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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화) [키워드뉴스] 도민학살 주범에 나몰라라/ 미국 대선, 아직 시작도 안했다(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
지/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키워드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안녕하세요.
지/오늘의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1. 도민학살 주범에 ‘나몰라라’
조/도민학살 주범에 ‘나몰라라’,입니다.
지/어떤 내용인가요.
조/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 입구 근처에 있는 한 추도비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지/박진경 대령 추도비.
조/인물 잠깐 소개. 제주4·3 당시 “도민 30만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며 무차별적인 학살을 지시했던 인물입니다. 1948년 5월 국군의 전신인 조선경비대 초대 11연대장으로 부임해 무장대 토벌 작전을 진두 지휘했는데요. 취임사에서 “우리나라 독립을 방해하는 제주도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밝히며 무차별적인 학살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지/당시 제주도민 수가 30만여명으로 추산되는데요. 모든 도민을 희생시키는 한이 있어도 강경하게 진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입니다.
조/네. 실제로 박 대령은 양민과 무장대의 구별이 힘들다는 이유로 40여 일 만에 도민3000여명을 막무가내로 체포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잡아들인 사람들 중에는 무장대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이 중학생과 노인들이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박 대령은 강경하게 진압 작전을 펼치면서 4·3 당시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 책임자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죄가 없는 양민까지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이다보니 많은 군인들이 박 대령의 작전 방식에 불만을 품었다고 합니다.
지/제주지역 청년들도 많았을 거구요.
조/네. 박 대령이 수 천명에 이르는 사람을 체포한 실적을 인정 받아서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진급을 했는데요. 그 진급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린 날 밤 평소 박 대령의 지시에 반대했던 부하 문상길 중위에게 암살 당했습니다. 문 중위는 결국 총살형을 당했는데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이뤄진 첫 사형 집행이었습니다. 최후 법정 진술 내용이 유명합니다. “이 인간의 법정은 공평하지 못해도 하느님의 법정은 절대적으로 공평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고 하는데요. 마지막엔 “훌륭한 조선의 군대가 되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지/박진경 대령과 문상길 중위. 대비되는 인물.
조/그런데 1952년 11월 죄 없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하고 학살했던 박 대령의 추도비가 세워집니다. 참고로 추도란 죽은 사람을 생각하여 슬퍼한다는 뜻. 죽은 사람을 기억하며 생각하다는 추모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당시 제주지역 신문에 난 기사를 보면 제주도 내 각 기관장과 유지들이 총장 9척의 자연 석비를 건립하기로 결정했다고 쓰여있는데요. 처음엔 당시 경찰국 청사가 있던 관덕정 쪽에 세워졌었구요. 제주도 군경원호회가 이 사업을 주관했다고 합니다.
지/양민 학살 논란이 있던 인물에 대해 다른 지역도 아닌 제주도 기관장들이 추도비를 세우는 데 참여했다구요? 비석엔 어떤 내용이 적혀있는지.
조/추도비 뒷면에 ’제주도 공비소탕에 불철주야 수도위민의 충정으로 선두에 지휘하다가 불행히도 장렬하게 산화하다.‘ 무장대를 소탕하는 데 불철주야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위하는 충성의 마음으로 선두에서 지휘하다가 장렬하게 숨졌다라는 뜻이죠. 또 다음 문장은 ’이에 우리 삼십만 도민과 군경원호회가 합동하여 그 공적을 기리기 위해 단갈을 세우고 추모의 뜻을 천추에 기리 전한다‘. 이건 따로 설명을 드리지 않았도 될 것 같구요.
지/아까 박 대령이 11연대장 취임사에서 “30만 도민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고 밝혔는데. 이 비석엔 그 30만 도민이 무차별적 토벌 작전의 공적을 기린다고 표현이...
조/아이러니한 표현이죠. 그 추도비가 관덕정에 있다가 충혼묘지 내로 옮겨졌는데요. 제주도 충혼묘지는 원래 사라봉 일대에 있다가 1985년 지금의 노형동으로 이설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추도비도 같이 옮겨져서 지금까지 충혼묘지 입구 근처에 자리 잡게 됐습니다. 충혼묘지는 국가유공자나 순진한 군경, 애국지사 등이 묻히는 곳이죠. 그런데 이런 장소에 많은 도민을 학살한 장본인의 추도비가 있다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습니다.
지/이 추도비는 철거하거나 이관해야 한다는 요구가 수년 전부터 있어오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도 처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조/작년 8월에 추도비 처리 방안과 관련해서 취재를 했었는데요. 충혼묘지를 관리하는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의 관계자는 11월 한라산 관음사 육군 특수전사령부 내로 옮길 예정이라고 답했었거든요. 육군 특수전사령부 내 충혼비 등이 설치된 충성공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계획이 무산됐다고 합니다. 충성공원을 관리하는 곳은 국가보훈처인데요. 그쪽에서 이 추도비를 받기를 거부한 겁니다. 논란이 되는 인물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지/특수전사령부를 제외하곤 옮길 데가 마땅치 않은가요.
조/네. 국가보훈처에서 거부하자 제주도 보훈청은 박 대령의 유족을 비롯해서 관련된 마을 쪽에 이설을 시도했다고 하는데요. 모두 13곳을 정해서 논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모두 거절했다고 합니다.
지/아무도 받지 않겠다...
조/네. 게다가 지금 제주도 충혼묘지에선 국립묘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내년 12월 31일이 준공일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국립묘지가 되면 국가보훈처 소관이 되는 거거든요. 아까 박 대령 추도비를 받지 않겠다고 했잖습니까. 그래서 국립묘지 공사가 끝나기 전까지 그전까지는 추도비를 옮길 수 있는 부지를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박 대령 추도비는 공공사업 시행에 방해가 되는 지장물(支障物)로 지정돼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전해야 하는 시설물입니다.
지/철거도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조/네. 지금 충혼묘지 부지가 제주시 주민복지과 관할이라고 하는데요. 그 부지 내 시설물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도 지금은 제주시 주민복지과에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 보훈청에서 마음대로 시설물을 철거하거나 할 수 없습니다. 통화했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는데요. 제주시 주민복지과 입장은 어떤지 확인해봤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현재 충혼묘지가 내년 3월쯤 국가보훈처로 이관이 되는데 그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보훈청에서 추도비를 옮기는 걸로 알고 있다며 행정에서 처리를 해야할 일이긴 하지만 딱히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야말로 처치곤란인 상황입니다.
지/이설도 힘들다. 철거도 힘들다. 그렇다고 이대로 놔둘 순 없는데요.
조/그래서 비석을 역사적 자료로 그대로 놔두되 박 대령이 행했던 학살과 폭력에 대해 설명하는 기록을 함께 설치하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홍명환 의원은 “박진경 추도비를 처리하는 것과 관련해서 도 보훈청이나 제주시에서 모두 어려워하는 상황이라는 건 이해한다”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4·3과 관련한 인물이기 때문에 4·3평화공원에 역사교육용 자료로 쓸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오늘 제주도의회에서 열렸던 4·3특별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고요. 도나 4·3평화재단에선 어떤 입장입니까.
조/네. 홍 의원이 이날 자리에 참석한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과 4·3평화재단 측에 처리 방안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답변들이 썩 시원치는 않습니다. 송종식 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그 비석이 충혼묘지에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이설하게 되면 절차를 알아보고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순 있지만 논란이 있는 공적패를 지속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각계 의견을 종합해서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이제 국가보훈처로 이관되기 까지 불과 3~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며 “집행부와 책임지셔야 할 분들이 나몰라라하는 건 무책임한 자세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비석이 만들어진 게 70년 가까이 되는데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수년째 언론에도 수차례 보도가 됐고 도의원들이 공식석상에서 질의도 했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입니다.
조/올해로 4·3이 72주년입니다. 이 비석이 만들어진 건 70년 가까이 됩니다. 그 긴 기간 4.3의 역사를 왜곡한 시설물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지/마무리. 다음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2. 미국 대선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조/미국 대선 아직 시작도 안 했다,입니다.
지/무슨?
조/미국 대통령 선거 뉴스가 지난주부터 연일 방송과 포털을 도배하고 있는데요. 사실 진짜 대통령 선거는 시작도 안 했다는 거 아시는지요.
지/지난주는 선거인단 선거였죠. 대통령 선거는 12월 14일에 있고.
조/네. 뉴스 보시면 선거인단이라거나 매직넘버, 승복 선언이란 단어를 종종 들으셨을 텐데요. 또 대선이 끝난 줄 알았는데 왜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느냐. 조 바이든에겐 당선인이라는 명칭을 붙이지 못하느냐. 좀 의아한 부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우리나라랑 대통령 선거 방식이 많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알쏭달쏭 헷갈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 간략히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간접 선거 방식입니다.
지/우리나라는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모두 직접 선거 방식으로 치러지죠.
조/네. 유권자가 직접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선거일이 되면 투표장에 가서 우리가 뽑고 싶은 후보 이름 옆에 도장을 찍잖아요. 그런데 미국의 경우 유권자는 대통령을 직접 뽑지 않고 나 대신 대통령 투표를 할 선거인단을 뽑습니다. 선거인단 전체 수는 538명이고 각 주에 2명씩 선출되는 상원의원 100명과 인구 비례로 배정된 하원의원 435명 등으로 구성됩니다.
지/얼마 전에 미국 대선이라고 한 건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이 아니라 선거인을 뽑는 선거였죠.
조/네. 4년마다 11월 첫째 월요일이 있는 주의 화요일에 선거인단 선거가 진행됩니다. 선거 일정을 11월에 하는 이유는 예전 미국은 농업이 주요 산업이었는데요. 10월까지는 농사일이 한창 바쁜 시기이고 또 11월 중순부터는 날씨가 추워지니까 이 기간을 선거일로 잡은 겁니다. 그리고 미국은 양당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두 개뿐입니다. 무소속이라든가 다른 정당은 없구요. 그리고 승자독식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주에 선거인단이 20명이라고 하고 그중 11명이 공화당 유권자의 선택을 받고 나머지 9명이 민주당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다고 하면. 공화당이 A주에 배당된 선거인 20인을 모두 가져갑니다. 그래서 실제로 유권자들이 투표한 수랑 선거인단 비율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거든요.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상대 후벼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상대 후보였던 앨 고어 후보가 실제 득표 수가 더 높았지만 선거인 수에서 밀려 낙선했습니다.
지/실제 득표 수와의 괴리는 간접선거 폐해로 지적되는 부분이죠.
조/네. 그리고 올해의 경우 12월14일 선거인단이 대통령 투표를 합니다. 과반수를 얻으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겁니다. 아까 선거인단이 모두 538명이라고 했는데. 딱 절반이 269명이고요. 여기서 1명이라도 더 넘으면 과반수. 그래서 승리가 확실한 매직넘버가 270명이 되는 겁니다. 조 바이든 후보의 경우 279명을 확보했죠. 하지만 아직 대통령 선거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당선인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이구요. 그런데 보통 선거인단 선거에서 상대 후보가 매직넘버를 확보하면 승복 선언을 하는데요.
지/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불복 의사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조/트럼프 대통령은 많이들 아시다시피 부정 선거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대규모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기 대통령 인수위원회에게 활동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선 연방총무청(GSA)에서 대선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를 해야 하는데요. GSA에서도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당히 복잡한 상황입니다.
지/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