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건강 검진 받는 날)
며칠 전에 읍내 고향에 사는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6월 5일 바쁜 일 있냐고...
몇십 년 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바쁘게 살아오다가 60에 퇴임하고 보니 그리 바쁜 일은 없었어요.
“바쁜 일, 없다고 무슨 일 있냐고” 했더니 건강 검진 받으러 갈 건데 혼자 가기 그래서 시간 되면 같이 가 줄 수 있냐는 것이었어요.
흔쾌히 시간 된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72세 7 남매 중 두 번째 언니는 나와 12살 차이가 나요. 저는 7 남매 중 여섯 째 이거든요.
왠만하면 누구에게 부탁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는 언니예요.
자식도 있지만 다 결혼해서 독립하고 자식에게 피해 되는 일은 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지 자식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고, 70 이 넘도록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살아요.
10년 전에 돌아가신 남편이 있을 때는 남편이 차로 운전해 주고 남의 도움이 필요 없을 만큼 형부가 에스코트를 잘했거든요.
건강 검진 받으려고 한 날 아침 두 번째 버스를 타고, 제주시 오일장 정류장에서 내리고 내 차로 건강 검진 센터로 갔어요. 형부가 월남 참전 용사라 언니는 월남 참전 용사 미망인으로 무료 건강 검진 받을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온 것이었어요.
건강 검진 언제 받았었냐고 물어봤더니 5년 전에 했다고...
언니 건강 검진 하는 것을 보호자로 따라다니면서, 혼자 의자에 가만히 앉아 언니 건강 검진 하는 것을 보니, 93세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어요.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는 몇 번 모셔다 드렸는데 건강 검진하러 모시고 온 적은 없더라고요.
죄송한 마음으로 가슴이 뭉클했어요.
건강 검진을 다 끝내고, 밥 먹으러 식당으로 모시고 갔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음식 값을 지불 한다며 박박 우기시더라고요. 가끔 제가 밥을 사드리면 현금을 주시면서 딸 갖다 주라고 호주머니에 찔러 놓는 언니라 언니에게 하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가 않아요.
“오늘 니 아니어시믄 건강 검진도 못 받아실거여” 하며 고맙다는 표시를 마음으로 전달했어요.
밥을 맛있게 먹고, 다리도 아픈데 내게 주려고 이것저것 싸 들고 온 것을 집에 놔두고, 언니를 모시고 제주시에서 언니가 사는 읍내 고향으로 운전하고 모셔다 드렸어요. 언니는 또 마늘과 양파, 김치 이것저것 싸주시는 거예요.
어머니가 해 주셨던 것처럼,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역할을 해 주시는 언니가 늘 건강하게 오래 오래 우리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어요.
“가족을 위해 무엇인가를 했구나” 하는 행복한 하루였어요.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 잘 듣고 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이름은 가명으로 부탁드립니다. 나훈아의 ‘어메’ 노래 신청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연이 채택 되었을 때 청취자께 연락드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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