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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제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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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금 18시 05분 방송
장르
보도·시사 프로그램
등급
All
제작
정유진
작가
양은실
진행
정유진

2023년6월7일(수)  <오늘의 시선> 한국에서 유독 관심이 많은 MBTI,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의 문제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 안재홍이사장)

2023년 06월 08일 10시 12분 30초 1년 전 | 조회수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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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수요일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의 안재홍이사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 안녕하세요. 안재홍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안: ENFJ, ISTP, ESFP, INFP 들어보시면 떠오르는 주제가 있으실 겁니다. E형인지 I형인지를 묻고 서로의 유대를 확인하는 경우도 많으실 텐데요. 오늘은 MBTI와 관련된 성격유형검사와 지능검사와 같은 도구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윤: MBTI 열풍이라고 부를 정도로 검사도 많이 하고 일부이긴 하지만 기업이 채용정보로 활용한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당시 절대취업불가 유형으로 INFP 그러니까 내향적이고 직관적이고 감정적이고 인식형적인 사람은 뽑지 않는다는 기업이 있었죠. 먼저 MBTI를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안: MBTI를 나무위키에서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 MBTI)는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와 그녀의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 Myers)가 카를 융의 초기 분석심리학 모델을 바탕으로 1944년에 개발한 자기보고형 성격 유형 검사로, 사람의 성격을 16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2차 세계대전 후 인력부족으로 산업계에 여성이 진출하게 되자, 이들이 자신의 성격 유형을 구별하여 각자 적합한 직무를 찾을 목적으로 1944년에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MBTI에서는 두 개의 태도 지표(외향적E인지 내향적I인지, 선호하는 삶의 패턴이 체계적인 판단형J인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인식형P)와 두 개의 기능 지표(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이 감각S-직관N, 판단의 근거가 사고형T인지 감정형F인지)에 대한 개인의 선호도를 밝혀서 4개의 선호 문자로 구성된 개인의 성격 유형을 알려줍니다. 따라서 MBTI 검사 결과로 생길 수 있는 성격 유형은 모두 16가지가 됩니다. 4개의 선호 문자에 따라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셈입니다.

윤: 주변에서도 MBTI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소심한 A형이라는 등 혈액형과 관련된 성격 유형이 한창 유행했는데 요즘에는 대부분 MBTI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4가지 혈액형보다는 16가지 유형이 좀 더 복잡하고 잘 맞으니까 많이들 믿는 것 같아요?

안: 제가 오늘 구글 트렌드를 통해 전 세계 검색량을 표시한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앞도적인 1위 국가가 한국입니다. 한국을 검색량 100으로 봤을 때 다른 나라들의 검색량을 보여주는데요, 동아시아 국가들인 홍콩, 대만, 중국, 일본 같은 나라가 상위에 올라있습니다. 나머지 유럽이나 아메리카 쪽은 검색량이 5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MBTI가 만들어진 영국보다 우리가 20배 이상 검색을 많이 했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MBTI는 과거 혈액형 성격론이나 띠별 운세처럼 유행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압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윤 : 왜 이렇게 한국에서 MBTI가 인기를 끌고 흥행하고 있을까요? 사주나 요즘엔 타로점을 보는 집도 상당히 많은 것 같은데 이런 것과 연관이 있을까요?

안: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오늘의 운세는 실은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미래에 대한 궁금증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사주나 타로점 같은 경우에는 더 복잡하고 개별화되어 있지만 사주를 통하는 이런 방식보다는 띠별 운세나 별자리 운세, 혈액형을 좋아했던 심리가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MBTI를 믿는 분들은 혈액형이나 띠, 별자리와 같은 미신과 MBTI를 비교하지 마라. 이것은 과학이다 라고 얘기하긴 하지만 사람을 유형별로 분류하는 방식은 유사하다는 의미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MBTI를 통한 성격검사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성격유형검사를 선호한다는 것이죠.

윤: MBTI는 과학이라고 했지만, 사람을 16가지로 딱 나눌 순 없는 거잖아요. 넘 단순화한 것 같은데 이렇게 단순화해서라도 유형을 나누길 좋아하는 심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요?

안: 혹자는 어디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한 집단주의적 경향 때문에 그렇다고 분석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우리는 어딘가에 속하지 않으면 너무 불안한 나머지 자신을 규정짓고 싶어한다. 물론 사람의 심리란 미묘해서 정형화되길 원하면서도 자신만의 문언가가 있길 원한다. MBTI는 그런 한국인의 특성에 딱 맞다. 16가지 유형은 일체감을 주지만 충분히 개인적으로 느껴진다. 여기에 우리의 궁합이 더해지고 각 유형별 대처법까지 추가된다. 음식도 골라주고, 반려동물도 골라주고, 학생에게는 적성검사라는 이름으로 직업도 정해준다. 이제 우리는 세상의 모든 해답을 MBTI에서 얻게 되었다. 공감이 가시죠!

윤: 사회 전반적으로 MBTI가 유행하지만 특히 10대들 사이에서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학생들이 더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있을까요?

안: 학교는 그 자체로 집단생활을 하는 공간입니다. 저도 얼마전에 중학생 딸 아이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서 같이 본 적이 있습니다. 기분좋게 보고 앞으로도 보자고 했는데 이 아이 말은 또래 친구들이 다 본 영화를 보지 않으면 이야기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학교라는 집단화된 공간에서 생활하면 규격화, 유행, 패션 이런 부분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지나고 보면 그것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그 시절엔 전부 일 수 있는 시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것은 아이의 부모나 선생님도 아이들을 구분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그래야 관리하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검사를 통해 아이들의 성향을 특징짓고 맞춰서 관리한다는 거죠. 심리검사니 적성검사니 하는 이름으로 구분하고 유형화하고 있습니다.

윤: 학교에서 학생들의 적성을 관리하기 위해 유형화하는 것이 문제가 되나요?

안: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건데 한 10년 전에 손가락 지문으로 적성을 검사하는 기계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지문으로 적성을 검사하는 것이 무슨 과학적인 장비를 사용한다고 해도 우스운 이야기인데 불과 몇 년 전까지 진지하게 검사를 해 왔다는 겁니다. 이런 유형 구분은 학생 개인을 파악할 시간을 줄이고 개인에게 맞춤형 지도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유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문검사가 아니라 아무리 과학적인 검사라고 할지라도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류의 맞춤형 지도가 아이들의 기회를 제한하고 빼앗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성격을 보다 잘 알고 싶다면 전문가를 통한 장기간의 상담을 통해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겁니다.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 가운데도 MBTI를 신뢰하는 분도 혹은 믿지 않는 분도 계시겠지만, 적당히 활용하고 즐기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겁니다. 사람을 그런 유형에 맞춰 제는 저 유형이니까 저렇지 라고 한다면 곤란하다는 겁니다.

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이야기 같아요. 그런데 학교 현장에선 아이들 특성도 파악해야 하고 궁극적으론 진로상담도 해야하고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보니 이런 검사를 선호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안: 우리는 학업 능력을 노력과 지능의 결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천적인 지능과 후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은 역사가 깊은데요. 한국에서는 중앙교육연구소가 1953년 설립된 이후 교육의 과학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학생들의 내적 역량을 파악하여 교육에 반영하기 위해 지능검사(intelligence), 적성검사(aptitude), 학습성과검사(achievement), 인성검사(personality) 등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중에서도 지능과 적성검사가 대표적인데요. 지능은 “환경이나 훈련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일반적 정신 능력”으로 규정되었고 그 성장은 15세부터 20세 사이의 어느 시기에 절정에 달하는 것으로 설명되었습니다. 또한 개인의 지능지수는 비교적 고정적이어서 큰 변동이 일어나지 않으며 남녀간, 종족간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개인차는 극심하다고 규정되었습니다. 지능은 타고난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1950년대 처음으로 지능검사가 시작된 이래 70년대까지 50종에 이르는 심리검사가 표준화되었습니다. 점점 붐을 이루어 각급 학교의 생활기록부에 지능검사 결과를 기록하는 난이 생겼고 산업기관, 민간회사, 상담소 등의 요구 증대로 활발하게 검사지 연구 제작이 이루어지게 되었죠.

윤: 지능 검사는 비판도 많이 제기되지 않았나요? 우등과 열등을 구분하고 지능이 우수한 아이들이 생존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요?

안: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요. 지금의 교육부 당시의 문교부에서는 1970년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의 중학교 진학을 극구 제지하고자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언론도 호응하여 지능지수 80 미만의 저능아 1백만 명의 무시험 진학이 가져올 폐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이 문제의 권위자로 소개된 구임회 박사는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의 지능을 높이려는 노력은 의학상 헛된 싸움이라고 일축하고, 소위 ‘저능아들’끼리 모아 적성에 맞는 길을 찾아주는 길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급기야 이런 조사 결과도 있었는데요, “저능아는 이미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규정되고 범죄 소년의 75%, 윤락여성의 80%가 저능아라는 조사 결과까지 제시됐습니다. 지금 들어보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지만 당시엔 진지하게 사회적으로 논의된 내용들입니다. 이러다보니 당시 언론에서도 지능검사의 문제점이 지적되기 시작했습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IQ가 낮은 것에 좌절하고 자포자기했다는 기사가 나오는가 하면, 배우자감 선택시 IQ만 보게 되어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IQ점수를 올려주는 폐단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검사라는 것이 선의를 가지고 하더라도 좋음과 나쁨으로 구분하고 차별하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더구나 과학의 탈을 쓴 이런 검사들의 비과학성도 문제입니다.

윤 : 사람이라는 복잡한 존재를 단순한 검사로 유형화하는 것이 문제고 그런 유형화에 가치가 부여되면 차별까지 발생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더더구나 그것이 능력주의와 결합하게 되면 체제를 공고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의미로 읽히는데요?

안: 일벌과 여왕벌은 똑같은 유전자를 지니고 있지만 그 유전자가 어떤 일을 할지는 유충에게 제공하는 로열 젤리의 양에 따라 좌우된다고 하죠. 다른 생물들을 비롯해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자신이 처한 사회적 상황과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느끼는지에 따라 수많은 유전자 발현이 바뀔 수 있다고 합니다. 지능 검사를 예로 들면 지난 100년 전의 사람들에 비해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지능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사이 인간의 지적 능력이 높아진 것이라 지능검사에 적합한 환경에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 결과들입니다. 지능도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개인적인 편차를 조사하는 것보다 오히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들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어떤 계층에 속하느냐에 따라 사회관계의 질과 경험하는 역경이 엄청나게 다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후생적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재능과 흥미, 노력, 지식, 성격 특성의 실제 차이가 지위라는 가면 뒤에 숨어 있지만 않다면, 진정한 개성은 더욱 자유롭게 분명하게 표현될지 모른다”는 리처드 윌킨슨의 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이들의 행복과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선 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윤: 오늘은 MBTI 성격유형검사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서 출발해 사회적 불평등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의 안재홍 이사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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