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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영화 한라산②-참상은 외면…계몽에 목적

◀ANC▶

4.3을 다룬 최초의 극영화 '한라산'을
제주MBC가 57년 만에 발굴했다는 소식,
어제 이 시간에 전해드렸습니다.

당시, 영화 시사회를 한 뒤
감독과 제작자, 제주지역 인사들이
이 영화를 놓고 좌담회를 열었는데요,

제주MBC가 찾아낸
관련 신문 기사를 통해
영화의 성격과 제작 배경, 가치 등을
조명해 봤습니다.

오승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END▶
◀VCR▶

1965년 1월, 영화 '한라산' 시사회가
제주시 중앙극장에서 열린 뒤
양승룡 감독과 주한 미국공보원 한국인 책임자,
제주도 내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좌담회가 마련됐습니다.

양승룡 감독은 이 자리에서
시기를 감안해 4.3의 성격 규명을
애써 외면했다고 밝힙니다.

◀SYN▶ 양승룡 감독 (기사 대독)
"아직 4.3사건의 이모저모를 파헤칠 단계에
이르진 못한 거 같습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4.3사건을 규정한다든지 그 성격을 규명하는데
외면하려고 했습니다."

◀INT▶부종휴 제주산악회부회장
"4.3이 배경이라기에 그 참상이나 실상이
어떻게 그려질 것인지 호기심을 가졌었으나
살짝 스쳐 지나간 느낌이었습니다."

양 감독은 4.3의 피해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의 터전을 다시 일군다는
자립정신을 강조하고,
제주어 등 제주 문화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습니다.

◀SYN▶ 양승룡 감독 (기사 대독)
"4.3의 타격을 입은 후 다시 자력으로
삶의 터전을 이루려는 피나는 모습을 그리려
한 겁니다. 나아가서는 그대로 두면 사라져버릴
이곳 특유의 말들을 재료로라도 후세에
남겨두었으면 해서 시도해 본 겁니다. "

제주도청 간부 직원은
개발 중인 제주의 역동적인 모습을
영화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합니다.

◀INT▶ 김상균 제주도 공보과장
"굿 등의 민속과 한라산, 해녀 작업 등
풍경을 훌륭하게 담아주신 것은 본도 관광에
크게 이바지하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제주도 종합개발계획 같은 것을 다각적으로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당시 박정희 군부 정권은
한라산 횡단도로를 개설하고 호텔을 짓는 등
제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였습니다.

◀SYN▶ 대한뉴스 331호(1961년 9월)
"박(정희) 의장은 (제주)도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부는 여러 가지 개발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1948년 설립된 주한 미국공보원은
미국의 원조를 통한 한국의 발전과
민주주의를 설파하는 내용의 영화를
주로 만들었는데,
영화 '한라산'도 이와 방향성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INT▶ 김한상 아주대 교수
"(주한미국공보원이)특정한 사안들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정부와 그런 식의 소통을 통해서
영화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박정희
정부가 추구하던 (4.3피해)복구 사업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제주 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4.3의 원인이나 참상에 대해서는 비껴간 채
관광지로 변모하는
자유와 번영의 섬이라는 이미지를
국내외에 홍보하고
도민들을 계몽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MBC 뉴스 오승철입니다.
오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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