제들’이 특집 제목이었는데요. 이른바 K방역이 성공하기 위해 책임있는 개입인지, 감시와 통제의 강화인지 고심해야봐야 한다는 글도 있고요. 팬데믹 상황에서 탈성장으로 거듭 강조한 글도 있었습니다.
또 문학과사회 하이픈 2020년 가을호의 특집 제목이 ‘코로나 이펙트’입니다. 페스트, 스페인독감도 그랬고, 코로나로 인해 생활체계가 흐트러졌는데요. 이러한 참사와 같은 병균이 유행하면 소리, 의견이 희생되는 경향이 있다고 짚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참사를 극복하기 위해 희생으로 삼는 게 필요한데, 획일화된 의견의 통일이 중요하므로 문학으로 소리를 내는 것은 짓밟힐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 외에도 많은 문예지들이 코로나 시대의 문학을 거의 다 다루었습니다.
윤 : 획일화된 의견의 통일이 위기를 극복하게는 하지만, 그러느라 다른 대안들은 소리가 차단되는 경우가 있겠네요. 큰 사건이 발생하면 다른 작은 사건들이 묻히는 경향이 있는데, 비슷한 느낌으로 보이네요. 우리가 이 시간에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언급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렇다면 이 시기에 바이러스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읽을 만한 작품이 있을까요?
현 : 최근에 드라마로도 나왔던데요. 정세랑의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을 주목하게 되는데요. 요즘 학교에서는 보건교사 분들이 바쁘고 조마조마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고 하던데요. 이 소설에서는 보건교사 안은영이 젤리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괴물들을 물리치는 이야기인데요. 이 괴물을 바이러스와 일치해도 될 겁니다.
코로나를 염두에 두고 쓴 시집은 아니지만, 김점용 시인의 최근 시집 ‘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를 보면, 실제 이 시인이 큰 병에 걸려서 투병 중에 쓴 시들인데요. 수록작 중에서 ‘의정부북부역’이라는 시를 보면, “사라진 이름 / 사라진 사람들 / 사람들은 한결같이 저 위쪽이라고 손가락질로 대답한다 / 그리운 북부역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 북부역으로 북부역으로 밀려 올라갔을까 /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 / 의정부북부역이 어디냐고 물어도 / 사람들은 묵묵부담 / 아무래도 나는 / 좀 더 북쪽으로 가야 할 것 같네”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요즘 같은 시기에 시를 통해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더 우울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요.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있더군요.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는데, 우리가 슬픈 노래를 들으며 슬픔을 달래듯 슬픈 시로 슬픈 마음을 달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윤 : 네. 문학 치료라는 말도 있던데요, 자신의 처지에 맞는 문학 작품을 선택해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겠죠. 그러고 보면 작가에게는 코로나 상황에서 긴장하며 변화의 흐름을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를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나요?
현 : 책이 1년 안에 기획하고, 창작하고, 바로 나올 수 없는 구조라서 아마도 내년에 관련된 책은 더 많이 나올 것 같은데요. 일단 올해 안에 나온 책들 중에서 살펴보면요.
‘기침소리’라는 소설 모음집이 있는데요. 코로나 관련 단편소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이 책에 수록작 중에서 ‘코로나 은둔씨의 일일’은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연상한 제목으로 보인데요. 창문이 자신의 세계가 되어 버린 주인공의 집콕 일상을 다룬 김정묘의 소설입니다. 이 책 외에도 ‘코비드19의 봄’이라는 제목의 테마 소설집이 있습니다.
윤 : 기록이 곧 문학이 되는군요. 르포 문학이라는 말도 있긴 한데, 그런 책도 있을까요?
현 : 네. 김지호의 병상 기록 ‘코로나에 걸려버렸다’는 코로나 확진 이후에 자신의 상황을 글로 써서 화제가 된 책이 있었는데요. 코로나 양성 판정 이후에 드는 감정, 죄책감, 회사로 복귀하려고 하는데 복귀를 두려워하는 회사 동료들의 시선, 희생적인 간호사들에 대한 고마움 등이 담겨 있습니다.
윤 : 그 중에서도 시인님의 눈에 더 들어온 책이 있을 것 같은데요.
현 : 아. ‘지구에서 스테이’라는 책에 눈이 갔는데요. 코로나 시대의 시 모음집입니다. 김혜순, 김소연, 오은 시인 등이 참여했는데요. 가수 요조도 참여했네요. 제주도 시인으로는 허영선 시인이 참여했습니다. 국내 시인뿐만 아니라 영국, 대만 시인도 참여를 했습니다. 아마도 이 코로나가 전 세계적인 문제라서 이렇게 기획한 것 같습니다.
윤 : 코로나 관련 시 모음집도 있군요. 여러 나라의 시인이 참여한 것은 국경 없는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 의식도 느껴집니다.
현 : 네. ‘지구에서 스테이’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우리가 성장 위주의 개발을 진행해 왔는데 이 바이러스를 통해 지구와 바이러스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사실 이 책은 일본 쿠온출판사에서 낸 책의 한국어판입니다. 한국 시인들이 합류를 하면서 새롭게 내게 된 책인데요. 코로나 문제는 국경을 생각하지 말고 대응해야 할 사항이듯 다른 나라의 시인도 참여해서 생각해 본 건 좋은 것 같아요.
여기에서 수록된 시 중에 이장욱 시인은 “나의 적은 공산주의나 제국주의 혹은 외계인이나 악몽인 줄 알았는데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바로 당신이었다”라고 말하는 지점이 인상적입니다. 정말 그렇잖아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윤 : 나의 적은 당신이었다, 정말 그러네요.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사회, 코로나로 인한 피로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이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에는 또 어떤 시가 수록되어 있는지 궁금하네요.
현 : 오은 시인의 ‘그것’이라는 시인데요. 일부분을 읽어보면 이렇습니다.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거기 있었다 / 입매가 사라지니 눈매가 매서워졌다 / 표정을 알 수 없어서 / 서로가 서로를 경계했다 / 귀를 더듬으니 마스크가 사라지고 없었다 / 코와 입을 가린 채, /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 나는 벌거벗은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런 시입니다. 마스크를 끼니 얼굴을 잘 알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는데요. 마스크가 일상이 된 시대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거벗은 사람으로 취급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네요.
이 마스크를 제목으로 한 시 모음집도 있습니다. ‘마스크의 시간’인데요. 몇 달 전에 대구에서 코로나가 크게 확산된 적이 있었잖아요. 그 무렵 대구 지역의 작가들의 시를 모아 만든 책입니다. 이 책에 '문학으로 치유하는 코로나19'라는 부제가 있는데요.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문학이 위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윤 : 그렇군요. 시인님은 코로나의 영향을 당연히 체감할 텐데, 어떠세요? 1년을 돌아보면요.
현 : 글 쓰는 사람이나 예술가들이 프리랜서인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도 코로나 지원금도 받고 그랬습니다. 저도, 딩아돌하라는 문예지에서 2020년 가을호 특집 제목이 ‘코로나19 시대와 시 쓰기’였는데요. 원고 의뢰를 받고 낸 산문의 제목이 ‘시는 아직 살아있다는 구조요청의 신호’였습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도서관 시 쓰기 수업을 비대면 영상으로 진행한 적도 있고요.
윤 : 코로나 관련된 작품도 썼나요?
현 : 네. 최근에 시 제목이 ‘무반주’인데요.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에 대한 느낌을 무만주의 느낌으로 써봤습니다. 부끄럽지만 그 시에서 “우리 서로 알아본다고 해도 /우연히 마주칠 일은 없으니 / 입을 다문다 /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반나절 동안”이라고 표현해봤습니다. 우울한 시가 됐네요.
윤 : 아, 전문이 궁금한데요. 다음에 기회 되면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가 최근 며칠 사이에 제주도에서도 확진자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N차 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될 수 있는 한 감염이 퍼지지 않고,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백신에 대한 접종도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까요. 남은 한 달, 그리고 내년에는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다시 일상의 평온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들을까요. 감사합니다.
현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