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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8월 26일(수) [오늘의 시선] 문학계의 불공정 관행 2탄(현택훈 시인)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으로 찾아옵니다.

오늘은 현택훈 시인과 함께 하는 날인데요, 태풍으로 인해 전화로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현 : 안녕하세요. 현택훈입니다.

윤 : 태풍 바비가 제주도 옆을 지나갔습니다. 태풍 피해는 없으시죠?

현 : (현 시인님 집이나 주변 상황.. 느낌 한마디..)

윤 : 그러니까요. 지금 태풍 바비는 점점 북상 중인데요.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면 좋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문학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오늘 좀더 이어서 말씀해 주신다고 하셨죠.

현 : 네. 한 달 전에 등단제도의 문제점, 학연, 지연에 의한 등단, 일부 문예지의 이른바 ‘등단장사’라 불리는, 금품을 요구하거나, 책을 강매하는 방식, 문예지 필자 교류라는 명목으로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 문학상에서도 나타나는 학연, 지연에 의한 수상, 상업성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글을 도용하는 사례, 이상문학상 등 문학상을 주면서 불공정 계약을 맺는 경우 등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윤 : 문학도, 출판도 결국 상업적 이해에 얽매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로 인한 문학 권력이 생기고, 저작권, 출판 인세 등이 불공평하게 적용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 : 네 출판 인세 문제는 이 문학계 불공정 관행 중에서 가장 광범위한 문제일 수도 있는 부분인데요. 저도 작품집을 내면서 경험했던 일입니다. 일단 책을 내는 일은 기획출판이거나 자비출판인데요. 유명한 작가라면 기획출판을 하겠지만, 저 같은 무명 작가들은 자비출판을 해야 해서요. 문예진흥기금을 통해 책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1쇄만 찍는 겁니다. 출판사에서는 애초에 2쇄를 찍을 계획이 없었던 겁니다. 계약서도 없습니다. 제가 두 번째 시집을 내면서 해당 출판사에 계속 계약서를 보내달라 요구했는데, 안 보내주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1쇄가 다 나간 책은 절판이 됐습니다. 그래서 다시 문의해서 2쇄를 찍을 계획을 물으니, 제작비를 제가 대면 책을 찍겠다는 겁니다.

윤 : 안타깝네요. 유명세를 떠나 작가의 권리인데, 계약서도 없고, 1쇄가 소진되면 절판을 해버리는……. 독자들은 잘 모를 텐데, 이러한 문학계 불공정 관행이 시급히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 : 네. 제가 들은 얘기 중에, 출판사에 전화해 2쇄 찍을 계획을 물으니 2쇄 제작할 계획이 없다고 해서, 왜 없는지 물으니 1쇄가 다 나갔다는 건 당신 시집을 살 사람은 이제 다 샀다는 것이다, 라는 말을 들었다 하더라고요. 참 그런 생각으로 어떻게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인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좋은 출판사들도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분위기가 점점 달라지면서, 계약서는 쓰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할 때 작가에게 원고청탁서가 오는데요. 그전에는 거의 일방적인 통보였는데, 요즘은 그 원고청탁서를 받고 원고료나 저작권 등을 확인해 다시 문예지에 작가가 답신을 하는 방식으로 상호 소통하는 원고청탁서가 되고 있습니다. 출판사도 적극적으로 중쇄를 찍으려고 시도해 중쇄를 찍을 경우에 인세를 작가에게 지급하는 출판사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솔직히 작은 출판사들은 경영이 어려워 이런 시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했는데요. 작가에 대한 책임을 지키려는 출판사들이 점점 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윤 : 글을 쓰는 것도 노동이며, 그 대가는 원고료일 텐데, 보통 인세는 책값의 몇 퍼센트 정도 적용이 되나요?

현 : 일반적으로 10퍼센트입니다. 책이 만원이면, 작가에게 천원이 돌아가는 셈인데요. 나머지 부분은 출판사, 유통, 서점 등에서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이 저작권료를 인세라 부르는 건, 기억하실 분도 계실 텐데, 좀 오래된 책들을 보면 서지에 저자의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래서 인세인데요. 2쇄부터 인세를 지급하는 관행도 많습니다. 이 인세제도도 19세기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처음에만 지급이 되고, 그 뒤로 많이 팔리더라도 작가에게 가는 돈이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또, 10퍼센트도 아닌 5퍼센트를 지급하는 계약 조건도 종종 있습니다.

윤 : 문학계 불공정 관행도 결국 자본화와 연결된 것 같아 안타깝네요. 최근몇 년 전에는 유명한 소설가의 표절 문제가 이슈가 됐는데요. 그 소설책은 문학계에서는 존경을 받던 출판사라서 작가들이나 독자들이 허탈감이 더 컸을 것 같습니다.

현 : 네. 창비 출판사와 신경숙 소설가 얘기인데요. 창비는 노동자, 서민들의 편에서 참여문학을 일구어온 민중 출판사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상업성을 생각해야 하는 구조였을 텐데요. 그래서 유명한 소설가들의 책을 출판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도 사실입니다. 공지영, 은희경, 신경숙, 김훈 등 내기만 하면 인기를 끄는 작가들이 있는데요. 거의 특정 출판사에 귀속되다시피 해서 출판을 합니다. 박민규 소설가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도 표절로 판명되었고, 작가도 사과를 했습니다. 또 신춘문예 수상작 중에서도 1,2년에 한 번 정도는 꼭 표절로 인해 수상 취소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신춘문예를 받고 작가가 되려는 욕망이 이렇게 표절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경숙 소설가는 평소에 필사를 많이 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필사했던 문장을 쓰게 되었다고 하지만, 저도 필사를 자주 하는 편인데, 필사가 글쓰기 근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은 작가지망생들이 필사를 글쓰기 연습 방법으로 씁니다. 그런데 필사를 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됐다는 건 이해하기 힘듭니다.

윤 : 네. 그렇다면 이러한 문학계 불공정 관행으로 피해를 본 사례를 들어주시죠.

현 : ‘구름빵’이라는 그림책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도 무명일 때는 불공정 관행의 피해자였습니다. 텔레비전 시리즈와 뮤지컬로도 제작되고, 캐릭터 상품까지 나온 ‘구름빵’은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텐데요. 고양이 남매가 아침을 거른 채 허둥지둥 출근한 아빠에게 구름빵을 갖다주는 내용입니다. 구름으로 만든 빵을 먹고 떠오르는 기발한 상상력이 좋은 작품입니다. 그러나, 백 작가는 출판사와 저작권을 처음에 한 번에 양도하는 이른바 '매절계약'을 맺어버린 겁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발생하는 저작권료나 2차 저작권료를 전혀 받지 못한 겁니다. 백 작가는 출판사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그림책을 내면서 최근에 아동문학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습니다.

윤 : 그렇군요. 누구나 처음에는 무명으로 시작할 텐데, 가능성이 있는 작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 최근에는 도서정가제에 대한 문제가 다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현 : 네. 도서정가제는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할인된 도서를 판매하면서 작은 서점, 동네 책방들의 경쟁력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도서정가제는 책을 팔 때 정가의 15% 내에서만 할인하도록 정한 제도입니다. 자본력을 갖춘 대형 서점들이 정부에 이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시장경제에 맡기자는 겁니다. 독자들도 책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좋은 거 아닌가,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 제도가 시행된 뒤 3년마다 한 번씩 타당성을 재검토한 뒤 폐지, 완화, 유지 등을 결정하기 했는데, 요즘이 그 시점인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도서정가제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사실 저도 작은 서점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건데, 도서정가제라고 하지만 이미 10퍼센트 정도 할인에, 궂즈 상품도 무료로 주고, 무료 배송까지 하니 이미 오프라인 서점은 이용하지 않는 독자들도 많아요. 그런데 그나마 이러한 안전장치마저 없애버리면 제주도의 작은 서점 부흥도, 그 문화도 사라지게 될 수 있습니다. 할인율이 높아서 좋아서 그 대형 인터넷 서점만 이용하다 보면, 나중에 일부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시장 장악력이 더욱 강력해져 출판생태계의 획일화가 심해질 겁니다. 나중에서 할인율도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고요. 사실 지금의 도서정가제가 아니라 완전도서정가제로 실행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10퍼센트의 할인도 하지 않는 거죠. 그럼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던 독자들도 가까운 동네 책방을 이용할 테고, 서점이 있는 동네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겁니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는 '도서정가제 개악 반대 온라인 시민 지지 서명'을 진행 중입니다.

윤 : 그렇군요. 출판 시장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본화된 출판사에서 돈이 되지 않는 시스템은 무시를 당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문학계 불공정 관행이라는 문제점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 : 네. 저는 그 점은 아마도 문학 권력에 있는 것 같아요. 문예지 주간, 편집위원이 문학 권력이 생깁니다. 며칠 전에 한 문예지 편집장이 시인이기도 한데요. 신인상에 응모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불필요한 질문을 해서 문제가 됐습니다. 시를 어디에서 배웠냐, 나이는 어떻게 되느냐, 여기 문예지로 들어오면 나의 제자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 결혼은 했는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묻기도 했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문단 내 영향력이 있는 인물인 점을 강조하면서 이것은 위계 권력 문제인 것으로, 이런 질문 자체가 문단 내 만연한 부조리를 보여주는 일일 겁니다.

윤 : 그래도 최종심에 오른 후보자들에게 본인 확인을 위해서, 중복 투고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전화는 걸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생활적인 측면도 질문하는 점은 의아하네요.

현 : 네. 그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은 불편한 마음이 있어서 신인상 선정 여부에 영향을 줄까봐 그 자리에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그냥 대답을 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 마음이 이해됩니다. 그러니 편집위원장은 문학 권력을 쥔 사람이고, 이제 시를 꿈꾸며 시인이 되기 위해 노크를 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하면 시를 쓰고 싶은 의지가 줄어들 겁니다.

윤 : 결국 위계에 의한 권력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군요. 문단 내 미투도 그렇고, 문학을 꿈꾸는 젊은 작가들이나 작가지망생을 절망에 빠트리는 위계에 의한 권력이 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현 : 네. 이 문예지들이 대부분 문학회를 운영하고, 또 문학 아카데미라고 해서 문학 창작 교실을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신인상을 그 제자들을 그 문예지를 통해서 등단시키는 경우도 흔한 일입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작가들의 움직임을 보면, 계약서에 불공정 조항을 수정 요구하거나 추가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요. 임솔아 시인은 문학과지성사와 시집 출판 계약을 하면서 계약서에 성평등 관련 조항을 추가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아예 등단이나 대형 출판사의 출판 시스템을 거부하고, 독립출판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슬아, 양다솔 작가 등이 그렇게 독립적으로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작가가 직접 출판 등록을 하고, 책을 내고, 발품을 팔아 책을 판매하는 경우인데요.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점점 문학계 불공정 사례들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윤 : 오늘 이렇게 문학계 불공정 사례를 통해 신인상 제도, 출판 제도, 위계에 의한 문학 권력 문제 등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점점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현 : 네. 자성의 목소리가 분명히 들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팔봉비평문학상, 미당문학상, 동인문학상 이 친일문인기념상을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이육사 문학상 수상자나 심사자에 이 친인문인을 기리는 문학상 수상자가 있어서 이 또한 문제화 됐습니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곳이 문단이다 보니, 아주 빠르게 이 문제점들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이러한 논의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비판적 사고로 세상을 보려는 작가들의 문제의식으로도 보입니다. 그러니 좀 더 지켜보면, 양심에 따라 작품을 쓰는, 좋은 작품으로 활동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또 출판 시장의 변화에도 작가들도 주목해야 할 겁니다. 웹툰, 웹소설의 시대인데요. 이러한 미디어 시대에 어떻게 작품을 창작해나갈지에 대한 각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윤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현택훈 시인과 함께 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현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