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청소년
제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지에서 대학 다니는 딸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고, 딸이 살고 있는 원룸으로 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청소부터 시작했어요. 냉장고를 보니 작년 추석 연휴 때 끓여 놓은 사골국이 냉동화석으로 변해 있고, 작년 추석 때 내가 와서 냉장고 청소한 후, 한 번도 청소하지 않은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더라고요. 청소하고 빨래를 돌려 말린 후, 딸이 올 시간에 맞춰 맛있는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딸에게 오늘은 잔소리를 하지 말아야지 맘을 잡았어요.
딸이 도착하자 “와~ 엄마 왔네” 하며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다라고요.
금방 한 밥을 퍼서 저녁을 차려 줬더니 “와~ 맛있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엄마 밥이지 와 맛있다.” 하며 밥을 맛있게 먹었어요.
학교에서 실기 과제를 하느라 밤늦게 오는 딸이 엄마가 온다고 저녁도 먹지 않고 와서 밥을 맛있게 먹으니 나도 기분이 좋았어요.
밥을 먹고 난 뒤,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dd야 청소 좀 하면서 살자, 냉장고가 박물관이더라” 했더니 웃더라고요. 더 이상하면 진짜 잔소리가 될까 봐서 나도 웃으면서 다른 말로 화제를 바꿔 이야기를 마무리 하긴 했는데, 친구들이 ‘비행청소년, 비행청소년’ 하는 이유가 있음을 나도 엄마가 되니 알았습니다.
8박 9일 동안 오랜만에 딸과 지내면서, 딸이 오는 시간에 맞춰 저녁을 준비하고, 빨래와 청소를 하면서 낮에는 혼자 ‘만보걷기’를 하고 지내다가 어제저녁 비행기로 내려왔어요.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에 청소하고 이불 빨래를 하고 와서 내 기분이 더 좋았어요.
제주에 내려와서 조금 쉬려는데, 딸 아이가 문자를 보내 왔더라고요.
“엄마, 잘 내려 갔어요. 왜 연락이 없어~~”
“집에 들어 가면 엄마가 없다니~”
“내가 밥 만들어 먹어야 한다니~”
“ㅋㅋㅋ ~”
딸이 방학 때 내려왔다가 육지로 올라가면 엄마 마음도 허전하고 그랬는데, 딸도 그럴 것이다.
나도 어제 딸만 육지에 두고 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좀 그랬다.
8개월 만에 딸이 사는 집에 갔는데, 가끔 한 번씩 올라가서 ‘비행청소년’이 되고 와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다.
※이름은 가명으로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방송 9일 동안 못들었는데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청취하겠습니다. 유익한 방송 늘 감사드립니다.
※‘비행청소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참고로 적어봅니다.
비행기 따고 가서 자식들이 살고 있는 집에 가서 청소하고 오는 여자(엄마)
**박혜신의 '공작새' 신청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연이 채택 되었을 때 청취자께 연락드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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