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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당이나 공사장은 물론
농어촌 현장 곳곳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내 외국인 이주노동자 3만 명 가운데
절반을 넘는 53%는 소위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인데요,
이번 이슈추적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의료 실태를 짚어봅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버거운 의료비에 내몰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이소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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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중국에서 미용사로 일하다
지난해 가족과 함께 제주에 온 A씨.
비자 없이 들어와
농장과 음식점 등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사업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제주행을 결심한 A씨는
90일 체류 기간을 넘겨
미등록 외국인 신분이 됐습니다.
돈을 벌어 2년 안에 고향으로 돌아갈 목표로
힘든 일을 이어가던 A씨는 올 초,
손가락을 잃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식당에서 전복 껍질을 까는 일을 하다
기계에 중지와 약지를 잘린 겁니다.
미등록 신분이라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청구된 진료비는 300만 원,
한 달 임금의 3배가 넘는 병원비에
A씨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INT▶ 미등록 이주노동자(손가락 절단)
"처음에는 우울했어요. 빚도 많은데 의료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어요."
지난해 제주에 와
과수원에서 일 하는 미등록 외국인 B씨도
지난 5월, 예상치 못한 변을 당했습니다.
방풍림 나무를 자르다
3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팔뼈에 금이 간 겁니다.
제주시내 종합병원을 찾아
이틀 입원 치료에 청구된 의료비는 600만 원.
다행히 고용주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INT▶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주
"우리 일을 하다가 그런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모른척하거나 그런 생각은 안 해봤거든요. 같이 일했던 친구였기 때문에 당연히 해줘야 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고용주의 지원을 받은 이들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
대부분
내국인이 기피하는 험한 일에 종사하다보니,
다치면 큰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지만
진료비 부담에 아예 병원 가는 걸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또 병원을 찾더라도
일부 고용주는
지불한 의료비를 모두 갚을 때까지
월급에서 공제하거나,
일부 병원은 응급 상황에도
진료비를 낼 수 있다는 증명을 하지 않으면
다른 병원을 권하거나
심지어 여권을 내주지 않기도 합니다.
◀INT▶ 크리스티나 수녀 / 나오미센터
"한 번에 천만 원 돈 나왔어요. 미등록 이주
노동자여서 돈 못 내면 출입국 신고하겠다,
그러면 집에 가야 된다고. 병원비 낼 때까지
여권 돌려주지 않아요."
감당하기 힘든 진료비 문제 등으로
시민단체에 상담을 의뢰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한 달 평균 40여 명.
"(S/U)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의료 현장에서조차 외면당하는 이들의 모습은
바로 지금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입니다.
MBC뉴스 이소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