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8월 18일(화) [키워드뉴스] 논란은 나의 힘 (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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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키워드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안녕하세요.
윤/
오늘의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1. 원희룡, 논란은 나의 힘?
김/
지난 15일 광화문에서 큰 집회가 열렸다. 보수 진영 집회였다. 이날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도 참석했고, 보수 정당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윤/
전광훈 목사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김/
지금 코로나19 최대 위기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거리두기를 하자고 하는데, 전국 곳곳에서 찾아온 정말 많은 인파가 보수 정당 집회에 몰렸다. 집회에 가면 많은 인파가 한 데 밀집해 구호도 크게 외치게 되니 침방울이 튈 수밖에 없다.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인데... 오늘은 코로나19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날 좀 황당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광화문에서 일장기가 펄럭인 것이다.
윤/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에...
김/
우파 진영 일부의 돌발행동... 종종 눈에 뗘.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기억나는데,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유족이 광화문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있었다.
윤/
유민 아빠가 상당히 장기간 단식 투쟁을 이어갔다.
김/
그렇다. 근데 그때 어떤 일이 있었냐. 곡기를 끊어가면서, 자식을 잃은 부모가 진상을 밝혀달라고 박근혜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데, 보수 세력으로 일컬어지는 일베 회원 등이 그 앞에 가서 폭식농성을 벌였다. 토악질 나도록 게걸스러운 광경... 정말 지켜보기 힘든 참담한 풍경이었다.
윤/
기억이 난다.
김/
일부 극우 세력의 일탈행위... 이제 좀 면역이 되었나 싶었는데,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기뻐하는 날에, 일장기를 펄럭이는 사람들... 이 광경 앞에서는 또 한 번 말문이 막혔다.
윤/
얼마 전 소녀상 앞에 욱일기가 등장했던 기억난다.
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일단 자주 거론되는 얘기가 일제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설득력이 있다. 일제에서 미국군사정부를 거치는 해방정국에서 친일세력이 심판받지 않고, 권력을 차지하며 활개를 치면서 친일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되었다. 미군정이 볼 때 친일 세력이 자신들의 이념에 잘 맞았다. 말하자면 일제에 빌붙던 이들이니, 미군정에도 잘 빌붙었던 것로 볼 수 있어.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이후, 민족 이념보다 반공 이념이 더 득세하게 돼. 그런 이유들로 친일 청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1945년 광복 후 지금까지도 친일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상 어느 나라에서 자기 나라의 독립기념일에 자신들의 주권을 빼앗았던 나라의 깃발을 흔들겠나. 상상도 못할 일이다.
윤/
진보진영에서는 친일청산을 강하게 요구하고, 보수 진영은 화해와용서를 하자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김/
보수 진영의 핵심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박정희부터 친일인명사전에 올라 있다. 일제강점기 만주국 군관에 지원하면서 일제 천황에게 “죽음으로써 충성을 맹세한다”는 내용의 혈서를 썼던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윤/
혈서가 조작됐다고 강용석 변호사 등이 주장했다가 대법원이 사실로 인정했다.
김/
그렇다. 다시 광화문 일장기로 돌아가서... 그 광경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이게 뭐지, 였다. 저들의 심리를 대체 뭘까... 감이 잘 안 왔는데... 마침,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광복절에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펄럭인 일장기라는 충격적인 시각적 이미지를 청각언어로 잘 풀어 설명해 줬다.
윤/
무슨 얘기?
김/
지난 15일 제주조천체육관에서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는데...
윤/
원 지사의 발언으로 소동이 발생했다고...
김/
원 지사는 이날 “(친일)앞잡이는 단죄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특히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없이 연약하기만 하다."면서 친일면피론을 들먹였다. 친일행위를 한 이들이 주권 없는 나라의 백성으로서 어쩔 수 있었겠냐는 주장이다.
윤/
친일에 대해 너그럽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다.
김/
그러면서 원 지사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 중에 일본 군대에 복무를 한 이들도 있다면서 그들의 공과를 살펴봐야 한다 언급했다. 원 지사는 “3년의 해방 정국을 거쳐 김일성 공산군대가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려 왔을 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들과 국민들이 있다. 그분들 중에는 일본 군대에 복무를 했던 분도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그 공을 우리가 보면서 역사 앞에서 공과 과를 겸허하게 우리가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민족이념보다 반공이념이 더 강하게 들린다.
김/
보수 진영의 만능카드잖나. 반공. 원 지사는 한국전쟁 참전 카드를 친일행위의 면죄부로 삼은 것이다.
윤/
원 지사가 이런 말을 할 때 독립유공자 후손도 그 자리에 있지 않았나?
김/
그렇다. 독립유공 정부 포상을 받기 위해 독립유공자의 외손자가 그 자리에 와 있었는데... 이런 말을 코앞에서 들어야 했던 독립유공자 외손자는 얼마나 큰 모욕감을 느꼈겠나. 그는 원 지사가 그 같은 발언을 하는 중에 분노하며 항의했다. 광복절... 잔치다. 대한민국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을 기념하는 잔치인데, 원 지사가 일제에 맞선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분노하게 만든 것. 이 독립유공자 후손은 한 언론에 원 지사의 발언에 대해 듣기에 역겨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원 지사가 왜 이런 돌발발언을 했을까...
김/
보수적인 언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치인들,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여러 노력 하는데... 그 다음날 조선일보에 원 지사의 인터뷰가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시국에, 필요한 발언이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인 건데, 친일행위를 인정하는 통합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의문이다.
윤/
원 지사의, 친일인사 공과를 따져봐야 한다... 이 얘기는 무슨 얘기.
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백선엽씨가 좀 이슈가 됐었다. 일제 당시 만주국 독립군 토벌대로 독립군을 때려잡는 활동을 한 친일 인사다. 백선엽씨는 거기에 대해서 사과를 한 적도 없다. 이와 관련해서 원 지사는 석달 전에 독립군을 때려잡은 백선엽을 이순신에 비유한 바 있다. 백선엽이 독립군을 때려잡는 데 앞장 선 사실을 아예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비유다.
윤/
백선엽이 이순신이면 백선엽한테 목숨을 잃은 독립군은...
김/
원 지사의 비유체계에서는 왜구가 되는 것 아닌가 싶다. 비유라는 게 일관성이 있을 때 적절하니까. 여튼 원 지사는 그런 비유를 아무 부끄러움도 없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면서 백선엽이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다는 사실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한국전쟁 참전한 보수의 아이콘으로 여기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 역시 보수 결집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다수.
윤/
광복절에 펄럭인 일장기... 그리고 같은 날 원 지사의 발언... 묘하게 겹친다는 것?
김/
광복절에 펄럭인 일장기. 그리고 같은 날 독립유공자 유족을 앞에 앉혀놓고 친일옹호 발언을 내뱉은 원희룡 제주지사. 이 두 장면은 오래도록 오버랩 될 것 같다. 원 지사 코앞에서 모욕감을 느낀 독립유공자의 마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두 장면은 역사 인식의 부재가 얼마나 큰 상처를 낳는지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윤/
현충원에 뭍힌 친일인사 무덤 이장 얘기 나오는데...
김/
이게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냐 하면, 현재 현충원에 독립유공자와 친일인사가 같이 잠들어 있다. 친일청산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발생한 대표적인 문제다. 부끄러운 문제다.
윤/
독립군을 토벌하는데 앞장섰던 백선엽씨도 현충원에 묻혔다.
김/
조국을 지켜낸 이들의 영면을 위한 상징적인 공간인데, 현충원에 묻힌 친일반민족 인사들이 드글드글하니 친일 인사의 무덤을 파서 이장토록 하자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이장이 안 되면 그 무덤 앞에 친일행각을 알리는 표지를 세우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자는 것.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일어난 굉장히 상징적인 논란이라고 할 수 있다.
윤/
이런저런 의견 많은데... 김 기자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
김/
현충원에 누워 있는 친일인사들도 편히 잠들 수 있을까. 가시방석 아닐까. 시끌시끌하니 조용한 곳으로 잠자리를 좀 옮기고 싶을 것도 같다. 아니면, 친일인사의 묘에 친일행각 알리는 표지를 세우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윤/
이런저런 비판에 시끄럽긴 하겠다.
김/
친일인사의 현충원 매장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 이번 기회에 어떤 방법을 찾는 것은 중요해. 이장하니까 ‘파묘’를 해야 해. 파묘 라는 말에 좀 비인도적으로 생각도 되는 데, 시끄럽지 않은 편안한 잠자리 찾아드리는 것이라 생각하면 어떨까, 라는 개인적인 생각도 들어.
윤/
그나저나 원 지사의 말이 최근 많이 논란이 돼.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특히 그런 것 같은데.
김/
그렇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전국적으로 홍수가 발생하자 원 지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대통령이었다면”이라는 표현이 담긴 글도 올렸다.
윤/
네, 저도 봤는데.. 이 표현에 대해서도 여러 말들이 나온 걸로 아는데..
아무튼 홍수에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제가 대통령이었다면..’이라고 한 건
무슨 얘긴가?
김/
전국적인 물난리가 원희룡 제주지사에게는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어땠을까 곰곰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원 지사는 1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수와 관련된 글을 올렸다. 전체적으로는 다분히 상식적인 얘기를 담고 있다. 재난에 여야가 없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특별한 내용은 찾기 어려운 평이한 글이다.
윤/
그런데 어떤 부분이 김 기자의 눈에 들어왔나.
김/
그중 한 대목이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바로 “제가 대통령이었다면”으로 시작하는 문장이다. 이런 문장.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모든 정부가 자연 재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어떤 정치적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지 말고 어느 정권에서 일했던지 따지지 말고 최고 전문가에게 의견 구해라' 지시했을 겁니다.”
윤/
별다른 내용은 없다?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해라 지시했을 것이다?
김/
홍수로 인해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원 지사는 대통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그런 식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윤/
(마무리..) 오늘은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