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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10월17일(월) <로스쿨>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의 의사능력 (최호웅 변호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의 의사능력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윤> 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 의사능력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는데요. 의사능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법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것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의사능력이란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을 말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요. 만약 어떤 사람에게 의사능력이 없다면, 즉 의사무능력자라면 그 사람이 한 행위는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의사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법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 그렇군요. 오늘 준비해 오신 내용은 어떤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 것인지 간단히 소개를 좀 해주시죠.

최> 네. 오늘 사건은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이 대출을 받은 사건과 관련된 것이었는데요. 피고는 2005. 10. 12.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등록하였습니다. 그리고 2013. 5. 20. ‘지능지수 70, 사회발달연령 7세 8개월, 사회성숙지수 43’의 장애진단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굴착기 구입자금으로 8800만원을 대출해준 캐피탈 회사였는데요. 2015. 7. 6.경 피고에게 굴착기 구입자금으로 8800만원을 대출하고 대출금 중 인지대를 공제한 8796만 5000원을 굴착기 공급자에게 직접 지급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가 대출금채무를 연체하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대출약정 당시 의사능력이 없었으므로 이 사건 대출약정은 무효라고 다투는 사건이었습니다.

윤>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이 대출을 받은 것이 무효인지 아닌지가 쟁점이 되었던 사건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항소심까지는 장애인인 피고가 패고했는데요. 원심은 이 사건 대출약정 당시 피고가 인지, 판단능력이 현저히 결여되어 독자적으로 자기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의사무능력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이에 대해 달리 평가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윤> 항소심까지는 의사무능력이 아니다. 라고 봤는데 대법원에서 결론이 바뀐 사건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대법원에서 지적장애인의 의사무능력 여부와 관련하여 상당히 의미있는 판결을 했다고 생각되는데요. 우선 대법원에서는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의사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어떤 기준을 갖고 판단해야 하는지 기본 원칙을 정립하고 있습니다.

의사능력이란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을 말한다. 의사능력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특히 어떤 법률행위가 그 일상적인 의미만을 이해해서는 알기 어려운 특별한 법률적 의미나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경우 의사능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의 일상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라고 먼저 의사능력 유무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기본 전제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지적장애인의 경우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2항 제2호,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 1] 제6호,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별표 1] 제6호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능지수가 70 이하인 사람은 교육을 통한 사회적·직업적 재활이 가능하더라도 지적장애인으로서 위 법령에 따른 보호의 대상이 된다.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의삭적 질병이나 신체적 이상이 드러나지 않아 사회 일반인이 보았을 때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반면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인복지법령에 따라 지적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았다거나 등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반드시 의사능력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고 하면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의사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단순히 그 외관이나 피상적인 언행만을 근거로 의사능력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되고, 의학적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확인되는 지적장애의 정도를 고려해서 법률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난이도, 그에 따라 부과되는 책임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과연 법률행위의 일상적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지, 법률행위가 이루어지게 된 동기나 경위 등에 비추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는지 등을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윤> 지적장애을 가진 사람에게 의사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고 의학적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이런 취지인 것 같군요.

최>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지적장애가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외관을 보고 판단하거나 피상적인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고 의사능력 유무를 형식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렇게 하지 말고 의학적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윤> 그러면 이 사건에서는 구체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감정 결과는 나와 있지 않았던 것인가요.

최> 의학적 진단이나 감정 결과도 나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피고는 2005. 10. 12.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등록하였다. 피고는 2013. 5. 20. ‘지능지수 70, 사회발달연령 7세 8개월, 사회성숙지수 43’의 장애진단을 받았다. 라고 명시되어 있고, 이 사건 대출약정 이후 피고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가 청구되어 2017. 1. 18. 피고에 대한 한정후견이 개시되었다. 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윤> 성년후견이라고 하면 의사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서 후견인을 선정해 달라고 신청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최>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금치산자, 한정치산자로 불렸던 부분인데요. 2011년 3월 민법 개정을 통해 ‘질병, 장애, 노령 등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혈족, 미성년의 후견인과 감독인 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선임하는 ‘성년 후견인’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법원은 사무 처리 능력이 ‘결여’된 사람에 대해서는 성년 후견인을, 그 능력이 ‘부족’하게 된 사람에 대해서는 한정 후견인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후견인이 지정되면 이들은 피후견인의 법률 행위에 대한 동의와 동의를 얻지 아니한 법률 행위에 대한 취소, 그리고 재산의 관리 등 업무를 처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윤> 이번 사건 피고에 대해서는 대출약정 이후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법원이 인정하여 한정 후견이 개시되었다는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그 한정후견 개시 심판 절차에서 2016. 10. 31.부터 2016. 11. 24.까지 이루어진 피고에 대한 정신상태 감정 결과 ‘지능지수 52, 사회지수 50(사회연령 9세)’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학습이나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적인 지적능력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사회 적응 수준이 해당 연령에 비해 매우 부족하고, 사회적 규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비합리적 방식의 의사결정 가능성이 높아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위 감정 결과의 내용과 그 감정 시기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대출약정 당시 피고의 지능지수와 사회적 성숙도 역시 위 감정 당시와 비슷한 정도였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윤> 한정후견 개시 심판 절차에서 있었던 정신상태 감정 결과를 대법원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살펴본 것 같군요.

최>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위 감정 결과를 이 사건 법률행위 내용에 대입해 보는데요. 이 사건 대출약정의 대출금은 8800만 원으로서 결코 소액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대출약정은 굴착기 구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서 굴착기는 실질적으로 대출금채무의 담보가 되고 대출금은 굴착기 매도인에게 직접 지급되는데, 이와 같은 대출 구조와 내용은 피고의 당시 지적능력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원고는 피고가 굴착기의 실수요자라고 보아 이 사건 대출을 한 것이고, 증빙자료로서 피고의 굴착기운전자격증을 제출받았으나 굴착기운전자격증은 이후 위조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 대출약정 당시 피고의 지적능력에 비추어 피고가 굴착기를 운전할 능력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윤> 굴착기 운전자격증이 위조된 것으로 판명이 났군요.

최>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대출금은 굴착기 공급자에게 직접 지급되어 피고가 이를 받은 적이 없는데도, 피고가 굴착기운전자격증을 위조하면서까지 이 사건 대출약정을 할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봤고, 이와 같이 이 사건 대출약정의 체결 경위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고, 오히려 제3자가 대출금을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서 피고를 이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습니다.

윤> 사회연령 7세, 8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 어떻게 굴착기운전자격증을 위조까지 하면서 8800만원이나 되는 큰돈을 대출받았겠느냐. 대출받은 돈은 굴착기 매도인에게 전액 지급되는 것인데 굴착기 운전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왜 이런 약정을 체결하겠느냐.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을 던진 것 같은데요.

최> 그렇습니다. 누가 봐도 상식적인 질문으로 볼 수 있는데 1심,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이러한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피고 패소 판결을 내렸던 것입니다. 1심, 항소심 재판에서 소송대리인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까지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어쨌든 대법원에서는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사건을 파기환송하게 되었습니다.

윤> 최종적인 결론은 피고에게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본 것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지적장애인인 피고가 이 사건 대출약정의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대출약정 당시 의사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대출약정은 무효라고 볼 여지가 많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대출약정 당시 인지·판단능력이 현저히 결여되어 독자적으로 자기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의사무능력 주장을 배척하였는데 이는 지적장애인의 의사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렇게 판시하였습니다.

윤> 주변에 지적장애인 지인이나 가족이 있으신 분들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파기환송이 되었으면 다시 항소심 재판부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죠.

최> 네. 부산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을 담당했던 부산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에서 다시 파기환송심 재판을 진행했을 것 같구요. 파기환송심 결과까지는 제가 찾아보지 못했는데 통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그대로 판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번 판결로 지적장애인 분들의 법률행위에 대해서 법적으로 조금 더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사실 지적장애인 분들의 경우 겉으로는 비장애인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계성 장애를 가진 분들이 많아 이해할 수 없는 법률행위를 하더라도 그 효과를 무효로 인정받기가 상당히 어려웠는데요. 이번 판결을 통해 앞으로는 하급심 법원에서도 지적장애인 분들의 법률행위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세심하게 살펴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적장애를 이용하거나 악용하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최호웅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