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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윤상훈 준비위원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훈 : 안녕하세요. 윤상훈입니다.
윤 :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훈 :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의 해양투기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방사성 오염수 133만t의 해양투기를 위한 해저터널이 지난 6월 5일 완공되었고, 현재 시운전 중입니다. 일본은 향후 30~40년 동안 터널 방출구를 통해 핵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는데요. 오늘은 후쿠시마 대참사 이후 창립한 한국의 의료인들인 ‘반핵의사회’가 최근 낸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이라는 소책자의 내용을 중심으로 오염수 해양투기의 문제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윤 :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사용하는 용어도 다른데요. 한편에서는 적법한 ‘방류’라고 주장하는 반면, 위험천만한 ‘투기’라고도 말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훈 : 사전적 의미로 ‘방류’(discharge)는 ”모아둔 물을 흘려보냄. 대안을 모두 고려하여 특별한 불확실성이 없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뜻하며, ‘투기’(dumping)는 ”대안을 모두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확실성을 안고 버리는 비정상적인 처리“를 뜻합니다. 일각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물에 희석해 ‘처리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기에 ‘방류’이며 또한 적법한 것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행위는 ‘해양투기’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적절할 것입니다.
윤 : 현재 도쿄전력은 자체 제작한 탱크에 주변 환경과 완전히 차단하고 밀폐해서 오염수를 보관하고 있는데요. 후쿠시마 오염수는 핵폐기물로 분류되고 있지요?
훈 : 네, 맞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대참사 당시, 지진과 폭발로 핵연료를 보관하는 원자로 내부의 각종 시설이 파괴되었는데요. 핵연료의 핵분열은 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고, 다만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원자로 내부로 물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파손된 원자료에 지하수가 계속 유입되고 있습니다. 원자로 내부에서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와 뒤섞인 물은 핵분열 과정에 나타나는 온갖 종류의 방사능을 함유하게 됩니다. 핵분열 시에 발생하는 핵종은 1,00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윤 : 정부 여당은 탱크 안의 오염수도 ‘다핵종 제거 설비’라고 부르는 ‘알프스ALPS’로 정화하면 더 이상 핵폐기물이 아닌 인체에 무해한 ‘처리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훈 : 알프스ALPS는 일본에서 ‘다핵종 제거 설비’라고 말합니다. 그 명칭을 우리도 그대로 쓰고 있는데요. ALPS는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의 약자입니다. ‘다핵종 제거’는 영문 명칭에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ALPS는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농도를 저감’하는 장치입니다. 방사성 핵종은 없어지지 않고, 방류되는 방사성 핵종의 총량은 변함이 없습니다. ALPS를 통해 핵종을 제거한다는 것은 부풀려진 사실입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이 64개라고 주장하지만 ‘64개 핵종 외에 다른 핵종은 정말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 : 제주연구원은 작년 2022년 11월에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로 우리 경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었는데요. 특히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은 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고요.
훈 :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과 상관없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는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 경제를 크게 흔들고 있습니다. 작년 제주연구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따른 피해조사 및 세부대응계획 수립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오염수 방류에 따른 제주 수산업계 피해액은 연간 4,483억원으로 추정했고, 이는 2021년 제주도 수산물 생산금액 9,121억원의 49.2%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국민 1천명에게 설문 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83.4%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 줄이겠다’고 답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여당은 안전한 ‘처리수’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해양투기를 저지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찾고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윤 : 우리가 먹는 수산물의 방사능 피폭과 인체 피해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데요. 어떻게 보는지요.
훈 :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의 예측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는 방출 후 1년 안에 우리 바다에 도달할 것이 예상되며, 우리나라 연안의 해산물이 오염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12월, 100개 이상의 회원 연구소로 구성된 미국해양연구소협회는 “국경을 초월하고 세대를 초월한 해양 생태계, 그리고 해양 생태계에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 문제가 있어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방사성 물질의 생물 축적 문제는 여전히 과학적으로도 연구해야할 과제입니다.
윤 :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은 2021년에 일본 정부의 해양배출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네요.
훈 : 네. “해양 방출은 태평양 지역의 수백만 명의 생명과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염수 해양투기는 일본 국경 안팎에서 관련 사람들이 인권을 완전히 누리는데 상당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는데요. 핵 전문가는 아니지만, 인권에 기반해서 보더라도 오염수 해양투기는 위험천만 하다는 거죠.
윤 : 그와 반대로 “일본 오염수 방류 후 100년 살아도 영향없다”는 원자력공학자의 주장도 있고, 낮은 방사능은 오히려 사람 생존과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해양학자의 주장도 있는데요.
훈 : 일상적으로 가동되는 핵발전소의 폐기물이 아니라, 핵연료와 뒤범벅된 오염수를 인위적으로 해상 투기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ALPS로 처리한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갔을 때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대로 된 연구가 아직 없습니다. 과학자들 사이에도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 생물축적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요. 오염수의 희석은 예측할 수 있으나 생물축적과 인체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세슘이나 스트론튬과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의 경우, 먹이사슬의 상층부에 있는 생물 종은 먹이사슬 하위 생물 종의 생물축적을 그대로 흡수하며, 독성이 강해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윤 :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에 언급된 살충제 DDT의 사례가 생각나네요. 당시 과학자들은 살충제 농도가 굉장히 적기 때문에 생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이 문제와 별도로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는 대단히 좋지 못한 국제적 선례를 남길 수 있는데요.
훈 : 한 물리학자의 주장을 인용하면, “어느 한 시점을 정해서 바닷물 속 오염물질의 농도가 얼마 이하로 낮다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과학적 사실이다. 그러나 그걸 바다에 버려도 괜찮은가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라고 지적합니다. 한 순간의 파편적인 과학적 사실이 이후에 벌어질 모든 현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나라들이 일본의 사례처럼 위험 물질을 바다에 버리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사실 일본은 1990년대에 러시아가 핵폐기물을 블라디보스톡 앞바다에 몰래 버릴 때 강력하게 항의한 바가 있습니다. 그 결과로 런던협약이 강화돼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는 금지되었습니다.
윤 :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투기는 국제법상 ‘런던협약 의정서’ 위반으로 볼 수 있는데요. 런던협약은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요?
훈 : 런던협약 의정서는 1996년도 의정서로서 핵폐기물 해양투기를 금지했습니다. 1993년 런던협약 제16회 총회에서 부속서 I의 6항은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포함한 모든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투기 처분 금지를 명시했고, 1996년 ‘의정서 부속서 I’에도 이를 규정하면서 해양투기를 금지했습니다.
윤 :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수협)는 올해 초, ‘2023년 수산정책과제’를 제안하면서 국제 공조를 통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를 요청했는데요. 오염수 해양투기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 가능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지요?
훈 : 네, 오염수의 해양투기는 ‘유엔 해양법 협약’ 위반과도 연관성이 있는데요. ‘유엔 해양법 협약’ 제194조 제2항은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 하의 사고나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오염이... 지역 밖으로 확산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3항은 “육상오염원으로부터, 대기로부터, 대기를 통하여 또는 투기에 의하여 특히 지속성 있는 유독, 유해하거나 해로운 물질의 배출”을 금지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국제법에 따른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를 하고 있지도 않고 이에 대한 입장이 전혀 없습니다. 그 동안 오염수 투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윤 : 한덕수 국무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 검증과 관련해 “오염수 검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일본이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을 믿을 수 있을까요?
훈 : 국민 안전과 관련한 내용은 한 치의 의심도 없도록 끊임없이 그 위험성에 관해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 검증을 한국 정부가 아닌 국제원자력기구와 일본에 맡기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입니다. IAEA 사무총장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때 “후쿠시마에서 방사선으로 사망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라고 황당한 주장을 했습니다. 방사선 피폭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했는데요. 피폭으로 인한 직접 피해 사망자가 없다는 발언은 후쿠시마 대참사로 인해 고향과 주거지를 잃고 건강이 악화된 숱한 피해자들에겐 치명적인 망언입니다. 원래부터 국제원자력기구는 헌장 2조에 핵산업을 확산하고 촉진하는 것을 자신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에 침묵하는 것도 윤석열 정부의 핵산업 촉진 정책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윤 : 일본 정부도 오염수 처리에 관해 해양 방출, 대기 방출, 지하 매설 등 여러 대안을 검토했다고 하는데요. 바다에 버리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은 없을까요?
훈 : 방류수가 안전하고 문제 없다면 해양투기가 아니라 인공호수를 건설해 135만여톤 오염수를 보관하고 방류 계획을 중단하라는 요구도 있습니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부지에 석유비축기지처럼 대형 탱크를 추가해 장기 보관하자는 제안도 있고요. 혹은 미국 사바나강 핵시설의 사례도 있는데요. 오염수를 시멘트와 모래와 함께 콘크리트로 고체화해 탱크에 저장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오염수를 육지에서 장기 보관하는 장점은 무엇보다 방사성 물질의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비용입니다. 비용 면에서 가장 부담 없는 것이 해양투기입니다.
윤 : 향후 오염수를 해양투기하면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일본 내 우려의 목소리도 있고요. 태평양 연안국의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훈 : 지금 현재 후쿠시마현 주민의 70%, 일본인 43% 이상이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하며, 일본인 90% 이상이 일본 어업과 수산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홍콩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땐 일본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을 발표했습니다. 호주, 뉴질랜드 등 태평양의 18개 섬나라가 회원국인 태평양도서국포럼은 도쿄전력의 데이터가 불완전하고 부적절하며 일관성이 없다라고 지적하면서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윤 : 제주도정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훈 :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는 제주도민의 삶과 수산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중앙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제주도정이 나서야 합니다. 제주도 차원의 ‘오염수 해양투기 대응 TFT’를 구성하고 인력과 예산을 편성해야 합니다. 오염수의 확산을 예측하고, 해양투기를 막고, 어민과 수산업 보호 대책을 동시에 수립해야 합니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도 해야 하고요. 지금이라도 움직여야 합니다.
윤 : 오늘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투기에 관한 여러 쟁점들을 살펴봤습니다. 후쿠시마 해양투기가 임박했습니다. 제주도민의 삶과 수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텐데요. 제주 도정의 현명하고 신속한 대책이 요구됩니다.
지금까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윤상훈 준비위원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훈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