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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제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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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금 18시 05분 방송
장르
보도·시사 프로그램
등급
All
제작
정유진
작가
양은실
진행
정유진

2023년6월14일(수) <오늘의 시선> 동물원에 갇혀있는 동물들의 삶, 그리고 동물원의 미래 (제주동물권연구소 김란영 소장)

2023년 06월 15일 17시 22분 01초 1년 전 | 조회수 :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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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수요일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제주동물권연구소 김란영 소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안녕하세요.

윤: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김: 지난 3월 24일이었죠. 동물원에서 얼룩말 ‘세로’가 울타리 나무 데크를 부수고 탈출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세로는 인근 도로를 지나 주택가를 돌아다니다가 3시간 30분 만에 생포되어 동물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늘은 세로처럼 갇혀있는 동물들의 삶 그리고 미래의 동물원의 모습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윤: 세로는 동물원의 유일한 얼룩말이었지요. 부모 얼룩말이 사망해서 혼자 남게되게 굉장히 외로워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마음이 너무 안 좋더라고요. 당시 세로의 상황이 어땠나요?

김: 세로는 2019년 동물원에서 태어났는데요. 여느 생명처럼 ‘엄마아빠 껌딱지’로 불릴 정도로 부모 곁에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잘 놀았습니다. 그런데 2021년 엄마 얼룩말 루루에 이어 지난해 가을 아빠 얼룩말 가로도 사망하면서 그때부터 세로가 아마 극도의 불안과 외로움을 겪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탈출하기 전 동물원에서 지냈던 세로의 영상을 보면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울타리 너머 캥거루와 싸우고, 사육사들이 특별히 준비한 당근과 사과 등도 거부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는데요. 인간의 나이로 치면 10살 정도니 얼마나 홀로 힘들었을지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윤: 세로가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간 지 2달이 좀 지났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김: 탈출할 당시 세로가 지냈던 공간은 굉장히 좁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현재는 탈출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 펜스를 높게한 상태이고 나무를 심어 은신처를 만들고 또 기존 공간보다 2배 정도 큰 크기의 방목장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6월 안에 여자 얼룩말 코코와 합사를 한다고 합니다.

윤: 이제 곧 코코라는 여자 얼룩말과 함께 지내게 되네요.

김: 탈출 당시 생포되면서 동물원 관계자들은 여자친구가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말을 했는데요. 잘 아시겠지만 얼룩말은 초식동물이자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사회적 동물인데요. 사실 꼭 얼룩말이 아니어도 기린, 타조 등 다른 초식동물들과도 아주 잘 지내는 공생관계입니다. 그러나 동물원은 단단한 울타리로 서로의 접근이 차단되어 그러한 공생 관계를 도모하기가 힘들고 또 사회적 경험도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여자 얼룩말만 있으면 소위 ‘반항하지 않고 얌전해질 거다’라는 단순한 접근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얼룩말은 잘 길들여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너른 공간을 달리는 동물이기 때문에 지금의 좁은 동물원은 얼룩말에 맞지 않죠. 반항이 아니라 살고자하는 삶의 몸부림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얼룩말 세로 뿐만 아니라 좁은 동물원은 이미 많은 동물들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어 계속 반복되는 정형행동을 만들고 있지요.

윤: 정형행동이라면 계속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말하지요.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동물원 동물 중 특히 정형행동이 심하게 나타나고 가두기 어려운 동물이 있다면요?

김: 우선 모든 동물이 본래 태어난 곳이자 생태적 습성이 지켜지는 자연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되고요. 그럼에도 동물원 학자들은 동물원에 절대 들여서는 안 되는 동물로 북극곰, 코끼리, 고래, 유인원을 꼽습니다. 이유는 우선 살아가는 데 하루에 30Km 많게는 80km 등 광대한 공간을 이동하면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갇힌 곳에서 한두 마리 같은 종과 사는 것이 아니라 대가족과 함께 살아야 하고 또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특별한 환경이 필요하다는 이유인데요. 말씀드린 동물들은 너무나 좁은 공간에서 혼자서 갇히고 무료한 생활을 하다 보니 정형행동을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간혹 TV에서 보여주는 동물원을 보면 추운 지방에 살아야할 북극곰이 열대지방 동물원에 방치되어 축 늘어진 모습을 많이 보게 되지요. 또 열대지방에서 살아야할 코끼리가 추운 지방 콘크리트 바닥에서 평생 관절염과 발염증에 시달리다 눕지 못하고 서서 잘 수밖에 없는 상황도 접하게 됩니다. 동물원은 아무리 동물을 위한 생태적 환경을 꾸며도 절대 자연을 재현할 수는 없습니다.

윤: 최대한 자연을 재현한 것처럼 보이는 사파리 동물원은 어떤가요.

김: 사파리형 동물원도 크게 다르지 않는데요. 국내 최대의 사파리 동물원을 표방하는 동물원이 동물전문가와 동물보호단체가 꼽은 ‘최악의 동물원’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사파리가 동물들에게 쾌적하고 자유로운 공간처럼 보이지만, 작은 숲처럼 보이는 몇 그루의 나무 뒤에는 차가운 콘크리트가 감추어져 있고 전압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우리 안에 동물들이 갇혀있는 신세라 보시면 됩니다. 철창, 콘크리트 혹은 나무로 가려진 일정한 갇혀있는 공간에서 그들은 잘 짜인 프로그램 안에서만 움직이게 되는데요. 무엇을 언제 먹는지, 얼마나 날아야 하고 또 걸어야 하는지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통제된 삶을 살고 있고요. 친구를 만나는 것도, 짝을 만나는 것도 모두 사람이 결정하게 되고 또 이러한 모든 것이 얼마나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일지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고 보면 됩니다. 최악의 동물원으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동물쇼와 체험학습 때문인데요. 쇼에 동원되는 원숭이, 코끼리, 물개, 바다코끼리 등 지능이 높은 동물들일수록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사육사들의 말에 따르면 동물 쇼는 구타 없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지능이 높아 말을 안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련 과정에서 굶기기, 구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윤: 너무 똑똑해서 말을 안 들어 굶기고 구타를 하다니, 동물쇼 너머에 동물들의 힘겨운 상황을 시민들이 잘 모르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정행행동 그리고 동물들의 이탈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동물원들이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요. 코끼리가 동물원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럼 동물원 코끼리들은 모두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내고 있는 건가요?

김: 관람객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 중 하나가 코끼리일 텐데요. 당연히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사라지면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영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세계 주요 동물원들이 코끼리 우리를 폐쇄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최소한 새로운 코끼리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동물원에서 수많은 노력을 해도 코끼리의 정형행동을 막을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고질적인 관절염으로 매일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질환은 야생 코끼리에게는 없고, 오직 동물원 코끼리에게만 나타납니다. 그 계기가 된 것은 론 레이건 미국 디트로이트 동물원 원장의 결단이었는데요. 그는 코끼리에게 동물원은 매 순간이 고통이라는 걸 깨닫게 되어 44살 코끼리 완다와 50살 윙키의 은퇴를 발표하며 4만평 규모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인 ‘아크2000’으로 그들을 보냈는데요. 레이건 원장은 “진정 코끼리를 위하는 일은 그들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라 말하며 조금 더 일찍 그들을 보내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했다고 합니다.

윤: 그럼에도 너무 어릴 때 인간에게 포획되어 무리 생활 소통과 환경 등 생태적 습성을 익히지 못하여 안타깝게도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도 있잖아요.

김: 그럴 경우를 대비하여 동물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동물원은 버려지거나 압수된 외래종 동물을 위한 동물보호구역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을 보호하는 야생동물보호센터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동물원이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으니 그 명칭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윤: 코스타리카는 2025년에 국가 차원으로 동물원을 완전히 폐쇄한다고 하네요.

김: 코스타리카는 지난 100년 동안 유지해온 동물원을 완전히 폐쇄합니다. 현재 한 개의 동물원이 남아있는데요. 이 동물원이 2년 뒤에 완전 폐쇄됩니다. 동물원이 있던 자리에 울타리를 허물어 생태적인 식물원이 조성되고 있고, 포유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고, 야생에 적응하기 힘든 동물들은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동물원·수족관법 ,야생동물법이 개정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올해 12월부터는 동물원과 수족관 외에서 야생동물을 전시가 금지되지요?

김: 최초의 동물원인 창경원 동물원이 1909년에 개원하고 114 년 만에 생긴 동물원 규제입니다. 기존 등록제였던 동물원‧수족관이 허가제로 전환되고, 동물원의 환경을 점검할 전문검사관 제도가 도입됩니다. 특히 고래류인 경우는 신규 보유를 금지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국 수족관에 있는 고래 21마리가 국내 마지막 전시 고래가 됩니다. 또 동물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체험‧쇼도 금지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데요. 그러나 여전히 기존 동물원 수족관에서 전시 보유가 가능하고 접촉되지 않는 비접촉 돌고래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

같은 날 야생생물법 일부개정안도 통과되었는데요. 야생동물카페와 이동동물원에서의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요. 정부가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였습니다.

윤: 그럼 현재 운영되는 동물원 야생동물카페 등은 어떻게 되나요?

김: 현재 운영되는 동물원은 법 공포 후 6년 내 새로 허가를 받아야 하고요.. 동물원·수족관이 아니면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사업자에는 5년간 유예기간이 부여됩니다.

윤: 제주도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동물원이 많은 지역이지요. 현재 제주도에 등록된 동물원이 몇이나 되지요?

김: 22년 기준 등록된 동물원이 14개소입니다. 지금까지는 일정 규모만 충족하면 등록만으로 동물원과 수족관을 운영할 수 있었는데요. 제주도 14개소 동물원들은 6년 내에 서식환경 전문인력 보유동물 질병·안전관리계획 휴·폐원 시 동물 관리계획 등을 갖춘 뒤 도지사에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윤: 그동안 제주도 조천읍 선흘에도 코끼리 사자 등 열대지방 동물 등을 전시 체험하기 위한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었는데 그 사업은 현재 어떻게 되고 있나요?

김: 현재 제주동물테마파크의 경우 사업자가 동물원 사업은 포기했고요. 대신 미술관 등 문화사업을 하겠다고 제주도에 사업기간을 2년간 연장 받았습니다.

그래서 회사이름도 제주동물테마파크에서 (주)레드스톤에스테이트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윤: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동물원 가는 걸 좋아한단 말이에요. 앞으로 동물원은 어떤 모습일까요?

김: 21세기형 공존식 동물원 즉 울타리가 없는 자연 그대로 탐방을 유도하거나 멀리서 숨어서 망원경으로 자연스런 모습을 살펴보는 등 최소한 20세기형 동물쇼와 전시장 동물원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요구로 동물이 없는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도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윤: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영상기술로 만들어진 물고기 없는 수족관을 말씀하시는 거 같네요.

김: ‘인카운터 오션 오디세이(Encounter Ocean Odyssey)’ 속에서 마치 손에 잡힐 듯 가상의 동물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이 연상이 되시죠. 가상현실 동물원은 디지털 감각이 발달한 아이들에게 더욱 교육적이라고 보고 있고요. 기존의 동물원은 동물을 우리에 가둬 관리하는 것이 학대에 가깝고 친환경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 교육적이기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윤: 지난 1월 부산시가 어린이대공원에 첨단 기술을 이용한 실제가 아닌 가상현실을 이용한 실감나는 체험형 동물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요?

김: 예, 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인터렉티브 미디어 등으로 관람객이 동물원이나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초원을 방문해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실감형 가상 동물원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윤: 야생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야생동물이라고 부르는데 인간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서 들여다보고 또 접촉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요, 기존 동물원들도 시대에 맞게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하고요. 무엇이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적인지 물음을 던져야 할 거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동물권연구소 김란영 소장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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