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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생각할거리-민간에 떠넘겨진 공공의 그림자

◀ st-up ▶

거리에서 찾는 뉴스 생각할 거리의 김하은입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이 거리에 한쪽엔 천막이 있었죠.

천막 안엔 제주도에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의 해고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211일동안 이어진 농성이 끝나며 사라진 천막.

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요. 


20년 동안 공공이 해야할 일을 대신 맡아서

소각장에서 일했지만 위탁계약이 종료되면서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해고됐습니다.


 당시 오영훈 지사는 천막 농성 100일 만에 

노동자들을 만났고 협의체가 만들어졌습니다.


 채용을 돕고 심리 상담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 INT ▶ 오영훈 / 제주도지사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서 10명 이상의 집단 해고가 발생할 때 어떻게 사회적으로 뒷받침할까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고 보고요. 조례 개정 방안도 모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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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농성 시작 211일째 천막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후 재취업에 성공한 노동자는 27명뿐. 나머지 노동자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고 이후 8개월째 실업급여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 안용남 씨를 만났습니다. 안 씨는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가 시범 운영을 시작한 

2002년에 입사해 20년 넘게 일했습니다. 


◀ INT ▶ 안용남 / 전 제주도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노동조합 위원장

"설마 폐쇄를 할까 까지는 생각을 못 했었는데 막상 해버리니까 눈앞이 깜깜하더라고요. 저희가 나이대도 있고 경력도 이제 한 직장에서 오래 있다 보니까 재취업하는 게 쉽진 않더라고요. 또 동종업계가 제주도에는 많지 않아서…"


 이같은 집단 해고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가된

민간 위탁 제도, 공공이 해야할 일을 민간에 넘겨 처리하는 건데 제주도에만 320곳이 있습니다.


 공공 화장실 청소부터 유기 동물을 구조하고 포획하는 일까지 다양합니다.


◀ st-up ▶

해고된 노동자뿐 아니라 현재 일하고 있는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 임산부, 노약자 등 교통약자의 발이 되는 제주도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이곳도 도 직영이 아닌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곳 노동자들도 제주도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지난 2019년부터 470여 일 동안 

천막 농성을 했습니다. 


(CG)제주도는 이미 2016년 고용 안정을 위해 도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밝힌 상태였지만 말뿐이었습니다.(CG 끝)


◀ INT ▶ 양석운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지부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지회장

" 단체교섭으로 공무직에 관한 부분들을 저희들이 많이 따라가도록 요구하고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고 있지만 직접 운영, 공영화에 대한 논의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민간위탁 제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우선 순위에 밀렸던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는 

개별 기관 자율에 맡겨지며 흐지부지됐습니다. 


(CG) 정권이 바뀌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운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지자체 업무를 단순 위탁하는 경우 폐지하거나

축소한다는 내용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c.g)


 이같은 상황은 제주라고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 st-up ▶

제주도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3년 동안 이곳 색달과 보목 등 공공하수처리시설을 민간위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가 지난해 진행한 민간 관리 대행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도 민간위탁이 적절하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효율적 관리'와 '전문 인력 확보'가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당장 공공요금 인상과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 INT ▶ 김혜선 / 노무사

"효율적이라는 것도 사실 이게 비용의 효율화 인 것이지, 관리 운영의 효율성은 전혀 없는 거거든요. 왜냐면 지시를 내려야 하는데 한 단계 더 건너서 지휘체계가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돌아보면

민간위탁을 공공업무로 전환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민간에 맡겼던

사회복지관을 직영으로 바꿨고

성남시는 민간위탁이던 콜센터를 직영으로 

전환하며 노동자들을 공무직으로 전환했습니다.


 또, 대안으로 몇몇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설 공단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 INT ▶ 송창권 / 제주도의원

"(민간위탁이) 종료됐다고 해서 그대로 그냥 뚝 끊어버린다는 것은 이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저도 갖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이런 부분들을 잘 논의를 해서 다른 방법으로 승계할 수 있는 자리는 있는 것인지 또 생각해 보면서 이런 위수탁의 문제라든지 또 어떤 시설 운영에 대한 방식을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st-up ▶

제주도 안엔 수많은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이곳과 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봉개소각장 안엔 안용남 씨가 있었고, 불과 2.5킬로미터 떨어진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엔 양석운 씨가 있습니다.


이들은 같은 듯 다릅니다. 모두 공적인 일을 하지만 어떤 이에겐 정년과 수당이 보장되고 어떤 이에겐 정년은커녕 내일의 일자리도 담보되지 못하는 현실. 


전문성과 효율성이라는 명목 아래 실시된 민간 위탁. 공공부문에까지 돈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때입닌다. 


MBC뉴스 김하은 입니다.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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