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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0월 29일(화) [키워드뉴스] 4.3작품 검열 문화행정의 민낯/얼마나 멀길래(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지/키워드 뉴스. 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안녕하세요.

지/오늘의 키워드를 알아보겠습니다.

김/4.3작품 검열, 문화행정의 민낯

지/논란이 되었죠.

김/서귀포시 주최한 전시회에서 4.3작품 검열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제주4.3을 소재로 다룬 작품을 전시 주최 측이 작가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개막식에서 작품을 일방적으로 가려버린 건데요. 4.3 71주년을 맞고 있는데... 당황스러운 소식이었죠. 전시회에 초대받은 작가 입장에서 보자면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일이죠.

지/어떤 전시였죠?

김/지난 16일 시작돼 11월 17일까지 서귀포시민회관에서 진행하는 ‘서귀포예비문화도시 기획전시-노지문화’전입니다. 노지문화... 딱 제주만의 문화를 말하는 거잖아요? 성인들이 음식점에 가서 소주 한 잔을 시켜도, ‘노지로 주세요’... 전시 명칭은 재미있습니다. ‘노지문화’ 전시는 서귀포의 여러 가치를 담은 회화,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됐습니다. 그런데, 제주 문화에서 사실 4.3을 빼고 제주의 문화와 예술을 얘기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제주 전반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죠. 4.3을 빼고 제주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지/많은 희생이 있었던 사건인 만큼...

김/이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문화도시’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서귀포시가 마련한 건데요. 문체부는 올해 하반기에 문화도시를 처음 선정한다 하는데요. 서귀포시는 문화도시 조성계획 승인을 이미 통과한 상태입니다. ‘문화도시’ 선정 여부의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겁니다. 후진적이라 할 수 있겠죠.

지/박근혜 정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잖아요?

김/대표적인 사례가 홍성담 화백이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그림 '세월오월' 작품 전시 철회 사태죠. 제목에서 드러나듯 세월호 참사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작품인데... 이 같은 예술작품 검열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하면 홍성담 화백 작품 검열의 경우 당시 미국 뉴욕타임즈도 기사로 내보냈습니다. "한국의 지도자를 비호감으로 그린 화가가 비난을 받다"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 작품이 일으킨 논란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던 겁니다.

지/화가는 그림으로, 작가는 글로, 영화 감독은 영화로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이번에 서귀포시 전시에서 논란이 된 작품은 어떤 작품이죠?

김/문제가 된 작품은 ‘연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작가(본명 최진아씨)의 설치작품인데요. 4.3이 발발한 1948년부터 1990년대까지 매년 4월 3일 발행된 제주 지역 신문의 1면을 모아서 구성했습니다. 제목은 ‘걸어 들어가고 걸어 나오고’입니다. 4.3이 발발한 1948년부터 1990년대까지 매년 4월 3일 제주에서 발행된 신문 1면을 모아 나열한 구성이다. 시민회관 대강당 출입문에 설치했습니다. 작품을 문에 설치한 이유가 있겠죠. 제목에서 드러납니다. ‘걸어 들어가고 걸어 나오고’가 제목입니다. 작가는 작품 소개 글에서 이 작품에 대해 “제주의 4.3도 그렇게 상흔 속에서 일상이 구축되고 있다고 믿는다. 매일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걸어 나오고 매일 똑같이 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걸어 나오며 상흔의 땅 위에서 우리의 일상은 삶과 역사의 결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고개가 끄덕여지죠.

지/그런데, 이 작품을 검열했다?

김/전시개막일에 이 작품 ‘걸어 들어가고 걸어 나오고’를 무슨 일인지 ‘노지가 미래다!’라고 적힌 커다란 흰색 가려버리고 개막식을 진행한 겁니다. 작가에게 어떤 동의도 구하지 않았습니다. 개막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4.3작품을 보지 못하도록 한 거죠. 그래서 ‘작품검열’ 얘기까지 나오게 된 겁니다.

지/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구요.

김/개막식 후 5일 뒤인 지난 21일,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공무원이 해당 작품을 다시 가리겠다고 작가와 기획자에게 얘기한 겁니다.

지/무슨 명분으로?

김/“문체부의 문화도시 심사위원들이 전시장을 찾는 시간 동안, 한 번 더 ‘걸어 들어가고 걸어 나오고’ 작품을 가리겠다”고 한 건데요. 참 대단한 ‘문화도시’라 할 수 있겠죠. 서귀포 공무원들이 알아서 눈치를 본 셈인데요.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 같은 태도로 문화도시로 선정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습니다. 작품을 가리겠다고 한 데 대해 작가와 기획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서귀포시 측에 전했습니다. 또 표현의 자유 침해가 명백한 만큼 작품 검열과 배제에 대한 해명과 공식 사과를 서귀포시에 요구했고요.

지/공식 사과... 받아들여졌나요?

김/서귀포시 문화예술과 공무원과 전화통화로 확인해 봤는데, 아직입니다.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작가와 기획자에게는 사과했다고는 하는데... 이 같은 문화행정... 문화예술계에 충격이 큰 사안이거든요. 그런데 서귀포 당국은 이 사안이 어떻게 조용히 잘 수습되길 기다리는 모양새인데요.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고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작품 개막 전부터도 행정당국에서 4.3관련 작품에 불만을 보였다는 얘기도 들리던데 이건 무슨 얘기죠?

김/여러 가지 얘기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황당해서 말문이 막히는 얘기가 있습니다. 전시장을 방문한 서귀포 공무원 이 4.3 작품에 대해 “4.3은 작년에 70주년까지 해서 다 해결되고 끝났는데 또 4.3을 작품을 전시할 필요가 있겠냐”고 말했다는 겁니다. 4.3 누구 마음대로 다 끝난 걸까요. 아직 90세를 넘은 어르신들이 4.3 당시 억울한 옥살이를 한 데 대해 70년 만의 재심을 청구하고 있고, 유족들은 4.3특별법개정을 촉구하며 삭발식까지 하고 있는데, 서귀포 문화예술과 공무원의 인식 수준... 참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양윤경 서귀포시장이 4.3희생자유족회장을 지낸 바 있잖아요? 그래서 좀 더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김/그렇습니다. 유족회장 신분이었다면 따끔하게 한 마디 해줬을 것 같은데, 아직 별 다른 입장도 나오지 않고 있네요.

지/제주 문화계에서도 서귀포시 행정을 비판하고 나섰죠?

김/도내 문화예술단체의 분노... 당연한 결과죠. 제주민예총은 지난 24일 발표한 긴급

성명서에서 “서귀포시가 제주4·3을 소재로 다뤘다는 이유로 문화도시 기획전 초대 작품을 일방적으로 가리는 등 명백한 ‘검열’을 행사했다”며 “이 같은 행태는 ‘반문화적 폭거’이자 제주4·3 역사를 부정하는 ‘반역사적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공무원들의 이 같은 태도는 서귀포 문화행정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지/그도 그럴 것이... 제주 4.3을 알리는 데 제주 문화예술인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잖아요?

김/4.3을 소설 소재로 썼다는 이유로 고문을 당한 소설가도 있죠..

지/‘순이삼촌’을 쓴 현기영 소설가 얘기죠.

김/그렇습니다.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은 1979년 발간 됐는데요. 이 소설이 발간되자마자 박정희 정권은 현기영 작가를 보안사로 끌고 가 고문했습니다. 작가의 육체를 고문하면서까지 4.3을 말하지 못하게 하려했던 서슬퍼런 박정희 정권... 순이삼촌은 발간되자마자 금서가 됐고요. 제주의 문화예술인들은 4.3을 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제주민예총은 성명서에서 “제주4·3 예술은 모두가 침묵을 강요받았을 때 제주인의 아픔과 역사적 과제를 드러내왔다. 현기영과 강요배를 비롯한 제주의 예술가들은 4·3을 외면하지 않았다”면서 “역사에 대한 응시가 예술의 역할이며 문화의 힘으로 과거의 역사를 현재적 순간으로 바꿔놓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문화예술에 대한 행정당국의 몰이해가 자주 문제가 돼 도마에 오르는데, 예술인들에게 맡기면 될 것을 굳이 나서서 비판을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김/행정 공무원들이 문화예술인보다 문화예술을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죠. 이번 사건도 문화예술인에 대한 서귀포시 공무원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문화도시’ 선정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문화예술인들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존중의 태도를 모르는 공무원들이야말로 ‘사전검열’ 돼야 할 대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지/두 번째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김/ 얼마나 멀길래, 입니다.

지/ 어떤 내용인가요.

김/날마다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아니면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출퇴근 하시는 분들 많이 계시죠. 제주 동쪽 끝에 서쪽 끝으로 출퇴근 하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고요. 그런 분들이 들으시면 고개를 좀 갸웃하게 만드는 소식인데요. 제주도의회에서 먼 거리에 거주하는 도의원들의 편의를 위해서 인근에 숙소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지/제주도의회... 제주시 연동 도청 앞에 위치하고 있잖아요? 집이 아무리 멀다 해도...

김/그렇죠. 이런 의견을 낸 사람이 누구냐. 제주도의원 당사자인데요. 강성균 도의원(더불어민주당·지역구 제주시 애월읍)입니다. 강성균 의원은 25일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에서 오정훈 의회사무처장에게 한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강성균 의원이 뭐라고 말했냐 하면 “원거리에서 오가시는 의원님들을 위한 숙소가 있어야 한다”, “요즘 하루 종일 행정사무감사에 시달리다 보니 (출퇴근길이) 위험하기도 하다. 나조차도 하루 종일 피곤해서 회의 중에 앉아있으면 졸려 죽겠다”는 겁니다.

지/새벽같이 일어나 일터로 나가서 고된 육체노동을 한 뒤 밤늦게 퇴근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

김/게다가 도민들은 전국이 1일 생활권이라 제주에서 육지 곳곳으로 당일 출장도 많이 다녀오시거든요. 도의회에서 멀다 해도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인데 도의원 숙소를 마련해달라는 요구 청취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들으실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강성균 의원의 발언 중에 또 다른 논란꺼리도 있었는데요. 숙소 마련 비용과 관련해서 “돈도 푼돈”이라며 “의회에 예산 특례 조항이 있으니 검토해 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지/푼돈... 세금이잖아요?

김/그렇죠. 도민의 세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인근에 숙소가 있으면) 의원들이 의정활동 집중도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숙소를 마련해달라는 이유인데, 글쎄요, 도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요구라고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세금인데 ‘푼돈’이라고 표현한 것도 문제지만, 정말 푼돈이라면 의원 자신의 돈을 써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지/ 아무래도 도민들 반응도 좋지 않은데요, 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인 거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키워드 뉴스>, 제주투데이의 김재훈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