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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생각할 거리) 들불축제 운명은?

(s/u)
평화로를 달리다 보면 나타나는 제주 서쪽의 상징. 새별오름에 올랐습니다. 거리에서 찾는 뉴스, 생각할 거리 이따끔입니다.

이 아래 카페에서 바라보는 오름 풍경이 참 예뻐서 소개팅도 했었고, 제겐 추억이 많은 곳인데요, 요샌 그런 아름다움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2023 제주 들불축제"

바로 오름 한가운데 낙인처럼 새겨진
이 문구입니다.

(s/u)
문구에 더 가까이 와봤습니다. 이 글자 아래에는 글자를 덮었던 초록색 비닐이 있고요, 그 옆에는 비닐을 고정시킬 때 사용됐던 것으로 보이는 못도 남아있는데요. 축제가 끝난 지 두달 가까이 지났는데요 이렇게 방치된 상태입니다.

이곳 새별오름에서 진행된 들불축제는
오름을 통째로 태우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제주의 대표축제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름 불놓기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봄철 산불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인데요.

특히, 올해는 산림청이 산불경보를
경계단계로 격상했는데도 강행하려다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SYN▶강병삼 제주시장
"불놓기 행사까지 해보고 싶은 욕심이 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행정에서 주로 주도해서 준비하는 행사인데, 법률상 위법한 점을 알면서도 할 수는 없다 보니까, 많은 고민 끝에..."

들불축제는 올해까지 27년 동안
강풍이나 구제역, 코로나 등으로
9차례나 정상개최되지 못했습니다.

(s/u) 산불과 날씨만이 문제일까요?
새별오름은 주변 다른 오름들과 달리 나무가 없어 민둥산처럼 보이는데요, 매년 오름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억새류만 반복해서 자라는 초지가 된 겁니다.

Q. 원래 다른 식물들도 자랐던 거죠?
A. 김홍구/오름보전연구소
" 여기가 원래 봄에는 개취가 자라고 가을에는 억새가 자라서 봄에는 노란색, 가을에는 하얀색으로 변하는 굉장히 아름다운 곳인데요, 지금 여기 피어있지만요 작년과 올해 들불축제를 안했기 때문에 개취가 사실 새로 나는 거거든요. 근데 이 개취는 불을 놓기 시작하면은 거의 일년동안 자라지 않습니다."

과거 목축을 위해 들판에 불을 놓는
방애 문화를 이어간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제는 오히려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SYN▶김동순/제주대학교 식물자원환경전공 교수
”유용한 곤충인 거미류라든지 또는 토양의 톡톡이류, 기타 응애류, 이런 유용한 생물들이 불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로 나타날 수가 있다“

한때 기름을 뿌리기도 했고
볼거리를 늘린다며 화약을 사용하기도 해
환경 오염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올해만 제주시가 들여온 화약량이 1.2톤에
달했습니다.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밭이나 초지에서
소각행위를 금지하면서도 축제라며 예외로
두는 모순된 상황.

시민들의 생각은 엇갈립니다.

◀INT▶강태림/충남 서산시 예천동(관광객)
"제주도에서 바람이 또 많이 불어가지고 불이 넘어가면 좀 위험하지 않나 싶어가지고..."

◀INT▶ 한누리, Jerry/ 미국 캘리포니아주(관광객)
"제주도에 그런 전통적인 페스티벌이 많지가 않은 건데, 사실 요거를 보려고 오는 사람들도 분명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도 좀 기다렸었거든요..."

결국 제주시는 시민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나섰는데요.

겨우 100여 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열고 중구난방식으로 찬반 얘기가 오고
가다 끝나버렸습니다.

또, 371명이 참여했다는 온라인 만족도
설문 조사의 질문 항목에 환경 훼손이나 산불 위험 등에 대한 얘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자 한 정당은 700명이 넘는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숙의형 정책 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원탁회의나 공론조사, 시민배심원제 같은
논의 절차를 거쳐 들불 축제의 운명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 있게 고민해보자는 겁니다.

◀SYN▶녹색당 기자회견
"카카오톡 채팅방은 숙의형 민주주를 위한 공론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을 모든 사람들이 숙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제주시는 지난해 새별오름 일대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11년 만에 축제장을 완공했는데요, 예산만 134억 2천 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s/u) 마라도 면적 3분의 1크기의
주차장을 포함해 대규모 시설이 지어졌는데요,
들불축제가 없어진다면 이곳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하는 부담도 남겠죠.

◀INT▶류재현 문화기획자
"거기를 꼭 불을 질러야 할 이유는 없어진 거잖아요?/ 요즘에는 LED 전구 같은 것들, 그 등들이 많이 발전돼있거든요. 그리고 그것들이 실시간으로 반응도 하고요."

실제로 부산광역시는
이달부터 매주 토요일 천500대의 드론을 띄워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하는 야간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u) 기후위기 시대,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을 만들겠다며
국내에서 가장 먼저 탄소 중립을 선언했던 제주. 불 없는 들불축제를 아쉬워하지만 말고
이 시대에 맞는 축제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시점입니다.

MBC 뉴스 이따끔입니다.
이따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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