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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8월 17일(월) [로스쿨] 직장 내 성희롱 (김혜선 노무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김혜선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노무사입니다.

윤 :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오셨나요?

김 :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윤 : 정치권에서도 성희롱, 성폭력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용어도 있더라고요.

김 : 네. 아무래도 성희롱, 성폭력은 힘, 나이, 직책의 우위 등과 같이 관계의 우위성이 존재할 때 발생하고 특히 직장 내에서는 이런 우위성이 권력이 되기 때문에 권력형 성폭력이라고 지칭하기도 합니다.

윤 : 직장 내 성희롱은 정확하게 뭔가요?

김 :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정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평법) 에서 정하고 있는데요,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고평법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을 당연히 모든 사업장에서 금하고 있습니다.

윤 : 법에서 금지하고 있고, 법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해서는 안되는 건데, 그러려면 예방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김 : 물론 고평법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정의를 정하고 금지하고 있고 나아가 직장 내 성희롱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을 정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1년에 한번 반드시 실시해야 하고 사업주와 노동자는 모두 이 예방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조금 규모가 있는 사업장에서도 이런 예방교육을 하지 않거나 단순히 교육자료를 배포하거나 게시하는 것만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있는데요, 10인 미만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이나 사업주 및 노동자가 모두 한 성(性)으로 구성된 사업의 경우가 아니라면 직원조회, 회의, 교육시간 등을 이용한 오프라인 교육이나 인터넷 등을 통한 온라인 교육으로 반드시 진행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윤 : 예방교육으로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정말 좋겠지만, 만약,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김 : 우선, 고평법에서는 예방교육 외에 사업주에게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금지를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요,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상담 및 고충처리에 필요한 사항, 성희롱 발생 시 조사절차, 피해자 보호절차, 성희롱 행위자 징계절차 및 징계수준, 기타 성희롱 예방 및 금지를 위해 필요한 사항 등이 포함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금지 조치를 마련해서 노동자가 언제든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게시하거나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이 조치에 따라 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에 대한 지체 없는 조사와 각종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윤 : 법에서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에 사업주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기본적인 조치를 정하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좀 더 자세히는 어떤 내용이 있나요?

김 : 직장 내에 성희롱이 발생했다면,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 하여도 즉, 피해자의 동료, 목격자의 경우도 사업주에게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피해자가 직접 신고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신고를 받거나 사업주가 성희롱 발생 사실을 인지하였다면 지체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해 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다만, 사건을 조사함에 있어 피해를 입은 근로자가 조사과정에서 성적 수치심 등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하며 조사기간 동안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보호 조치도 진행해야합니다.

윤 :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사실관계 조사를 즉시 시행해야 하고 사실관계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로 이야기되고 있는 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군요. 그럼, 사실관계 조사결과 직장 내 성희롱으로 확인이 된 경우 어떤 조치들이 이뤄지나요?

김 : 우선,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근로자가 요청할 경우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물론 행위자에 대한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도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요, 이 경우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 필요한 조치를 해야합니다.

윤 : 법으로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발생 시 조치들이 잘 만들어져있는 것 같은데, 실제 언론에 나오는 사례들을 보면 이런 법 내용이 현실에서는 작동이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요.

김 : 그렇죠. 오히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리한 처우를 받거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오히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부당한 인사조치를 받거나 직장 내에서 보이지 않는 따돌림, 차별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법에서는 이런 행위들 그러니까 직장 내 성희롱 발생사실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고 이런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윤 :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나왔던 것 같은데,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는 예방과 조사의 주체가 오히려 행위자가 된 것이니 사업장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겠네요.

김 : 그렇습니다. 사실 직장 내 성희롱 중 많은 경우가 갑 중의 갑인 사업주가 성희롱 행위자인 경우인데요, 이 경우 사업주는 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천만원을 부과하는 것도 아니에요. 최초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되면 300만원, 이후 동일한 성희롱을 하거나 수차례 또는 두 명 이상에게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 500만원, 최근 3년 이내 직장 내 성희롱 관련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는 사업주가 다시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 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심지어 이 과태료를 고용노동부에서 일정 요건이 되면 1/2로 감액해 줄 수도 있습니다.

윤 : 감액이 될 수도 있다고요?

김 : 네. 위반행위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되거나 행위자가 법 위반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감액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상 형벌로 처벌도 되지 않고 과태료도 높지 않죠. 소속 근로자들의 경우 행위자로 인정되면 취업규칙의 징계규정 등에 따라서 심각한 사안의 경우 징계해고까지 할 수 있지만, 사업주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내 규칙으로도 고평법으로도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거나 금지시키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직장 내 성희롱의 내용을 전문가와 상담한 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즉, 형법에 따라 처벌되는 내용의 경우는 경찰에 고소를 하는 것을 고려하시는 것도 고민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윤 : 직장 내 성희롱을 이야기 하면서 흔히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 아니냐, 처신을 잘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데?

김 : 성희롱, 성폭력 범죄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다른 범죄 예를 들어 강도를 당한 경우나 살인의 경우 피해자에게 ‘왜 그곳에 있었는냐’, ‘얼마나 처신을 잘 못했으면 그런 일을 당하냐’ 라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않잖아요. 사건의 조사, 수사 역시 가해자에 초점을 맞춰서 이뤄지는데 유독 성희롱 사건의 경우 피해자를 추궁하거나 피해자의 행동을 문제 삼는 등 피해자가 비난받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가 있죠.
관련해서 대학교수가 학생들을 성희롱 한 이유로 해임된 사건에서 2심 고등법원은 성희롱 당한 학생들이 이후에도 가해자인 대학교수의 강의를 수강했고 피해진술에 소극적이며 사건이 발생한지 오래 지나서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을 배척하고 대학교수가 성희롱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서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고 설시했습니다. 즉, 성희롱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성희롱이 어떤 권력관계에서 발생을 했는지,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유념해서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서 사안을 판단해야한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 것입니다.


윤 : 대법원 판결에도 나온 용어인데요, 성희롱 관련 뉴스 등을 보면 ‘성인지감수성’, ‘피해자중심주의’, ‘2차 피해’ 같은 용어가 나오거든요, 관련해서 설명해주시죠.

김 : 성인지감수성은 성별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일상 생활 속에서의 차별과 불균형을 인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좀 더 넓게는 성평등 의식과 실천의식, 성인지적 관점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채용 시 여성에게만 결혼 여부, 임신계획 등을 물어본다던가, 여성에 대한 외모 칭찬이나 지적을 일상적으로 하는 것도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경우라 할 수 있겠죠. 또 장난감을 여아, 남아 장난감으로 구분하고 여아 장난감의 경우 인형놀이, 소꿉놀이가 남아 장난감으로는 레고나 로봇 등을 전시해놓는 등 남자는 이래야해, 여자는 이래야해 라고 규정짓는 것도 성인지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 : 피해자중심주의란 뭔가요?

김 : 가해자의 보복이 쉽고 증인이나 증거물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진술과 관점을 중요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성폭력, 성희롱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본인의 피해사실을 밝히기가 어렵고 인정받기도 힘든 구조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말을 존중하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재해석하는 것이라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피해자중심주의를 무조건 피해자의 말을 믿고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라 생각하시기도 하는데요, 피해자중심주의는 피해자주관주의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고, 성희롱, 성폭력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가해자에 대한 서사를 배제하고 피해자의 진술과 관점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윤 : 예를 들어주신다면?

김 : 아까 말씀드린 대법원 판례의 사례인데요. 2심의 경우는 교수가 손 위로 마우스를 잡거나 어깨동무를 한 행위가 성희롱이라는 피해자의 주장에 대해 이후에도 계속 교수의 수업을 수강했고 이런 행위는 교수의 적극적인 교수방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면서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단했거든요. 또, 다른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서는 본인의 피해사실에 대한 진술은 거부하면서 다른 피해자의 피해사실에 대해서는 증인으로 출석해서 진술한 것을 이유로 성희롱 피해자라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진술을 인정하지 않는 판단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성희롱 피해자는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그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또는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이와 같이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피해자의 진술의 증명력을 인정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피해자 중심주의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윤 : 그렇다면 2차 피해는 뭔가요?

김 : 이 용어도 대법원 선고 내용을 인용해보자면,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이나 여론, 불리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즉, 2차 피해란 성희롱 신고를 한 후 피해자에게 집단 내에서 부정적 반응, 여론이 형성되거나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경우, 성희롱 신고 후 피해자에게 발생한 정신적 고통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윤 : 그럼, 마지막으로 만약 우리 사업장에서 성희롱이 발생했다라고 할 때 제3자 그러니까 동료의 입장에서 어떤 행동?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말씀부탁드립니다.

김 :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제 생각에는 우선 성희롱, 성폭력은 명백한 범죄이고 이런 범죄는 행위자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시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의 맥락 그러니까 사업장 내 권력관계, 우위성 등을 이해하고 피해자의 의사와 진술을 존중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듯한 질문 예를 들어 왜 거기 갔니? 왜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셨니? 같은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죠. 또,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직장에 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둘 다 잘못했어’ 같은 어설픈 중립성을 연출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태도를 보여주시는 것, 그리고 성희롱 행위 등을 목격하셨다면 두려워마시고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해서 피해자와 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윤 :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