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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9월 7일(월) [로스쿨] 재판상 이혼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유책주의 vs 파탄주의...(최호웅 변호사)


윤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 안녕하세요.

윤 : 오늘은 어떤 내용을 함께 얘기해 볼까요?

최> 오늘은 이혼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윤> 이혼에 대해서는 처음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 같은데요. 제주도는 이혼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죠. 사실인가요?

최> 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제주의 조이혼율은 2.9건으로 강원(2.5건)과 인천, 충북, 충남, 전남, 경남(각 2.3건)을 제치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조이혼율은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를 말합니다.

윤> 이혼율이 높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실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좀 놀랍군요.

최> 그렇습니다. 이에 따라 제주지방법원은 늘어나는 가사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2019년부터 가사과를 신설하였구요. 가사사건 전담판사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리고 민사과 부속이 아닌 독립 부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윤> 그렇군요.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인가요.


최> 이혼에는 크게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이라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부부가 이혼에 합의를 했다면 협의이혼을 하면 되고, 한쪽은 이혼을 하고 싶어하는데 다른 한쪽이 이혼에 동의를 해주지 않는다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해야 합니다.

윤> 협의이혼은 혼인신고 하듯이 시청에 같이 가서 신고만 하면 되는건가요?


최> 그렇지 않습니다. 협의이혼은 시청이 아니라 법원에 ‘협의이혼 의사 확인 신청’을 하고 일정기간(숙려기간)이 지난 후 법원의 확인을 받아 행정관청에 이혼신고를 하면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친권자, 양육권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서도 제출을 해야 합니다. 숙려기간의 경우 자녀가 없으면 1개월, 자녀가 있으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윤> 숙려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이혼이 되는 건가요?

최> 그렇지 않습니다. 숙려기간이 지나면 법원에서 출석하라는 통지가 오는데 부부가 같이 출석해서 판사님이 ‘이혼을 원하나요’ 라고 물어볼 때 ‘네’라고 답을 하시면 됩니다. 숙려기간이 지난 이후에 반드시 부부가 같이 법원에 출석해야 하며 일방이 불출석하면 협의이혼은 성립하지 않게 됩니다.

윤> 문제는 협의이혼이 되지 않을 때 재판상 이혼을 해야하는 것인데. 재판상 이혼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최> 재판상 이혼은 협의이혼이 불가능할 때 부부 중 한 사람이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해서 판결을 받아 이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판상 이혼을 하려면 법률에서 정한 이혼 사유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윤> 법률에서 정한 이혼 사유라..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바람피우는 것, 가정폭력 뭐 이런 내용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최> 네. 우리 민법 제840조에 재판상 이혼 사유로 여섯 가지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바람피웠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동거, 부양, 협조의무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폭행, 학대, 모욕 등),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을 때,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들고 있습니다.

윤> 이혼과 관련해서 유책주의다, 파탄주의다 말들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주시죠.

최>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면 유책주의는 상대방에게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만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진다는 것이고 파탄주의는 비록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부부관계가 이미 파탄에 이르렀다면 이혼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입법론적 선택의 문제인데 우리 민법 제840조 제6호를 보면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딱 봐도 문구가 애매하죠?  이 6호 규정을 두고 이것은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책임을 지울 수 없더라도 전체적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이 났다면 이혼을 인정해야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파탄주의입니다. 반대로 유책주의는 6호 규정도 유책배우자를 전제로 한 규정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윤> 대법원 판례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대법원의 입장은 어떠한가요.

최>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현행 민법은 재판상 이혼에 관하여 유책주의에 입각한 것으로 해석하여 혼인생활에 파탄을 가져온 행위를 한 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윤> 사건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까요.

최> 네. 원고와 피고는 1976. 3. 9.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그 사이에 성년인 자녀 3명이 있었습니다. 2000. 1.경 원고는 소외인 A가 원고의 딸을 출산하자 집을 나와 A와 동거를 하면서 그 사이에 태어난 미성년의 딸을 양육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혼청구를 한 것인데요. 대법원에서는 원고가 혼인관계의 파탄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므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윤> 결국 대법원에서는 유책주의를 인정한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다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는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13명의 대법관이 모두 참여하여 판결을 발표하는데요. 유책주의를 인정한 다수의견이 7명이었고 파탄주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6명이었습니다. 7:6으로 1명 차이로 유책주의가 채택이 된 것입니다.

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정말 팽팽하게 맞섰군요. 우선 다수의견 논거를 한번 들어볼까요.

최> 네. 다수의견의 논리는 크게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혼에 관하여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이혼법제는 우리나라와 달리 재판상 이혼만을 인정하고 있을 뿐 협의상 이혼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와 협의를 통하여 이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이는 유책배우자라도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이혼할 수 있는 방도가 있음을 뜻하므로,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을 위하여 재판상 이혼원인에 있어서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하여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둘째, 우리나라에는 파탄주의의 한계나 기준, 그리고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 등에 관해 아무런 법률 조항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인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

셋째, 여러 나라에서 간통죄를 폐지하는 대신 중혼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파탄주의를 도입한다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

윤> 다수의견도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경우를 적시했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최> 그렇습니다. 다수의견도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허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윤> 그렇다면 반대의견의 논거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최> 반대의견은 ①원고와 피고는 법률상 부부이지만 2000.1.경 별거하기 시작하여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고, ②원고는 소외인과의 사이에서 혼인 외의 딸이 출생하자 집을 나가는 등 혼인파탄의 주된 원인을 제공하였지만, 피고도 별거를 시작한 후에는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혼인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아니하였고 명절이나 제사 등의 원고 집안 행사에 참여하거나 원고의 친척들과 교류한 사정이 나타나 있지 아니하며, ③ 원고는 별거 중에도 원,피고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의 학비를 부담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에게 생활비로 월 100만 원 정도를 지급하였고 ④ 원고가 소외인과 동거하면서 그 사이에 태어난 미성년의 딸을 양육하고 있는 등 별거 후에 형성된 원·피고의 독립적인 생활관계가 고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혼인생활의 과정과 파탄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피고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할 것이며, 이 사건 이혼이 정의·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지 아니한다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정들도 상당히 나타나 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그런 것이죠. 이미 둘 사이의 혼인관계는 파탄이 났기 때문에 억지로 혼인생활을 강제하는 것은 아무리 유책배우자라고 하지만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 원고도 피고에게 생활비를 주고 자녀들 학비를 대는 등 할만큼 했다. 그리고 소외인과 사이에 미성년 자녀가 있다. 애가 무슨 잘못이 있나. 미성년 자녀의 정상적인 성장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윤> 다수의견은 다수의견대로, 소수의견은 또 소수의견대로 그럴듯한 논리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최>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7:6이라는 팽팽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변호사님은 어느 쪽이신가요?

최> 저는 아직까지는 다수의견 쪽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바람 피워놓고 이혼을 해달라고 해?”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 제가 한 아주머니 이혼사건을 맡아서 진행한 적이 있는데 바람 핀 남편이 뻔뻔하게 이혼해달라고 하고 상간녀가 적반하장으로 이혼해 내라고 난리친 적이 있었어요. 그런 꼴을 보면 도저히 이혼을 인정해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윤> 실제 재판에서도 유책주의가 아주 엄격하게 적용이 되고 있나요.

최> 그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엄격하게 유책주의가 적용되기 보다는 어느 정도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상대방에게 많이 인정해 주는 방법으로 조정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판사님들 성향에 따라 재판진행이 차이가 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어떤 판사님들은 엄격하게 유책주의를 적용하는 것을 선호하시고 또 어떤 판사님들은 거의 파탄주의에 가깝게 진행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윤> 오늘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최호웅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