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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제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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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금 18시 05분 방송
장르
보도·시사 프로그램
등급
All
제작
정유진
작가
양은실
진행
정유진

11월 11일(수) [오늘의시선] 도내 다크투어 유적지에 대한 안내판 조사결과와 문제점(제주다크투어 백가윤 대표)

2020년 11월 12일 13시 10분 33초 4년 전 | 조회수 : 2,829

수정 삭제

지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으로 찾아옵니다.

오늘은 제주다크투어 백가윤 대표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백 : 안녕하세요 백가윤입니다.

지 : 벌써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다크투어를 찾는 관광객 분들도 좀 줄어들었을 것 같은데 좀 어떠신가요?

백 : 네 아무래도 코로나 19 때문에 올 한 해는 제주 4.3 유적지를 찾는 분들도 예년만큼 많지는 않았는데요. 대신에 개별 관광이 늘면서 개별적으로 유적지를 찾아가는 방법을 문의하시는 분들도 늘어났습니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유적지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는 언택트 관광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 :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다크투어 관광이라.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의미 있는 보고서 작업을 하셨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몇 달 전, 제주도 내 다크투어 유적지 100곳의 유적지 안내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저희 방송에서도 나눠주셨는데요. 그 결과 보고서가 나온 건가요?

백 : 네. 저희가 7월부터 3개월 간 제주도 내 100곳의 유적지 안내판을 조사했는데요. 그 결과 보고서가 지난주에 발표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대한 많은 곳을 충실하게 담고자 노력한 보고서라서 저희도 받아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 : 제주도 내에 다크투어 유적지들이 몇 개나 있나요? 그리고 어떻게 100개를 선정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백 : 잘 아시는 것처럼 다크투어는 전쟁, 학살 등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둘러보며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인데요. 국립국어원에서는 ‘역사교훈여행’이라고도 하지요. 제주도의 가장 대표적인 4.3 유적지는 조사된 것만 600개에서 많게는 800개까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일제강점기 유적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유적을 아우르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는 장소의 역사성, 보존성 등을 두루 고려해서 100개를 선정했고요. 4.3 당시에 일어난 사건의 장소뿐만 아니라 최초로 4.3 추모제가 열린 제주시민회관 등 4.3 이후의 진상규명 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장소들도 함께 기록했습니다.  

지 : 그렇군요. 정말 많은 곳들을 다니신 것 같은데요. 유적지를 조사하는 어떤 기준이 있었나요?

백 : 저희가 조사한 유적지들은 크게 두 가지, 안내판이 있는 곳과 없는 곳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안내판이 있는 경우는 10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조사했는데요. 유적지 안내판에 4.3 관련 내용이 기술되어 있는지, 관리 상태가 양호한지, 이동약자 접근성이 용이한지,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점자표시나 음성변환용 코드가 있는지, 인권, 평화, 젠더 감수성이 잘 반영되어 있는지 등을 검토했습니다. 또 안내판이 없는 경우에는 유적지의 흔적이 남아있는지를 살펴보고 해당 주소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유적지 부지의 실소유주를 확인했습니다.

지 : 그렇군요. 실제 조사를 해보니 어떻던가요? 중요한 유적지인데 안내판이 없는 경우도 많이 있었나요?

백 : 네 저희가 조사한 100곳 중에 72곳은 안내판이 있었지만 28곳은 안내판이 없었는데요. 대표적인 예로는 조천지서 앞밭이나 제주 도립병원 옛터, 제주시민회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관덕정의 경우는 일단 역사 현장이라는 것을 알리는 안내판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안내판이 있다고 분류하기는 했는데요. 4.3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유적지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관덕정 안내판에 4.3 관련 내용은 단 한 개도 없습니다. 또 최근까지도 유해발굴이 이뤄졌던 제주국제공항은 활주로 안에 유해 발굴 당시 세운 표석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본다면 안내판으로서 기능을 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안내판이 없는 곳들 중에는 개인 사유지인 곳도 있지만 국가 소유인 곳도 있습니다. 현재 조천 보건소 자리인 조천중학원 옛터나 제주시민회관 같은 곳은 국가 소유이니만큼 해당 장소의 역사적 의의를 알리겠다는 도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안내판을 세울 수 있는 곳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관덕정도 마찬가지이구요.

지 : 역사적 사실이 잘못되거나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제주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안내판을 보고 정보를 얻는 경우도 많을텐데 이런 경우는 어디가 있었나요?


백 : 알뜨르 비행장이 대표적인데요. 일제강점기 군사시설 유적인 알뜨르 비행장 안내판에는 “1926년부터 10년 동안 건설되었다”고 되어있는데 실제 비행장은 1931년부터 건설되었습니다. 사실 이 정보는 저희와 같이 알뜨르 비행장을 방문했던 동아시아 연구자 분들께서 보자마자 지적해 주신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 11개 경찰서 앞에서 세워진 비석에는 ‘폭도’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데요. 사전적 의미의 ‘폭도’는 폭동을 일으키거나 폭동에 가담한 사람의 무리를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요. 국가 차원의 보고서인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서는 제주4.3의 성격을 폭동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도 않고, 당시 무장봉기를 일으킨 사람들을 ‘폭도’라고 칭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런 부분도 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다양한 가치를 지닌 장소의 경우 한 가지 내용만 기술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세화의 연두망동산이나 세화리 주재소 옛터는 항일운동과 4.3의 기억이 같이 남아있는 곳이지만 안내판에는 4.3과 관련된 이야기가 없습니다. 또 와흘굴이나 큰곶검흔굴의 경우에도 해당 굴의 자연유산적 가치만 기재되어 있고 제주 역사에서 갖는 중요성에 대한 설명은 없어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지 : 그렇군요. 제주에 있는 다크투어 유적지들을 많은 외국인들이 찾기도 하는 만큼 외국어 번역에 대한 내용도 궁금합니다. 저도 지나가다가 보면 영어 안내판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또 어떤 경우는 일본어와 중국어 번역까지 있는 경우를 보기도 하는데요. 실태는 어떻습니까?

백 : 중요한 유적지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어 안내판이 없는 경우도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유적지에 외국어를 다 기입할 필요는 없겠지만 중요한 유적지인 경우에는 제대로 된 외국어 안내가 필요하겠죠.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한림읍 금악리 생이못의 경우인데요. 금악 4.3길에 속하는 곳입니다. 한글 안내는 제대로 되어있는데 영문 안내는 다른 유적지, 근처의 오소록이 마을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잘못한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하루 빨리 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어 비문이나 안내판에 있는 주소가 잘못된 경우도 다수 발견되었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조치가 필요합니다.

지 : 앞서 말씀하시면서 이동약자 접근권이나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사실 다크투어라는 것이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차별 없이 모든 사람들이 접근 가능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 실태는 어떻습니까?

백 : 안타깝게도 저희가 다닌 모든 유적지에는 점자 표기나 음성변환용 코드가 없었습니다. 점자 표기가 있다면 시각장애인들도 내용을 읽을 수 있고 음성변환용 코드가 있다면 시각장애인들 뿐만 아니라 한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 저시력자 등도 유적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또 유적지 자체가 이동약자 접근이 어려운 곳에 위치한 경우도 있어서 안내판도 마찬가지로 접근이 어려운 곳에 설치되어 있기도 했는데요. 만약 이동약자를 위한 경사로 등을 만들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동약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유적지 사진과 함께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도 차별 없는 다크투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 : 듣고 보니 비장애인들의 시선으로만 다크투어를 바라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됩니다. 인권이나 평화, 젠더 감수성이 부재한 경우도 있었다고요.

백 : 네 맞습니다. 금악리 오소록이 마을의 경우에는 토벌대에게 쫒기는 주민들의 모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당시 마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없이 “19세 꽃다운 새색시가 만삭인 몸으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사건의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해 특정 성을 부각하는 방식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며 방문객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 : 지금까지는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는데요. 안내판 자체가 훼손된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심지어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하시던데요.

백 : 네. 잘 알려진 유적지의 경우에는 많은 분들이 방문하시기도 하고 또 상주하면서 관리하는 분들이 계신 곳도 있다 보니 훼손이 되더라도 금방 복원할 수 있을 텐데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안내판의 경우에는 훼손이 심각한 경우가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도내 곳곳을 다니다 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녹색 4.3 안내판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안내판 필름이 벗겨지고 녹이 슬어 글자를 읽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오래 전에 세워진 안내판의 경우에는 태풍에 날아가거나 글씨가 다 벗겨진 경우도 있었고요.

지 : 이렇게 문제들이 다수 발견되었는데, 이런 것들을 어디에 어떻게 제보할 수 있습니까?

백 : 그 또한 문제입니다. 지나가다 도민들이 안내판을 보고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안내판을 세운 주체나 관리하는 담당 부서, 연락처 등이 적혀있지 않아 제보를 할 방법이 없습니다. 실제로 내용에 있어서 궁금한 점이 있다고 해도 그 출처를 알 수도 없기 때문에 도대체 이 내용이 어디에서 어떤 자료에 기반해 쓰인 건지 알 수도 없고요. 최근에 만들어진 안내판의 경우에는 자문, 4.3 평화재단 이라고 적혀있는 경우도 있어서 조금씩이나마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 : 지금 현재 도내 유적지 관리와 관련해서는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나요?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 건가요?

백 : 유적지 종류에 따라서 관리하는 부서가 나뉘어져 있습니다. 유적지 관련 심의위원회 등이 활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보존이 필요한 주요 유적지 선정 등 계획 수립에 국한된 심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안내판을 설치하는 만큼 사후 관리에 관한 계획도 수립해 지속적으로 관리 상태를 모니터링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행정 차원에서 모든 유적지를 다 관리하기 어렵다면 도민들로부터 안내판 오류, 관리상태 등을 제보 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도민참여형 다크투어 유적지 안내판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자기 마을의 다크투어 유적지를 주민들 스스로가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지 : 내용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다양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으면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백 : 물론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차별 없는 다크투어를 만들기 위해 이동약자 접근권이나 시각장애인, 저시력자 등 관광 약자들의 다크투어 유적지 접근성 및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유적지 안내판을 심의하는 위원회에 역사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인권 전문가, 장애인권 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위촉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외국어 번역은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외국어만 잘하는 사람에게 맡겨서는 제대로 나오기 어렵습니다. 외국어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도 있는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아 단순히 한국어 내용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 : 그렇군요. 코로나가 아직도 잠잠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유적지 안내판이 개별 관광객들에게 더 중요해지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백 : 맞습니다. 저희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한데요. 제주도 내 다크투어 유적지와 이에 대한 정보를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 시민들에게 알리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를 겪으며 개별여행이나 랜선여행이 트렌드가 되어가는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제주의 역사적 자원들을 공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표지석이나 안내판을 세우는 기존의 방식 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의 지도, 증강현실 안내판 등 다양한 형태의 방법을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지 : 이렇게 많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나요?

백 : 저희가 올 칼라로 보고서를 인쇄하다보니 책자를 많이 만들지는 못했는데요. 대신 저희 제주다크투어 웹사이트에 전체 보고서를 다운받아 보실 수 있도록 올려놓았습니다. 누구든지 가서 보실 수 있어요. 만약 보고서를 책으로 꼭 보고 싶은 분이 계시면 저희 사무실에 오셔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 : 지금 100곳을 조사하셨지만 앞으로 조사할 곳이 더 많이 남아있을텐데요. 이런 작업을 이어가실 생각인가요?

백 : 네. 앞으로도 이런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저희 보고서 발행된 것을 보고 육지에 있는 단체가 전국 다크투어 유적지 조사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다는 연락을 주시기도 했는데요. 시민의 힘으로 제주의 역사를 지켜나가는 일의 일환으로, 내년에 더 많은 장소들을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많이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지 :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백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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