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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윤 :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김 : 5.11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가 있었습니다. 전원합의체 판결이라는 것은 기존 대법원에서 판단한 법리를 변경하거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는 사건을 다루는 경우 이뤄지는데, 이번 판결의 경우 기존 법원 판례의 판단기준을 변경하는 내용이고 노사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준비해보았습니다.
윤 :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인데, 그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해서부터 알아볼까요?
김 : 취업규칙은 사업장 내에서 지켜야 하는 법, 규율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근로기준법 상 상시 노동자 10인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장에는 반드시 구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취업규칙은 꼭 이름이 취업규칙일 필요는 없고, 운영규정, 복무규정, 급여규정 등 다양한 명칭으로 여러 개가 운영될 수 있습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란, 이렇게 사업장 내에서 법처럼 지켜야하는 기준인 취업규칙이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윤 : 이미 정해져 있는 취업규칙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나요?
김 : 네. 우선 법이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기존과 다르게 변경되는 경우 즉, 강행법규의 변경인 경우, 취업규칙도 당연히 개정된 법 내용을 따르게 됩니다. 문제는 법 개정 등 외부 요건의 변화는 없으나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기존에 적용되던 취업규칙을 하향시키는 경우입니다. 취업규칙은 처음 만들어질 때에는 사용자가 법 테두리 안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으나 한번 만들어진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에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거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 중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경우는 단순히 노동자 의견만 들어서는 안 되고 노동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치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고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변경된 취업규칙은 무효로 판단합니다.
윤 : 전에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시 노동자들의 집단적 동의방식에 대한 법원 판결을 소개해주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김 : 네. 그 때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문제가 되었던 사건이었습니다. 당시에 쟁점이 되었던 것은 사용자가 불이익변경을 하면서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야 적법한 동의인지에 대한 판단이었는데, 가능하면 많은 노동자가 한 곳에 모여 사용자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변경되는 취업규칙에 대한 의견을 나눈 후 변경에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어야 적법한 집단적 동의 절차라고 보았던 사례입니다. 좀 의아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의 내용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윤 : 아니, 아까 근로기준법에서도 불이익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과반의 동의(집단적)를 거쳐야 유효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런 당연한 내용을 선고했다니 무슨 말씀이죠?
김 : 근로기준법에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불이익변경 시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 없다면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대법원은 이런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불이익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존재한다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을 인정해왔습니다. 법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판례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요건의 예외를 인정해왔던 것인데,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런 기존 대법원 판례 법리를 폐기한 것입니다.
윤 :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건 대체 뭔가요?
김 : 전형적인 이현령 비현령이라고 생각하는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 관련해서는 2001년 대법원에서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해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불이익변경의 예외적 인정요건을 두게 되었습니다. 당시 노동계는 이런 불이익변경에 대한 사회통념상 합리성 개념의 도입이 법 취지를 형해화 하고 사용자의 경영권, 재산권만 지나치게 보장하는 취지의 판결이라는 문제제기를 했었지만 이번 대법 전합 판결 전까지 광범위하게 예외적인 인정요건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윤 : 그런데 이번 전합판결로 이런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요건은 불이익변경의 적법한 요건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군요.
김 : 네, 그렇습니다. 5. 11.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병합) 전원합의체 판결)
윤 : 판결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볼까요?
김 : 현대자동차가 존 전 사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에 있던 월 1회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총 인정일수에 상한이 없던 연차휴가를 25일로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시켜 간부사원들에 대한 취업규칙을 별도로 만들면서 당시 간부사원의 89%의 동의서를 받고 노동조합(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는 받지 않은 채 간부취업규칙을 시행한 사건입니다. 원고들(현대자동차 간부사원)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적용한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기존 취업규칙보다 불리해진 것으로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 미지급한 연월차수당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사용자 측인 현대차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서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일부 휴가 조항 등이 삭제되면서 수당이 축소된 측면이 있으나 주5일제를 도입하면서 감소된 연월차휴가수당 상당액을 기본급 인상으로 보전하려고 하였으므로 불이익변경이 아니며 나아가 불이익변경이라 해도 간부사원에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므로 간부사원의 과반 동의만 받으면 되며 절차 요건을 준수하지 못했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므로 유효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라 주장했습니다.
윤 : 법원의 판단은 어땠습니까?
김 : 우선, 원심은 간부사원에 대한 취업규칙을 따로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취업규칙보다 휴가 등이 삭감된 부분들은 기본급 인상 조치 등과는 별개의 조치이므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 요소가 아니라고 하면서 불이익변경이 맞다고 인정하였고 동의 주체 역시 제정 당시 간부사원 뿐 아니라 장래 간부사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을 포함한 근로자 집단이 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실관계에 따를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예외적으로 인정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휴가 관련 부분은 무효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이런 원심의 판단 중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을 위반하여 작성,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에 대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음을 이유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즉, 기존 대법원 판례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을 쟁점으로 구체적 판단을 설시했습니다.
윤 : 우선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기존 대법원 법리를 변경한 것인데, 구체적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전합 판결에 참여한 판사 중 7명이 판례법리 변경에 동의했지만 6명은 기존 판례 법리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일 정도로 비등했습니다. 우선, 다수의견은 종전 판례에서 이야기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이 매우 불확정적이고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인정 여부 역시 사후적일 수 밖에 없어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효력 분쟁이 지속되었고 이로 인한 법적 불안정성이 상당했음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취업규칙에 명시된 노동자 과반 동의권은 사용자의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권에 한계를 설정하고 근로조건의 기준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취지와 근로조건의 노사 대등 결정원칙을 정한 근기법 4조 원칙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면서 이런 절차적 권리는 요식적으로 거치는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갖는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미 취업규칙 변경이라는 조항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이 가능한 상황에서 불리한 변경에 대한 절차도 준수하지 않은 규칙에 대해서까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이유로 유효성을 인정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이런 불리한 변경은 단체교섭이나 노동자의 이해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런 과반수 동의절차가 지나치게 경직되게 해석될 경우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의권 남용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일관된 해석이라 판단하였습니다.
윤 : 집단적 동의권 남용은 뭔가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동의 주체인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이 무조건 부동의를 하면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거부하는 것을 의미하는 건가요?
김 : 말씀하신 것처럼 이 개념 또한 애매합니다. 우선, 판결은 불이익변경에 대한 집단적 동의권을 행사할 때에도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이런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불이익변경을 유효하게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나아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하면서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 : 어렵네요. 결국 대법원은 사용자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예 노동자들과 논의조차 하지 않고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은 법을 위반해서 무효라고 봤지만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합리적 이유 없이 불이익변경을 거부하는 것 역시 정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네요.
김 : 그렇습니다. 사실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가 폐기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서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 여부를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사실 취업규칙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것은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어쨌든 불리하게 바뀌는 것인데, 어느 노동자가 근로조건의 하향화를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불리하게 변경되는 취업규칙에 동의할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집단적 동의권 남용’법리를 적용해서 결국 사용자의 입장만 반영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적법하다고 인정하게 되는 판결이 나오게 될까 염려됩니다.
윤 :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김혜선 노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